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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냄새의 재발견

  • 등록 2017.02.03 11:06:40

 

박규현 강원대학교 교수

2016년 11월 16일,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자신의 블로그에 하나의 글을 올렸다. 그는 세계 위생시설 도전(World’s sanitation challenge)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화장실을 이용하여 관련된 질병에서 해방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이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재래식이라고 불리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악취 때문에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지 않고 실외에서 볼일을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위생 환경을 줄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스위스의 한 향수 회사와 협력하여 악취를 맡지 못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직접 체험하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악취 그대로를 맡고 그 악취에  고통스러웠다고 하였으나, 개발한 향기를 그 악취에 섞었을 때 악취가 아니라 향기로운 꽃 향기를 체험했다고 한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그것은 냄새는 냄새물질과 코 속에서 여러 후각 수용체 단백질의 반응에 의해 느끼는 것이므로 그 중 악취와 반응하는 코의 후각 수용체 단백질의 활동을 다른 냄새로 막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 국제의약센터(International Medical Center)의 과학자들이 소 똥에서 바닐라 열매의 주 성분인 바닐린(vanillin) 성분을 추출하였다고 발표하였다. 바닐린 성분은 고급 향수에서부터 일반적 두발관리용품까지 사용되는 향기이지만, 현재 점차 구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생산량도 불규칙하여 가격변동이 높은 열매이다. 따라서 소 똥에서 바닐린을 추출하게 됨으로써 가격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으며, 그 생산 가격 또한 저렴하다고 한다. 소 똥에서만이 아니라 고급 향수의 원료는 동물에게서 구할 수 있다. 사향(麝香)의 경우 사향 고양이의 항문샘에서 추출한 분 찌꺼기에서 얻을 수 있다. 해리향(海狸香)은 비버 생식기의 향낭(香囊)에서 추출한다. 용연향(龍涎香)은 향유고래의 소화기관에서 나오는 토사물이다. 용연향의 경우 처음에는 무척 심한 악취가 나지만 소금, 물, 태양에 수년간 노출되면 점차 달콤하며 사향 냄새가 나기 때문에 고급 화장품에 특징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냄새란 무엇인가? 사람의 오감(五感) 중 냄새에 대한 지식이 가장 적다. 사람의 콧구멍 윗부분에는 코의 점막(嗅粘膜)이 있으며 이는 3 종류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후각 신경소자(olfactory neuron)가 약 5백만~5천만 개가 있다고 한다. 이 후각 신경소자는 양극(兩極)을 가지고 있다. 한 쪽은 8개의 머리카락 같은 섬모로 이루어진 나뭇가지 모양의 가지돌기이며 비강(鼻腔)에 접해있다. 다른 한 쪽은 신경세포의 축색돌기로 후신경구(olfactory bulb)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후각 신경소자의 섬모 주변에는 후각샘(olfactory gland)이 있어 점액을 분비한다. 우리가 숨을 쉬게 되면 공기 중에 있는 향기 물질은 특정한 후각 수용체(olfactory receptor) 단백질과 반응하여 신경 자극이 일어나게 되고 그 신호는 후신경구로 보내지고 시상하부와 대뇌 변연계의 일부분에 전해지고 그곳에서 냄새의 전달 과정이 완성된다. 신경소자는 신경조직에서 파괴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후각 신경소자의 경우 30일~60일 사이에 교체가 되기 때문에 회복될 수 있다.
코는 400개 이상의 후각 수용체 단백질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들을 통해 약 10,000가지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다. 이것은 후각 수용체 단백질이 각각 다른 농도의 다른 분자들에 결합할 수 있고, 냄새 물질은 몇 몇의 다른 후각 수용체 단백질과 반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냄새 물질들은 어떤 것일까? 냄새물질들은 조금이라도 물이나 지방에 녹을 수 있어야 하며, 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원자질량단위(atomic mass unit)가 15~300 사이에 있어 휘발이 쉬워야 한다. 대부분의 냄새 물질들은 유기물의 형태이고 주로 탄소와 수소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산소, 황, 질소 성분 등 작용기(functional group)들과 연결되어 있어 특징적 냄새를 만들게 된다.
냄새는 이러한 과학적 접근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영아들은 모든 냄새들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아마도 전에 경험이 없었다는 것과 본능적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5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은 땀 냄새와 분뇨의 냄새를 같은 정도의 기분 좋은 냄새로 생각하지만, 그보다 나이 많은 아이들은 불쾌한 냄새로 생각한다고 한다. 퇴비의 냄새를 맡았을 때 고향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 냄새와 고향이 연결되는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추억이 없는 사람은 단지 악취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듯 냄새는 원자와 분자로 설명될 수도 있지만 감성과 경험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냄새에 관한 학문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고 일반인들이 느끼는 냄새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를 통해 냄새를 이해하고 그 결과로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축산이 냄새에 관련한 새로운 보물창고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 축산도 관련 학문의 영역을 넓힐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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