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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자

  • 등록 2017.06.21 17:25:29

 

이상호 본지 발행인

종식됐다고 믿었던 AI가 그것도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여름에 나왔으니 가슴이 철렁했다. 하기야 가슴 철렁할 일이 어디 AI뿐이겠는가. 구제역도 그렇고, 무허가축사 적법화문제가 제기될 때도 그랬다. 우리 축산은 이처럼 가장 기본적인 데에서 가슴 쓸어내릴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축산종사자들이나 알던 AI나 구제역이란 단어는 이제 일반 국민들에게도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심지어 어린 학생들이 감기를 앓거나 기운 없어 보이는 친구를 AI나 구제역에 걸린 것 아니냐며 놀린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반복되는 축산현장의 문제점 노출은 축산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축산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예전 같지가 않기 때문이다. 갈수록 안티도 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축살처분 보상금과 매몰비용 부담이 가뜩이나 자립도가 낮은 지방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불만을 쏟아내는가 하면 민원을 이유로 대 축산규제용 조례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신규 축사건축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곳도 없지만 해본들 소용도 없다. ‘축산물은 좋은데 축산은 싫다’는 인식이 싹트고 축산의 입지가 자꾸만 좁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지만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으니 큰일이다.
축산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문제점 중에는 불가항력도 적지 않기에 이런 여론을 대하는 축산인들의 심정은 억울하면서도 착잡하다. 그러나 문제의 원점은 축산이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을 철저히 지키지 못한 탓도 크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허점을 보인 방역수칙이 그렇고 냄새문제에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책임도 적지 않다. 사육규모의 대형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농촌지역에서의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켰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가 못하다.
이제 우리 축산은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와 양과 질면에서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축산에 새로운 기운이나 기풍이 진작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후계인력 부족으로 인해 활력도 떨어지고 신규참여의 길도 사실상 봉쇄된 상태다.
때로 ‘내가 최고’라는 식의 강고(强固)함으로 변질되기도 하지만 도저히 넘지 못할 산으로 여겨지던 UR과 FTA를 극복하고 여기까지 온 것은 경쟁력이며 저력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면 그 적은 밖이 아닌 안에서 찾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갖다 붙이기가 면구스러운 일이지만 조병화 시인의 한 줄짜리 시 ‘천적’은 시(詩)이기에 앞서 경구(警句)에 가깝다.
‘결국, 나의 천적은 나였던 거다.’
정말이지 기본에서 다시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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