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성 훈 대표(피그진코리아)
FAO(세계식량농업기구)에서 발표한 2015년 세계의 돼지 사육두수는 7억9천582만9천두에 달했다. 주요 국가별 사육두수는 중국이 4억6천583만두로 전세계 사육두수 중 59%를 차지했고, 유럽연합은 1억4천834만1천두로 18%, 미국은 6천777만6천두로 8%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2015년 돈육 생산량(지육기준)은 총 1억1천32만1천톤이며 이 가운데 중국이 5천487만톤으로 세계의 57%, 유럽연합이 2천335만톤으로 20%, 미국이 1천112만1천톤으로 11%를 생산했다.
FAO는 돼지고기 교역량도 조사하고 있는데, 세계에서 돼지고기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으로 연간 돼지고기 수입량이 2012년도에 73만톤, 2016년도에 240만톤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도 전 세계 수입량의 29% 정도를 차지하고 있어 세계 돼지고기 수급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국에 이어 일본 역시 2012년 이후 꾸준히 120만톤 이상을 매년 수입하고 있다.
1950년대만 해도 중국은 미국과 같이 5천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미국은 거의 변화 없이 조금씩 증가한 반면 중국은 50년대 중반에 1억 마리, 70년에 2억 마리, 1980년에 3억 마리를 돌파하고 90년대 중반에는 4억 마리를 넘었다. 최근들어 더 이상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고 해도 4억5천만두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의 돼지사육두수 증가는 우리가 상상하는 규모를 초월한 것이었다. 중국이 움직이면 세계가 그 동향에 따라 많은 것이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례로, 오래전 이야기지만 중국이 철강 수입을 늘렸을 당시 곡물을 운반하는 5-6만톤급 화물선이 모두 철강을 운반하는 데 징발(?)되면서 사료곡물 운반비가 급등, 국내 사료 값이 20% 이상 인상돼 양축가들이 고통을 받은 것을 기억한다.
이런 중국이 이제는 돼지고기를 본격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015년 기준(FAO)으로 45kg을 상회하고 있는데, 2010년을 전후로 EU의 평균 소비량을 상회하기 시작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보면 중국 본토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35.6kg으로 한국의 30.9kg이나 미국의 27.9kg보다 많았는데(FAO), 홍콩의 60.4kg으로 미루어 볼 때 중국의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부응해 EU(유럽연합)가 돼지고기 수출에 힘을 싣고 있다. EU의 대 중국 돼지고기 수출은 2014년에 71만7천톤이었는데, 2015년에는 114만1천톤, 2016년에는 186만톤으로 2년만에 2.6배 증가했다. 그 중에서도 스페인이 중국으로의 수출 증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폴란드에서 발생한 아프리카 돈열(African Swine Fever)로 인해 러시아가 EU의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한 이후 대체 수출 경로를 모색하던 중 중국의 수입 증가와 맞물리면서 수출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주변국가의 돼지고기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최근의 베트남 사태가 그것이다. 양국간의 정치적인 원인으로 중국으로의 돼지고기 수출이 막힌 베트남은 다른 경로를 찾으려 했지만 태국의 국경 검역/검색 강화 등으로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돼지고기 가격이 kg에 1천원까지 하락하게 되어 울상이다. 물론 중국이 우리나라의 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관광객을 통제한 것이 슬그머니 해제되어 회복을 하는 것과 같이 시간이 지나면 정치적 상황이 회복되어 베트남의 돼지고기 가격도 웃음을 되찾게 되겠지만 현재로선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시장이다. 13억8천만명(2015, FAO통계)이 신발 한 켤레씩만 사 신어도 14억 켤레, 그러한 중국이 돼지고기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우리나라 연간 생산량(2016년 88만톤)의 3배 이상의 물량을….
중국 시장이 운동화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그 동안의 수없이 많은 뼈아픈 교훈을 통해서 알고 있지만, 그래도 구미가 당기는 시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특히 최근처럼 질병으로 인한 피해도 크게 감소,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가을을 걱정해야 할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