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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돼지 유전체 선발, 뭉쳐야 산다

정보 집약화 잠재력 커…종돈장 의지가 관건

  • 등록 2017.06.14 11:17:00


최 태 정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개량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개체를 선발하고 선발된 개체의 유전자 교배를 통해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가축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유전적으로 우수한 개체를 정확하게 선발하기 위해서는 개체 자신, 형제·자매 또는 자손의 능력을 검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상당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량의 효과는 유전자가 사라지지 않는 한 자손에게 전달되고 세대가 경과해도 영구적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노르웨이의 뮤위센이라는 학자는 2001년 가축개량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바로 ‘유전체 선발’ 이론이다. 유전체 선발 기술은 개체의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유전능력을 예측하는 기술이다. 갓 태어난 새끼 돼지 상태에서도 높은 정확도의 능력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수한 개체를 선발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개량에 있어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 기술은 돼지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축종에 적용 가능하고, 외국의 경우 젖소를 시작으로 육우, 양, 닭, 돼지도 이미 상용화돼 개량에 이용하고 있다.
유전체 선발은 유전체 정보가 가지고 있는 효과를 이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검정 성적을 가진 개체들의 유전체 정보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유전체 정보 추정에 이용되는 개체들을 ‘참조집단’이라 한다. 참조집단의 수는 유전체 선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써 많은 수의 참조집단을 구성할수록 높은 정확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축산 선진국들은 생산자와 국가 간 컨소시엄 등을 통해 참조집단을 확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유전체 선발 기술을 가축개량에 접목하기 위해 산·학·연이 하나가 돼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우와 젖소는 국가단위의 개량체계가 구축돼 있어 참조집단 구축을 위해 유전체 정보가 한곳으로 집중되기에 유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서 돼지는 종돈회사 단위의 개량이 이뤄지기 때문에 개량에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분산돼 있어 참조집단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의 돼지 개량은 자손수가 많은 모계품종 2가지와 성장률이 좋은 부계품종 1가지, 총 세 가지 품종을 교잡하는 방법을 주로 이용해 상업축을 생산한다. 그런데 교잡을 위한 각 순종집단은 약 120여개의 종돈장에서 개량해 공급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돼지 유전체 선발의 한계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돼지는 한우나 젖소와 같이 단태동물이 아니라 한 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 다태동물이고 임신기간이 평균 114일 정도로 소의 절반도 채 되지 않아 1년에 2회 이상 임신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종돈장 모돈 규모가 6만 마리 이상 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집약적으로 참조집단을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종돈장들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종돈이 개량의 속도를 높여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유전체 선발 기술과 같은 개량 신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이를 상용화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종돈장간의 유전체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협의체가 하루 빨리 구성돼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협의체를 통해 돼지 개량에 관련된 정보를 교류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함께 고민하며 동심동덕(同心同德)해야 한다. 종돈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우리나라 종돈능력이 세계에 인정되어 세계 대규모 종돈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날이 올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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