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 형 대표 (주)엑스피바이오
악성질병에 대한 대책수립을 논의할 때 중요한 것은 제대로 실행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문제가 발생해야만 농가, 공무원, 전문가. 관련기관이 난리를 치다가 잠잠해 지면 모두가 느슨해졌다. 또한 원칙이 무너지고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똑같은 피해를 반복적으로 입게 되고 이로 인해 상호 불신을 초래하고 책임공방이 난무했다.
정치권에서 수 없이 언급되고 있는 적폐청산(積弊淸算)이 축산에도 거론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문제해결이 어려울 때에는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말을 되뇌일 필요가 있다. 그 동안의 발병과 그에 따른 조치를 반복하면서 어느 정도 내공도 쌓였고 문제점과 해결방안도 제시되었으나 아직까지도 미진한 부분은 알면서도 하지 않거나 하기는 하되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예방이 최선의 방책이며 현재 취할 수 있는 예방의 기본은 모두가 알고 있는 차단방역과 백신접종이다.
하지만 이 기본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차단방역에는 국경검역을 효율적으로 해 악성 질병의 유입을 방지하고, 발생 시 차량 등을 통한 전파방지를 위한 올바른 대처방안을 바탕으로 실행을 해야한다.
오염원에 대한 소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오염원과의 접촉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이것은 농장마다 사육환경이 달라 각각의 농장에 적합한 차단시스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전문가와의 깊은 논의 후 행동지침과 시설보완이 필요하다.
또한 일관성있는 정책수행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개선해 효율적인 조직운영, 관련 기관의 농장과의 유기적인 관계유지, 전문가의 양성, 충분하고 숙련된 인원의 확보,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전문가에 의한 과학적이고 원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책결정과 집행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정해진 SOP에 따라 상호 협조 하에 자발적으로 이루어 져야 실질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흔히 인사가 만사라고 하며 적재적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문부서는 인원이동을 최소화해 그 분야 최고의 전문가를 양성하고,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해 일에 대한 집중도와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의 책임 하에서 추진해야하는 업무에 전문성이 결여된 행시출신이 자리해 권한은 행사하면서 전문성이 결여되어 책임은 지지 않는 인사가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질병통제의 첨병 역할을 하는 지방의 수의직공무원은 그 수가 부족해 업무에 막대한 차질이 있다고 한다.
일부의 목소리이지만 현재의 수의과대학 교육과정을 4년으로 낮추어 병행하자는 의견도 있으나 전문성이 강조되는 방역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충분한 교육을 받은 유능한 인재가 등용될 수 있도록 현재의 열악한 근무환경개선, 진급과 급여의 현실화 등 문제점을 보완하고 거기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부여한다면 더 좋은 인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농가의 애로사항을 경청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개선하고, 질병발생시 컨설턴트 등의 활동제한으로 인한 업무의 연속성 차단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면 좋겠다.
조속한 질병신고에 대해서는 처벌보다는 격려 차원에서 접근해 신속한 대책을 수립한다면 조기종식과 질병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농가는 스스로의 방어체계를 전문가와 예찰활동을 통해 확립하고 농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은 정부지원을 요청하되, 투쟁을 통해 보상을 요구하는 자세보다는 합리적인 문제 해결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야 소비자와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축산인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현 시점에서도 농가, 정부, 관련 기관 및 단체 등이 1990년대 돈육의 대일수출과 같은 하나의 큰 목표를 설정해 관련업체와 기관이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는 그 동안의 경험으로 대부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엄격한 원칙수립과 시행, 교육, 정기적인 질병의 예찰과 대책수립 등에 소홀하지 않았는지를 관련자 모두가 다시 한번 느끼고 공동의 목표를 정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