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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21세기 축산업, 20세기 농업 정책

  • 등록 2017.07.05 10:52:52


이 무 하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인류의 역사를 경제 차원에서 분류를 하면 원시시대의 자연경제를 거쳐 농업경제, 그리고 산업경제, 요즈음은 정보화 시대 경제 혹은 지식경제, 우리나라에서는 창조경제로까지 칭하였다. 농업은 인류 역사의 시작 이래 인간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수단이었고, 나아가서는 의복이나 주거문제 해결에도 일익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에 사는 국가들의 국민들은 배고픔에 대한 걱정이 없다.  사람들은 농업이 수행하는 식량 공급의 역할의 중요성을 거의 망각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량을 공급해줘야 하는 농업이 없어도 자기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농업의 기능을 식량공급 너머로 확대해 자연경관이나 자원보호 수단 등으로 농업이 인간 삶의 필수요소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 농업정책은 건국 이래 주식인 쌀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이것은 후진국의 전형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증산정책의 일환이었다. 1976년 쌀 식량자급을 달성한 이후에도 농업정책 방향은 변한 것이 없다. 올해도 정치권에서는 국내 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국가 농업 아젠다로 설정한 것처럼 보인다. 농업의 발전과정을 보면 국민의 기본 식량공급을 위한 생존농업 단계를 벗어나면 소위 돈을 벌기 위한 상업 농업으로 이동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간이란 배고픔을 해결하면 식품을 사교와 즐거움을 위해서, 나아가서는 건강과 웰빙을 위해 선택하므로 이러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농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생활도 곡물을 기반으로 하는 주식 위주에서 축산물 및 과일채소 소비로 전환되어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선진국의 식량정책을 보면 특정 주식을 강조하기보다 국민 건강을 중심으로 한 식생활 개선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식량소비 경향을 보면 쌀은 더 이상 주식이 아니다. 2015년 일인당 식품소비량을 기준으로 곡물은 18.6%, 동물성 식품은 20.9% 차지하였다. 국민들의 쌀 소비량도 매년 감소해 2015년에 일인당 71.7kg 소비했다.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국민의 식품 소비 패턴은 동물성 식품 위주로 과일과 채소를 점점 더 많이 소비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정부 농업정책은 쌀에 매몰되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고기소비량이 세계 14위(2015년)를 기록하고 있고 비만인구는 증가하고 순환계 질환이 국가적 의료비 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농업정책은 국민 건강과 관련한 식생활 개선이 중심이 되지 못하고 20세기 쌀 생산 농가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 축산물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국내 가축 사육두수가 축종별로 차이는 있지만 사육규모는 늘어나고 사육가구 수는 줄어들었다. 축산기술도 선진국 수준과 손색이 없는 21세기 축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제 쌀 중심의 20세기 국내 농업정책은 국민 건강에 주된 영향을 미치는 21세기 수준의 축산업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국가 곡물자급도의 저하는 축산의 규모가 커질수록 악화되는 현실에서 쌀 중심의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가축 사육 규모의 증가로 인한 사료곡물의 수입증가가 악화시킨 곡물자급도를 주곡 생산과 연계시켜 농업정책을 주도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축산을 중시한다며 부처 이름도 한글로는 농림축산식품부이지만 영어로는 농식품농촌부(MAFRA)이다. 이건 국가적 코미디에 가깝다. 언젠가 국내 한 재벌총수가 경제는 2등, 정치는 3등 운운 한 적이 있었다. 3류 정치가 이룩해 놓은 것은 이제 마감해야 한다. 한글 부처 이름에 걸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전국이 마비되다시피 하는 매년 겪는 가축질병 사태도 커지는 축산물 수요 증가에 따라 축산규모가 확대되는 현실을 무시한 농업정책에 기인한다. 조만간 남한 땅은 매몰된 가축사체로 뒤 덮일까봐 걱정이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전염병의 대부분은 동물에서 유래하며 이들은 인수공통 전염병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OIE(세계동물보건기구)는 주장한다. 이렇게 인수공통 전염병이 유행하는 이유는 세계화, 산업화, 농업시스템 재구성, 소비주의 등에 기인한다고 보고된다. 이것은 축산정책이 21세기에 걸맞게 일반 국민을 포함하는 포괄적 차원에서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는 왕래가 자유로워짐에 따라 새로운 질병들이 지구적으로 창궐하는 경향과 지역적으로는 현대 축산의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공장식 축산의 폐해가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할 사안이다. 밀집사육에 따른 부작용은 수도 없이 많다. 국내 축산인들의 욕심이 화를 부르고 있음을 인지하고 스스로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매몰이냐 백신이냐를 놓고 이해 당사자들 간의 의견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고방식으로 방역대책을 세우지 말고 여러 가지 과학적 대책 중에서 국익 차원의 선택을 하는 것이 21세기 정책이다. 중세 유럽에서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은 브루넬리스키(Brunelleschi)가 원근법을 개발해 사람들의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한국 농업도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꿀 시기가 도래했다. 20세기적 쌀 중심의 관점에서 21세기적 축산 중심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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