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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소비자 소통의 쇠고기 등급제 개편

  • 등록 2016.12.21 09:58:01

 

장 재 봉 교수(영남대)

 

축산물판매장이나 마트 등에서 쇠고기를 구입할 때 소비자들은 포장지에 ‘1++’ 이나 ‘1+’ 등의 표기를 통해 쇠고기의 등급을 확인한다. 이러한 등급은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육질을 기준으로 등급을 정한 것으로, 가장 우수한 등급부터 1++, 1+, 1, 2, 3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현행 쇠고기 등급제에서 쇠고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마블링’으로 불리는 근내지방도이다. 소비자들은 근내지방이 많은 쇠고기가 더 맛있다고 생각하고 선호한다는 수많은 연구결과들에서 나타났듯이 보다 많은 근내지방을 가진 쇠고기가 높은 등급으로 판정된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이러한 마블링 위주로 쇠고기의 품질을 평가하는 등급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제기되었다. 근내지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비육을 할 수 밖에 없어 사료비 등의 생산비를 높이고 이는 쇠고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근내지방 위주의 등급제는 웰빙과 건강에 대한 최근 소비자들의 선호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이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현행 쇠고기 등급제 개선의 필요성을 파악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최근 관련 개선 방안이 마련되어 검토단계에 들어갔다. 검토되고 있는 육질등급 개선안은 1++등급 지방함량의 범위 하한을 현재 17% 이상에서 15% 이상으로 2% 하향 조정하는 등급별 지방 함량의 범위를 조정하거나 명칭 변경 등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근내지방 위주의 쇠고기 등급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현행 단순 지방 함량 중심에서 검토되고 있는 개선방안은 지방의 고른 입자 분포 등을 고려하는 평가의 섬세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양 관리와 품종 개량 등의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고 확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렇듯 쇠고기 등급제의 개선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쇠고기 등급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는 개선된 쇠고기 등급제가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느냐이다. 쇠고기 등급제의 역사가 100년이나 된 미국도 우리나라처럼 근내지방도를 위주로 ‘프라임(Prime)’, ‘초이스(Choice)’, ‘셀렉트(Select)’, ‘스탠다드(Standard)’ 순으로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등급제에 대해 미국 소비자들이 등급제의 명칭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제공하는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을까라는 물음에 최근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소비자들은 ‘프라임’ 등급을 가장 지방이 적은 반면, 육즙은 가장 풍부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별 쇠고기 사진을 등급 명칭을 제외하고 제시한 경우에는 ‘프라임’ 등급의 쇠고기를 가장 값싼 쇠고기로(실제로는 가장 비싼 쇠고기임) 생각하고, 실제 ‘프라임’ 등급의 쇠고기의 명칭을 ‘셀렉트’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미국 소비자들 가운데 단지 14%만이 정확하게 등급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쇠고기 등급제에서 각 등급별 명칭은 미국과는 달리 숫자와 ‘+’로 표기되어 명칭 자체의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미국의 사례에서처럼 쇠고기 등급제가 소비자들에게 등급별 상대적인 육질 등의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의 선택 행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쇠고기 등급제 개선 방안에서는 근내지방의 함량과 함께 다른 첨가요소들의 기준들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근내지방 이외에도 사육개월, 사육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정보들이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느냐이다. 그리고 어떻게 전달하느냐이다. 아무리 소비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정보를 모두 포함하고 세밀하게 쇠고기 등급제를 개선한다고 할지라도 소비자들이 그 정보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근내지방과 맛, 건강 등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고 노력의 효과가 불분명할 수 있거나 오랜 기간이 소요된다. 고려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등급 명칭이나 정보의 표기 등을 보다 분명하게 하여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프라임-고지방, 풍부한 육즙’ 혹은 ‘셀렉트-저지방, 부족한 육즙’ 등의 보다 간결하면서도 직접적인 등급제 명칭으로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단순하게 근내지방 위주의 등급제로는 건강에 나쁜 쇠고기 생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만이 아닌 20년 이상 쇠고기 생산을 위한 품종 개량과 생산기반 구축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온 현행 쇠고기 등급제 개선을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현행 쇠고기 등급제를 진정으로 바꾸기를 원하는지, 어떤 정보를 반영하여 개선하기를 원하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여 축산농가의 생산 환경 변화의 필요성을 이해시키고 합리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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