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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경제지주 폐지…강한 전문조직 육성을

  • 등록 2016.04.21 12:42:47

신정훈 본지 부장

“경제지주회사의 본격 출범을 앞두고 중앙회 경제부문과 계열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추구하면서 계열사와 일선 농·축협 간에 사업경합과 갈등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 계열사는 농·축협 간에 과당경쟁을 유도해 오히려 농산물 가격을 떨어뜨리는 행태까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회원조합과 조합원의 편의와 이익을 위한 경제사업까지 주식회사인 지주회사로 만들어 수익을 내게 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합니다.”
몇 달 전 농협중앙회장 선거 당시 후보들의 말이다. 당시 후보들은 모두 지주회사 방식의 경제사업에 크게 우려하면서 “농협경제지주 폐지”, “경제지주의 중앙회 환원”, “경제지주 출범 전면 재검토” 등의 공약을 쏟아냈다. 그들의 공약은 농협경제지주가 지난 4년간 주식회사로서 펼쳐온 경제사업이 얼마나 현장과 괴리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현장의견이 담긴 공약 때문인지 당선은 ‘경제지주 폐지’와 ‘1중앙회 1금융지주체제’를 약속했던 김병원 회장에게 돌아갔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농협비판의 산물이다. 농축산물 판매기능 부진에 대한 농업인들의 비판은 신경분리 요구로 집중됐다. 신용사업에 치중하는 농협을 경제사업 위주의 조직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는 신경분리로 귀결됐다.
당시 농업인들이 염원했던 농협은 결코 ‘주식회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금융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금융지주 도입이 확산되자 농협도 금융지주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했고 결과적으로 정부는 농협금융지주에 짝을 맞추듯 경제사업에 ‘지주회사’라는 개념을 슬그머니 얹어 버렸다.
전문가들은 2012년 농협경제지주 설립은 금융지주 설립 일정에 종속돼 진행됐다고 분석한다. 특히 금융지주에 짜 맞춘 결과 경제지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지배구조나 운영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생략됐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점은 정부가 2013년 펴낸 ‘농협중앙회 사업 및 지배구조 개편 백서’나 2010년 4월과 12월 국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어찌됐든 2011년 농협법 개정으로 중앙회와 경제지주 사이의 역할 분담, 지주사에 대한 조합의 통제 방안, 축산특례조항의 반영 방법 등 지배구조와 운영방식을 확정하지 못한 채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 경제지주를 2012년 출범시켜 지금에 이르렀다.
정부와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내년 2월 말이면 완성된다. 농협중앙회의 모든 경제사업이 주식회사체제로 편입되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과거를 들추는 이유는 간단하다. 농협중앙회는 물론 일선조합장, 조합원 사이에서 ‘경제지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지난 4년 간 주식회사가 되어 버린 농협경제사업은 농협회장 후보들의 지적처럼 일선조합, 조합원의 이익과 배치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의 여론이다. 내년 3월 경제지주가 완성돼 그들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조직이 됐을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는 일선 조합장의 지적은 이미 광범위하고 보편적인 여론이 되어 있다.
농민단체 일각에선 벌써부터 농협을 농민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이 아닌 재벌이나 대기업쯤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것만으로도 경제지주를 없애고 협동조합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사업구조 개편을 주도하는 정부 관계자들은 임전불퇴의 의지를 다지는 모양새다. 관료들은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 뿐”이라고 애써 우려를 폄하한다. 경제지주 폐지를 공약했던 농협회장도 그들의 퍼런 서슬 때문인지 슬그머니 공약을 내려놓은 것 같다.
모두들 시장개방의 파고를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해선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올해가 농협중앙회와 일선조합의 경쟁력을 담보하고 적어도 50년 대계를 세울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역사상 가장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이 바로 협동조합이 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기다.
또한 농·축협중앙회 통합정신을 계승해 농협법 제132조를 그대로 존치하고, ‘축산전문조직’을 확대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개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축산업을 위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다 확고하게 보장받는 ‘축산전문조직’이 일선축협, 양축가 조합원과 강한 사업연대를 통해 한국축산업의 새로운 전기를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침 제20대 국회가 출범한다. 새로운 논의의 장을 열어 농협이 협동조합다운 길을 걷고, 축산업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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