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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냄새’ 하나가 국민 식량산업 존재 가치 지운다

<지령 3000호 특집기획>
프롤로그 / 축산에 환경을 입히면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최근 업무차 덴마크를 찾았던 한 축산인은 “양돈산업과 각 농장이 자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있는 현지 양돈업계의 모습에 적잖은 당혹감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세계 최대의 양돈강국으로 자리매김 해온데다 수출을 통해 국가경제를 주도하는 산업으로서 자국내에서도 상당한 입지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아온 덴마크 양돈업계 마저도 냄새로 인해 초래된 거부감 해소대책에 고민하고 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른 것도 아닌, 냄새가 축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웬만한 지구촌 모든 국가의 축산업계가 안고 있는 영원한 현안 과제가 아닐 수 없다.급격한 경제성장과 함께 ‘삶의 질’ 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부쩍 높아진 우리나라의 경우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축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수준을 넘어 이젠 냄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사육기반 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삶의 질’ 중시 추세 속 ‘불편한 산업’ 오명 
 무차별 환경규제·민원 ‘묵인’돼…존립 위협
 단백질 공급원 불구 산업 가치 평가 못받아
 깨끗한 농장 기본관리부터…국민적 공감대를

 

# “냄새 유발하는 불편한 존재”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냄새를 기준으로 하는 가축사육거리제한이다.
선출직 단체장 주도하의 지방자치제 출범을 계기로 냄새 민원이 집중 발생하고 있는 축산현장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각 지자체들은 악취방지법으로도 부족해 가축분뇨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앞세워 경쟁적으로 지방조례상에 가축사육거리제한 조항을 제정, 축산업계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환경부의 새로운 권고안을 계기로 적지 않은 지자체가 지방조례의 개정을 통해 가뜩이나 과학적 근거 없이 과도하게 설정돼 있던 거리제한 기준을 더욱 강화하거나 검토하고 있는 상황. 그대로라면 산지가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축산업을 영위할 곳을 찾아보기 힘든 수준에 이르며 권역내 축산인들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 지자체에게 식량산업으로서 축산업의 가치나 경제적 유발효과,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로지 냄새를 유발. 주민의 민원을 가져오는 불편한 존재로 여겨질 뿐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무차별적 축산 규제행보에 제동을 걸어야 할 중앙 정부는 사실상 뒷짐만 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법부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각종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와 법적 공방에서 양축농가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해도 지자체의 일방통행식 유권해석이 잘못됐다는 판단이 배경이 됐을 뿐 지방조례상 사육거리제한 규정 자체를 문제삼는 법원의 판결은 찾아볼 수 없다.
‘축산현장=냄새의 온상’ 이라는 공식이 국민들 사이에 뿌리깊게 자리잡지 않았다면 좀처럼 생각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민원 62%가 축산시설
법률이나 지방조례 적용대상에서 간신히 제외된 축산현장이라도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바로 민원 때문이다.
경북에서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가는 “주민의 민원을 접수한 행정기관에서 냄새를 측정했지만 기준치를 훨씬 밑돈 것으로 확인됐다”며 “그런데도 민원이 계속되면서 우리 농장은 행정기관의 표적이 됐다. 더구나 해당민원인이 아침저녁을 가리지 않고 농장에 불만을 표출해 오면서 정신적으로 지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김두환교수에 따르면 비규제 대상 시설에 대한 냄새배출 민원 가운데 62% 이상이 축산시설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축분뇨 자원화율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지난 2005년 4천302건이던 축산냄새 민원은 2013년 9천914건으로 연평균 약 15%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축산냄새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악취전담반까지 설치, 축산현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지자체가 속출하면서 양축농가들은 하루하루를 불안감으로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전 광역축산 악취저감 사업 대상지 1곳을 선정하기 위한 정부의 대국민 공모에 최소 10개 이상의 시군에서 1천814건의 응모가 이뤄진 사례는 냄새 저감에 대한 주민과 양축현장의 절실함이 어느정도인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 아닐수 없다.

# 냄새 저감 ‘올인’
이렇듯 냄새가 축산물시장개방 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르면서 축산업계도 전방위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냄새에 대한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큰 양돈업계는 대한한돈협회 주도하에 현장컨설팅사업과 함께 나무심기 캠페인까지 전개하는 등 냄새저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부터는 국내 최초로 악취저감 제품 및 시설에 대한 현장검증 사업을 실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매월 10일을 전 양축농가가 참여하는 ‘클린업 축산환경개선의 날’로 지정하고 전국 모든 양축농가의 축사일제 청소와 농장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축산냄새 취약지역에 대한 긴급출동을 통해 냄새민원 해소를 지원하고 나섰다.
세종시 등지의 집단민원을 계기로 정부차원의 냄새 저감대책도 본격화되는 형국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경우 냄새저감 방안을 골자로 하는 가축분뇨 중장기대책 수립에 착수,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가축분뇨 담당부서에서 냄새 문제를 다뤄왔던 환경부 역시 전담팀 지정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대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져 축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축산과 연관된 연구 및 공공기관들이라면 어느 한 곳 빠지지 않고 ‘백기사’ 를 자처하고 나서는 등 범 축산업계의 관심이 냄새저감에 집중돼 있다.

# 일년간 청소 한 번도
그러나 양축현장의 인식개선과 의지 없이는 어떠한 대책도 만족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해 한돈협회의 악취저감제 실증사업에 참여했던 환경전문가는 “당장 냄새 때문에 문을 닫게 생겼다는 농장에서 일년이 지나도록 수세작업 한번 안한 사례도 확인했다”며 “기본관리 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악취저감 제품에 의존하는 것은 돈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저한 기본관리만 이뤄져도 냄새와 함께 민원을 상당부분 해소할수 있다는 것이다.
농장의 정리, 정돈과 청소 등을 통한 환경개선 캠페인으로서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OK 운동’ 에 대한 높은 기대감도 이 때문이다.
가축분뇨 처리사업에 수조원을 투입해 왔지만 냄새저감대책에는 상대적으로 인색했던 정부의 접근방법도 일대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두환 교수는 “농장의 냄새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렵지만 민원의 제거는 가능하다”며 “냄새실태 파악과 사료관리 개선, 현장활용 기술을 우선으로 한 기술개발과 과감한 정책지원 등  농가와 정부, 지자체 및 관련기관에 이르기까지 역할분담 이뤄진 종합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각 축종별 냄새 배출원 단위설정과 함께 이를토대로 한 냄새저감 표준모델 제시 및 냄새확산 예측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사전에 냄새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축분뇨 중장기 대책속에 냄새 저감 방안을 담아 보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냄새발생의 주원인이긴 하지만 가축분뇨가 그 전부라고는 할 수 없는 만큼 다양한 요인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데다 사안의 심각성과 필요 재원을 감안하더라도 별도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그 배경이어서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대책의 수위에 따라서는 논란도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관련 “결국 냄새저감의 성공여부는 농가와 정부, 지자체 및 관련기관에 이르기까지 역할분담, 그리고 각 주체의 실천여부에 달려있다”며 “축산의 존립이 달려있다는 절실함과 의지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국민적 공감대 뒷받침돼야
축산업계는 농업 생산액의 40%를 차지하는 식량산업임을 강조하면서 제대로 평가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이 불편을 주는 산업이라는 국민적 시각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냄새 저감에 노력하는 축산업계의 진심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그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며 국민적 공감대로 이어질 때 비로서 축산업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나아가 지속가능한 축산업이 실현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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