2024.04.17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한우지육등급제, 꼭 바꾸어야 하는가

  • 등록 2016.04.08 10:22:45

 

구 본 현 대표이사(신한바이오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맛과 영양에 유익하기보단 지방 량에만 의존하는 현 한우등급제를 놓고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건강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근내지방(마블링)이 높으면 높을수록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더 비싼 쇠고기가 좋은 고기로 오인될 수 있다 것. 또한 마블링을 높이기 위해 비싼 곡물위주 사료를 장기간 급여시켜야하므로 시장 개방에 따른 수입 쇠고기와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주요 쇠고기 생산 소비국의 육질등급은 한국과 같이 근내지방도, 육색, 지방색, 조직감 및 성숙도를 감안하여 평가 결정하나 한국과 일본은 근 내지방도, 미국과 캐나다는 성숙도 위주로 평가하는 것이 조금 다르다. 국내산 쇠고기 등급은 육질등급과 육량등급으로 나뉘며 육질등급은 주로 근내지방도, 육량등급은 주로 안심단면적과 등 지방 두께를 기준으로 결정됨에 따라 근내지방 축적이 높고, 안심 단면적은 넓으며, 등 지방이 두껍지 않은 비육우 출하가 국내 한우 업계의 꿈이었다.
따라서 쇠고기의 근내지방도는 등심부위의 지방 축적 상태를 등급별로 촬영한 사진을 기준으로 평가하며, 최고 등급은 한국 9, 일본 12, 미국은 7 이다. 이 기준에 따른 최고 등급의 지방 함량은 한국 19%, 일본 56.3%, 미국은 12.2% 임으로 한국 근내지방도 최고등급(투플러스)의 등심 부위에 함유된 지방 수준은 일본 최고 등급(12등급)의 1/3, 미국 최고 등급의 1.5배 수준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육류 주식국은 근내 지방도가 낮고 적당히 성숙된 쇠고기를, 한국이나 일본, 홍콩 등 육류 비 주식국은 높은 근내 지방도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취향이 반영된 결과이다. 지육 성숙도를 위해서는 30개월령 이전, 근내지방도와 안심 단면적을 위해서는 30개월령 이후의 도축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쇠고기 주요 수출국은 모두 육류 주식국임으로 이들이 수출하는 쇠고기의 근내지방도는 낮다. 쇠고기 생산과 가격경쟁에서 육류 주식국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어 쇠고기 수입국으로 전락한 한국이나 일본이 자국 비육우 산업생존의 길을 수출국과 차별화될 수 있는 근내 지방도에서 찾는 것은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 아닐 수 없다. 그럼으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한국의 쇠고기 육질등급이 근내지방도 위주에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2014년 역사상 처음 제값 받고 홍콩으로 수출된 한우육은 홍콩 소비자가 수출 한우의 우수한 근내지방 축적을 선호한 결과이다.
최근 국제통계에 의하면 연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미국 120kg, 일본 45kg인 반면 한국은 30kg 수준에 불과하며, 그 중 쇠고기 소비량은 10kg 내외다. 한국의 쇠고기 자급율은 이미 50%이하로 하락하여 국민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수입육 5kg 이상, 한우는 5kg 미만이다. 수입 쇠고기는 그 나라 최고 등급이라 할지라도 등심 부위의 지방 함량은 12% 수준이므로 연간 5kg의 한우 등심을 지방 함량 18%인 투플러스 등급으로 섭취해도 1일 평균 지방 섭취 권장량에는 훨씬 미달한다. 그럼으로 지금의 한우 육질등급제도가 건강에 유해할 정도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게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과장된 것이다. 그리고 근내지방도는 지육 전체가 아닌 그 일부분인 등심 부위 지방함량만 표시하므로 투플러스 등급이라도 등심 이외 부위의 쇠고기에는 근내지방이 거의 형성되지 않음도 고려해야 한다. 쇠고기를 통한 과잉 지방 섭취를 염려하는 소비자는 언제나 수입 쇠고기나 한우 1등급 이하의 쇠고기를 싼 값으로 구매할 수 있으므로 웰빙추세를 위해 현행 육질등급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도 합리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지난 2010년 캐나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쇠고기에 함유된 지방 구성은 섭취 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릴 수도 있는 스테아린산은 13% 수준이나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지방산은 54% 수준이었다. 최근 미국 정부 자문기관인 식생활지침 자문위원회(DGAC)는 콜레스테롤 함유도가 높은 음식 섭취에 대한 경고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에 대해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상학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계란 노른자를 비롯한 콜레스테롤이 든 음식을 먹어도 혈 중 콜레스테롤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이 50% 이하로 하락된 현실에서도 한우산업이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근내지방도로 수입 쇠고기와 차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15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연간 비육우 출하두수는 88만두 수준이고 연간 등급판정 누계는 투플러스 10%, 원플러스 26.4% 수준이므로 근내지방 축적을 통한 한우 육질등급 개선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럼으로 관련 업계는 한우 생존전략인 수입 쇠고기와 육질 차별화를 위해 근내지방도를 향상시킬 신기술개발에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디를 가나 ‘저희는 1등급 한우만 사용 합니다’라고 자랑하는 식당 찾기는 어렵지 않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1 등급 한우가 가장 육질이 최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서는 한우 지육등급제도는 그대로 두되 1++, 1+, 1. 2, 3등급으로 된 육질등급을 1, 2, 3, 4, 5등급으로 바꿀 것만을 제안하고자 한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