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부원장
(한국축산경제연구원)
◆대형패커의 필요성
관세철폐에 따라 수입 돼지고기와의 시장경쟁이 치열해질 것이 분명한 만큼 계열화된 조합이나 민간업체를 중심으로한 대형 패커는 생산비 절감 뿐 만 아니라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는 전 단계에 걸쳐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확보한 파워브랜드를 구축해야만 한다. 이를 통해 수입육에 효율적으로 대응, 안정적 생산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자급률 확보 및 농가 수익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14년 기준 국내 주요 양돈조합 및 민간기업형 브랜드경영체에서 조직화를 통해 사육하고 있는 돼지는 국내 전체의 15.4%, 브랜드출하두수는 전체 도축두수의 9.9% 에 각각 그치면서 유통매장에 대한 거래교섭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소매 유통업체의 시장지배력 확대에 대응, 축산농가와 중간유통업체에서의 조직화·규모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패커의 경우 자기 소유의 돼지를 직접 도축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축산물 품질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앞으로 국내산 돈육의 품질차별화를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의 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형패커의 형태
협동조합형 패커는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의한 의사결정, 조합과 조합원간의 정보공유, 독과점적 성향이 낮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비효율적인 투자성향은 단점이 될수 있다.
민간기업형 패커는 생산부터 유통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수급조절이 가능하며, 시세 불균형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기업에서 흡수함으로써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 가능하다는게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자돈 품질 문제 등 계열사와 계약사육농가간 마찰 발생의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기업형 패커와 계약농가의 상생
민간 기업형 패커 또는 계열화업체와 농가 간의 상생을 위해서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여부에 대한 객관적인 증명이 필요하다.
계열화업체는 축산계열화법에 근거하여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농가들과의 사전협의를 통한 계약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불공정거래에 의해 농가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공정한 계약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계열화사업체와 사육농가간의 갈등은 사육지원 단계의 종돈 질병 관리, 우수 모돈 보급 체계, 사료품질 균일성 확보, 사육 단계에서 비육위탁 농장 부족 등에서 발생되고 있다. 이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육농가와 계열화사업체간의 계약내용, 운영·관리계획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분쟁 발생 시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협의가 이뤄지도록계약사육농가협의회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조합과 민간기업형 패커의 균형 발전
정부에서 그동안 패커 육성을 뒷받침 해 왔지만 아직 대형패커의 핵심인 유통비용 감소, 돈육의 위생안전 및 품질고급화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기존 협동조합과 민간 도축장을 패커로 육성, 2020년까지 패커의 시장점유율을 약 60%까지 끌어올린다는 정부의 목표가 달성된다면 수입 돼지고기와의 경쟁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대형 유통매장과의 거래교섭력을 확보, 농가로 하여금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게 된다.
특히 대형 패커가 현재 취급하는 물량 대비 정부의 높은 목표치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데 있어서 지배구조와 운영형태가 다른 협동조합형, 민간기업형 패커 상호 간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경우 축산물 품질차별화를 통한 국내산 돈육의 자급률 확보에도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판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