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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전문화 시대 ‘스펙’의 진정한 의미

  • 등록 2017.07.21 10:58:50


박규현 교수(강원대)


이 시기의 대학은 2018년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2017년 9월 11일부터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이 되고, 12월 30일부터는 정시 원서접수가 시작이 된다. 따라서 대학은 신입생들에게 단과대학과 학과들을 소개할 자료를 준비하면서 2018년 새내기들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7월 말과 8월의 휴가기간을 앞에 두고 있지만, 그 기간에도 학업에 열중하고 있을 예비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자료들을 만드는 것이다. 미리미리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신입생들에게 물어보면 우리 단과대학, 우리 학과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와 더불어 요즘은 신입생들이 생각하는 대학 생활이 내가 학교에 다녔을 때와는 많이 다름을 느낀다. 1학년 신입생이 취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 생활에서 자신이 가져가야 할 것들에 대해 물어보면 열 이면 아홉이 직업을 갖기 위한 ‘스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학생활이란 무엇인가? ‘Boys, be ambitious!’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19세기 농업교육의 리더였던 미국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 박사가 일본의 학생들을 위해 했던 말이다. 우리 청춘들은 대학 생활동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대학에서의 교양 및 전공 공부, 사회 속에서의 경험, 친구들과의 우정,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대학 생활 중에서 이러한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졸업을 맞이하게 된다. 그 모든 경험들이 양분이 되어 ‘나’를 비옥하게 하고 청춘의 꽃이 피도록 한다. 그러한 양분이 바로 ‘스펙’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요즘의 여러 매체들은 일 년 내내 대학생들의 ‘스펙’ 쌓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보편적이다 보니 대학생들 역시 서로 남들보다 더 좋은 ‘스펙’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은 기본이고 봉사활동, 수상경력, 어학연수에 더하여 성형 등 ‘남들과 비교하여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정량적인 모든 것들을 ‘스펙’이라 칭하고 있다. 현대의 빠르게 변하는 경쟁 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서 자신의 ‘스펙’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것을 본 다른 이들은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채워나갈 ‘스펙’의 종류를 점점 늘리고 있다. 이렇게 늘어가는 현상을 ‘스펙’에 대한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이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현철씨가 쓴 책에서는 ‘스펙 쌓기’를 초인적인 힘을 느끼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그는 “상위 1퍼센트의 성적, … 등등의 스펙을 가지려 들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런 것들은 초인적인 힘을 느끼기 위한 몸부림의 대가입니다. … 스펙이란 그들을 안심시키는 엄마의 품이요, 포만감을 느끼게 만드는 젖병이자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주는 담요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스펙’은 경쟁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우리 젊은이들이 기댈 수 있는 안식처인 것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11월 29일에 발표한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 시 중요 요인: EU와 한국기업의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서류 전형의 경우 한국 기업은 1순위가 학위(34.3점), 2순위가 전공의 직무적합성(28.0점), 3순위가 학점(12.5점)이라고 했다. EU 기업은 1순위가 전공의 직무적합성(25.8점), 2순위가 관련업무경험(19.9점), 3순위가 학위(19.3점)라고 했다. 학위의 경우, 한국은 학사(98.5점)를 제일 선호하였고 석사와 박사는 각각 57.3점과 2.6점 이었다. EU는 석사(36.9점)가 가장 높았으나 학사와 박사가 각각 31.3점과 15.1점으로 그 차이가 한국에 비해 크지 않았다. 서류 전형의 경우에는 직무와 다소 연관되고 관련 업무 경험이 1년 있는 경우와 직무와 완전히 연관되었지만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경우가 각각 29.7%와 35.5%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즉, 한국의 경우는 학과와 연관된 직무능력을 키우는 것이 취업을 위한 ‘스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2014년 1월 잡코리아가 실시한 ‘채용 시 스펙이 미치는 영향’ 설문조사에서는 채용 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으로 어학연수(37.7%), 봉사활동(31%), 채용 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직무관련 자격증(46.8%), 학점(29.1%), 인턴(28.2%)이라고 했다. 이는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에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직무역량에 중심을 두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 라고 했다. 따라서 만물상점식 ‘스펙’보다는 현장에서 실제로 사용될 ‘스펙’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스펙’을 영어로 쓰면 SPEC이라고 한다. 이는 specifications이라는 단어의 줄임말로 쓰이고 있다. 영어사전에서는 specifications을 규격서, 명세서, 설명서로 나타내고 있다. 특성을 나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spec로 시작되는 또 다른 단어가 있다. Specialization. 이는 특화, 전문화라고 번역할 수 있다. 앞으로 대학에서의 축산학 교육은 지금까지의 학과 전공에 대한 교육 뿐 만 아니라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학생들이 현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교육 과정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단순 나열식 ‘스펙’의 부담에서 학생들을 해방시켜야 한다. 또한 산업계에서는 학생들이 전문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교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적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재의 전자기기들은 과거에 없었고 현재에는 있으나 미래에도 있을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축산이라는 산업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지속될 것이므로 그 기반을 더욱 단단하게 다져야 할 것이며, 그것은 교육과 산업의 유기적 연결에서부터 시작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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