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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위기의 한국축산, 시간이 없다

  • 등록 2017.07.28 10:52:38


남성우  겸임교수(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_


현재 우리나라 축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보면 가히 사면초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 문제가 쓰나미처럼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으니 말이다. 무허가축사 규제, 축산환경규제 강화, 반복되는 전염병 발생, 가축분뇨와 냄새, 수입축산물의 급증, 국내산 축산물의 생산비 상승, 청탁금지법에 따른 선물 규제, 축산물 유통구조의 급변, 축산업 후계자 부족, 농장 근로자 부족, 지방자치단체의 축산업 홀대, 축산물이 건강을 해친다는 오해,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 축산인에 대한 고까운 시선, 종합적인 축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과 부정적 인식 등 악재들이 우리 축산업을 둘러싸고 있으니 당연히 위기다. 축산업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우농가가 8만5천여 호로 줄었고, 낙농가와 양돈농가도 각각 4천여 호로 감소했다. 산란계와 육계 그리고 토종닭 농가는 합해서 3천호에 불과하고, 오리농가도 1천호가 안 된다. 양봉 등 기타 가축은 연도별로 농가호수의 기복이 심하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에 70만호에 이르던 축산농가 수가 모두 합해 12만여 호에 불과할 정도로 줄고 사육규모는 커졌다.
경제 이론상으로 보면 경제구조가 산업화되면서 당연한 이치이겠지만, 문제는 경제논리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환경규제 강화, 신규진입의 어려움, 이전 확장 및 증개축의 어려움, 후계축산인의 부족 등이다.
어떻게 지켜온 축산인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22년 전 시작된 UR의 격랑을 넘고 여러 나라와의 FTA 파고를 넘어 이만큼 성장시켜 왔는데 이렇게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은가.
농협과 축종별 협회가 협력하는 리더십을 발휘해 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할 때다. 단체들이 각각 자신들의 권익만을 위해 일한다면 공통의 과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저간에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면 기관, 단체 간의 이견이나 대립으로 골이 깊어지는 사례도 있다고 하니 염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위기임을 공감하고 함께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지 않아도 수가 적은데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농협, 축산단체, 축산업계가 동참하는 ‘축산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실무 대책반(TF)을 구성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 누가 주도하고 누가 앞장서고를 따질 때가 아니다. 함께, 같이 하면 되는 것이다.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하나하나는 힘이 없어 보여도 합치면 큰 힘이 생기는 법이다. 그래야 모두 승자가 된다. 그래야 정치권으로부터도 무시당하지 않는다. 축산인들이 단결된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부러움을 살 것이다.
현안 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무허가 축사 문제일 것이다. 2016년 조사에 따르면 52%가 무허가 축사라고 한다. 이를 적법화하는데는 물리적으로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하고 협의하면 어떨까. 정치적인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전염성 질병 문제는 시설과 시스템 개선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다. 축산농가도 이제 내가 할 일은 스스로 한다는 자세를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 축산입지에 관련한 환경규제 문제는 중앙정부가 확고한 방침을 가지고 지자체를 리드해야 한다. 작은 나라에서 지자체마다 다른 규제를 시행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포퓰리즘 때문에 생명산업인 축산업이 피해를 보는 것은 안 된다. 농업생산액의 42%를 차지하는 축산업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축산을 포기함으로써 시장, 군수가 더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는 식량주권을 포기하는 일이고 농촌경제를 포기하는 일이다.
가축분뇨의 자원화는 공공인프라 차원에서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공동자원화시설 입지조차 확보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가축분뇨의 냄새문제에 대해 농가는 사육시설을 개선하고 적정 사육밀도를 유지해야 한다. 지자체는 축사나 축산관련시설이 이미 입지하고 있는 지역에 시설 및 주택 건축허가를 자제해야 한다. 축사가 있는 지역인줄 뻔히 알면서 나중에 들어와 살면서 민원을 제기하는, 즉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일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런 경우 주민들의 집단민원 때문에 축사를 이전하라는 것은 사실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수입축산물의 국내시장 잠식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관세가 계속 낮아지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도 육류의 자급률은 67%로 떨어졌고, 쇠고기의 경우 총수입량이 36만 톤으로 전년 대비 21.6%나 증가했다. 주목할 대목은 냉장육 수입량이 6만 톤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면서 한우고기 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금년의 경우 5월까지 수입량을 감안하면 자급률이 37%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산되어 한우산업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돼지고기의 자급률은 70%가 무너졌다. 특기할 일은 냉장돈육의 수입이 지난해 2만 톤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냉장육 수입이 증가하는 것은 국내산 냉장 신선육의 소비를 대체한다는 것으로, 소비시장에서 수입냉장육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한번 수입육으로 전환된 음식점 소비가 국내산 육류로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채널을 유지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낙농의 경우 버터, 치즈, 분유 등 유제품의 수입이 해마다 급격히 늘고 있다. 우유의 자급률이 해마다 낮아지는 이유다. 우유의 소비 홍보 강화가 필요하고 학교급식 시스템의 개선과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
시간은 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다. 그간에 미루고 또 미루어 온 일들도 많다. 이제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 차근차근히 바른길(正道)을 걸어가자. 너와 나의 일이 아닌, 우리의 일을 함께 하자. 역사는 승자의 몫이라고 했다. 우리 후손들에게 건실한 축산을 물려주자. 그것이 역사의 승자가 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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