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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동물복지, 지금이라도 철저히 준비하자

  • 등록 2016.11.24 11:14:32

 

장 재 봉 교수(영남대)

 

지난 9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언론사들이 주요 뉴스로 연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대통령 후보에 대한 투표와 동시에 미국 내 몇몇 주에서는 농업 및 식품과 관련된 법안들에 대한 투표도 함께 실시되었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메사추세츠주의 투표문항 3번은 전체 유권자의 78%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소위 베터리 케이지(battery cage)로 불리는 좁은 공장식 환경에서 계란을 생산하기 위한 닭의 사육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육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은 식료품점에서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08년에 캘리포니아 주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미시간 주에서도 베터리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는 동물복지 관련 법안이 통과되었다. 또한, 식품가공업체와 대형 체인레스토랑에서는 그러한 베터리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된 계란의 사용을 점차 중단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처음으로 동물복지 법안이 발의되었을 때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논쟁의 핵심은 밀집사육 환경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잠재적인 비용이 증가한다는 문제였다. 즉, 동물복지 법안과 관련된 파급효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효과가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축산업계에서는 동물복지 법안이 통과되면 사육농가의 생산비 상승은 피할 수 없고 이에 따라 농가의 소득과 소비자 가격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많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이에 따라 동물복지 법안의 시행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의 요구가 대두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실증적으로 분석한 두 가지 연구가 있다. 하나는 캘리포니아주와 다른 주들의 소비단계에서의 실제 발생한 소매점 스캐너 자료들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로, 법안이 시행된 4개월 동안 캘리포니아주의 동물복지 계란가격은 약 22% 증가하였고, 판매량은 8%가 감소하였으나 판매액 기준으로는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종합적으로는 소비자 효용은 30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추정하여 동물복지 법안의 영향이 매우 큰 것으로 결론지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미국 농무부에서 발표하는 전국 계란가격 자료를 이용하여 캘리포니아주와 이외 미국 전역을 비교하여 캘리포니아주의 소비자들이 계란 12개들이 한 판에 0.48달러에서 1.08달러를 더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비자가 얻고 싶은 재화를 구입하기 위해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과 실제 지불하는 가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개념으로 소비자들의 만족 또는 편익을 나타내는 소비자 잉여가 매년 400백만 달러에서 850만 달러나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추정했다.
이상의 두 연구는 다른 분석자료와 방법을 적용하였음에도 유사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캘리포니아주의 동물복지 법안으로 계란가격은 상승하게 되었고 이러한 계란의 가격인상은 사육환경의 변화로부터 생산된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생산비의 상승 혹은 공급 감소에 기인함을 밝혔다.     
우리나라도 2012년 산란계를 시작으로, 돼지(2013년), 육계(2014), 한우, 육우, 젖소와 염소(2015)에 대한 사육단계에서의 동물복지축산농장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산란계 농가 가운데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은 74곳으로 전체 산란계 농장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산란계 농장 역시 경제성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생산비 증가로 인한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과 동물복지인증 축산물에 대한 인식에 대해 불안해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동물복지와 관련한 법, 제도, 시장 등의 환경이 이제 첫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따라서 직접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과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현재는 동물복지 축산물 시장의 비중이 매우 적고 소비자들의 인식이나 소비의향이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의 상황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예단할 수 없다.
앞에서 소개한 미국의 경우처럼 동물복지와 관련한 정책이나 법률의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노력과 준비를 지금부터라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생산비 증가에 따른 축산농가의 소득 감소 가능성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가격상승에 따른 소비자 후생의 감소, 이를 모두 포함하는 사회적 비용 발생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과학적이고 타당한 조사를 시행해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검토하고 논의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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