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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무허가축사 적법화 마저 ‘복불복’ 인가

  • 등록 2016.08.24 11:04:13

 

정 문 영 전국축협운영협의회장(천안축협조합장)

 

‘국민 예능’ 으로 자리매김한 일부 공중파 프로그램의 ‘복불복’(福不福) 게임이 인기를 얻고 있다. ‘복불복’의 사전적 의미는 ‘복분(福分)의 좋고, 좋지 않음’을 가르킨다. 쉽게 말해 운을 가지고 겨루는 게 복불복 게임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축산이 놓인 처지를 복불복 게임에 빗대어 설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축산을 바라보는 관할 지자체의 성향에 따라 농장의 명운이 갈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의 출범과 함께 각종 인허가권은 물론 관리 감독 권한까지 부여받은 지자체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은 어느 산업이나 다를 바 없지만 축산의 경우 그 차원이 다른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사육거리제한’을 보자.
특별한 과학적 기준없이 지자체의 입맛에 따라 거리제한 범위가 달라지고 있다. 도시화와는 거리가 먼, 축산이 아니면 별다른 소득원을 찾아보기 힘든 전형적인 농촌지역의 거리제한 범위가 여느 도시화 지역보다 넓은 경우도 적지 않다.
해당지역 양축농가 입장에선 “지지리도 운이 없다”는 한탄이 나올만 하다. 동일한 농장 여건임에도 거리제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거나, 급격한 도시화 추세속에서도 해당 조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의 양축농가들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축주의 의지나 농장 상황과는 무관하게 오로지 소재지에 따라 ‘운’이 결정되고 있는 우리 축산의 현실이 복불복 게임과 다를 바 무엇인가. 차이가 있다면 예능프로그램의 그것과 같이 단순히 웃고, 즐기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결과에 농장의 생사가 달려있다는 것 일 뿐이다. 이러한 현실에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개정은 양축농가들로 하여금 그 어느 때보다 지독한 ‘복불복’ 게임에 빠져들게 하는 결정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개정된 가축분뇨법은 반드시 행정조치가 이뤄져야 할 특정지역외에 나머지 지역의 무허가축사에 대해선 ‘폐쇄나 사용중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최종 결정권을 해당지자체에 부여하고 있다. 이 법률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2018년 3월24일 이후 무허가 축사에 대한 지자체의 행정조치 또한 ‘복불복’이 될 것임을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정부에서는 관련부처 합동의 적법화 대책을 통해 유예기간을 거치며 많은 무허가축사가 구제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부합된다고 해도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서는 다른 법률이나 지방조례가 걸림돌로 작용할 무허가 축사들이 대부분이다.
무허가축사 적법화 역시 철저히 복불복의 원칙이 적용되면서 ‘운’ 이 없는 지역내 양축농가들에겐 어떠한 대책도 무의미해 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양축농가들의 적법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복불복’ 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일부 생산자단체에서는 축산에 우호적인 지자체의 적법화 사례를 발굴, 다른 지역 농가들로 하여금 해당 지자체와 ‘협상’ 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일각에선 벌써부터 유예기간 연장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축산현장에 존재하고 있는 ‘복불복’ 의 룰이 깨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십년, 또는 대를 이어온 생업과 직업의 자유를, 나아가 국내 식량산업의 운명을 한낱 ‘운’에 맡겨야만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감내해야만 하는가. 
이제 우리 축산은 복불복 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그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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