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섭 박사 (성균관대학교 공학연구원)
“농촌의 정서를 아십니까?”
필자가 축산냄새와 관련된 과제를 진행하거나 현장을 방문했을 때, 축산농가나 관련 전문가 분들께서 종종 하시는 질문이다.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답하기가 곤란하다 보니 “고향이 전북 무주 산골이고, 지금도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신다”는 말로 대신하곤 한다.
아무래도 과거 환경공학분야 전문가들이 농업의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채 환경규제와 고가(高價)의 기술만으로 축산냄새 해결에 접근하려고 했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필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축산현장은 대부분의 냄새 저감시설이 공학적 설계보다는 경제적인 측면만을 우선하여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설치 운영, 악취저감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축산 냄새를 해결하기 위해 공학분야 전문가들의 역할도 일정부분 필요함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냄새 민원 중 축산시설의 냄새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축산시설 인근의 주민들은 냄새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축산농가들이 가축사육을 하는데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지자체에 따라서는 가축사육제한지역을 환경부 권고안의 2배~4배로 확대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고, 심지어 개방형 사육시설의 설치까지 배제하고 있어 자칫 축산업의 근간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축산업에 종사하는 농민들과 민원인들이 갖고 있는 냄새에 대한 인식에는 큰 차이가 있고, 이로 인해 갈등도 빚어지고 있지만 법적 규제만으로 갈등을 해소하기엔 한계가 있다.
가축분뇨(돈분뇨)에서 발생되는 냄새물질은 168 종으로 매우 다양하며, 사료의 종류, 돈사 구조, 온도, 사육밀도 등에 따라 냄새물질의 농도와 성분이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축산농가에서는 성능이 검증되지 않은 사료보조제나 미생물제제를 냄새관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사용여건 및 사용방법도 부적절하다 보니 냄새저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축산 미생물제제 생산업체는 약 900여 개소로 파악되고 있으나 냄새제거 메커니즘이나 제품에 대한 성능보증방법 등이 부재, 그 효능을 검증하기가 어렵다. 또한 냄새저감 효능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질병예방을 위한 소독제 살포로 냄새저감 미생물이 사멸, 그 효과가 지속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있다. 따라서 냄새저감을 위한 미생물제제는 ‘만병통치약’ 이 아닌, 그야말로 보조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 사용해야 한다.
미래의 냄새저감 기술은 단순히 외부 확산 방지 수준을 넘어 가축의 건강과 시설물 보호를 위해 사육시설 내부와 외부 확산을 동시에 방지하는 방향으로 개발돼야 한다. 즉 가축사육시설의 청결을 유지하고(Cleaning), 축산 냄새방지시설을 효율적으로 제어하며(Control), 농가의 이윤을 추구(Commercial profit)할 수 있는 융복합 기술(3C)이 필요하다.
냄새방지기술의 기본개념은 첫째로 냄새 발생원에서의 근본적인 발생량 저감이며, 둘째로 확산방지를 위한 밀폐와 포집, 마지막으로 냄새물질을 제거하는 탈취라고 할 수 있다.
축산분야에서 이러한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 밀폐식 사육시설로의 전환이 필요하겠지만 경제적 부담이 상당한 현실을 감안할 때 중소규모 축산농가에서 단기간에 개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소규모 축산농가 대부분이 사용하는 개방형 축산시설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과 보급이 시급하지만 시설의 구조상 발생된 악취가 확산될 수 밖에 없는 특성까지 고려해 개발된 기술은 매우 한정적이다. 결국에는 냄새의 발생량을 근원에서 저감하는 기술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특별한 기술이 아닌 사육시설의 청결한 관리에 있다. 실제로 사육시설을 주기적으로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냄새저감 효과가 상당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사육시설이 청결한 돈사에서 발생하는 냄새는 불결한 돈사에서 발생하는 냄새의 20% 수준으로 조사된 결과도 있다. 이는 곧 주기적인 청소만으로도 80% 정도의 냄새를 저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청결유지는 가축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냄새저감과 동시에 전염병 예방의 효과도 크므로 가장 효과적인 관리 방법일 뿐 만 아니라 사육시설의 형태나 사양관리와 상관없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폐수가 증가하는 문제점이 있기도 하지만 최근 그 대안기술로 부상하고 있는 고액분리기술과 분뇨 재순환시스템 등은 유지관리가 원활할 경우 냄새저감 효과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편 발생원에서 냄새를 근본적으로 저감하더라도 이격거리나 기후조건에 따라 민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된 냄새를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개방형 시설을 밀폐한 후 탈취하는 기술은 현실성이 매우 떨어진다. 일본의 경우 광촉매와 천연광물을 함유한 재료을 개발하여 격자 모양의 망으로 제조한 후 축산시설 내부나 윈치에 설치하여 30% ~ 60% 정도의 악취를 제거한 사례도 있다.
주목할 것은 필자가 다양한 국내외 연구사례와 현장진단을 통해 찾은 냄새문제 해결 방안은 획기적인 저감 기술개발이 아닌 기초적인 시설관리라는 사실이다. 축산농가에서도 냄새문제를 단순히 귀찮고 비용을 소모하는 측면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생산성 증대와 축산업의 활성화 측면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축산시설을 농촌 어메니티(amenity)를 파괴하는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