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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계란을

  • 등록 2017.08.23 11:09:01


남성우  박사(전  농협대학교  총장)


“계란이 사라졌다”, “괜찮다더니…살충제 계란” 8월 16일 주요 신문의 1면 머리기사다. 계란에서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일부 대형유통점들의 계란 판매대가 텅 빈 사진이 함께 실렸다. 지난 1일 유럽에서 똑 같은 일이 벌어져 큰 홍역을 치룬지 보름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일이 터진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산 계란은 문제가 없으니 안심하고 드셔도 좋다”고 발표한지 일주일이 못돼 이런 일이 벌어져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여지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국내산 계란뿐 아니라 전체 축산물에 대한 신뢰 또한 큰 손상을 입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확산되지 않을까 큰 걱정이다.
그 원인을 밝히고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소비자인 국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발 빠르게 오염된 계란을 전량 폐기처분하고 산란계 농장을 전수 검사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잘한 일이다. 유통되는 국내산 계란은 검사를 마친 것으로,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는 것을 정부가 보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축산물의 안전성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과거에 다이옥신, 멜라민, 방부제, 항생제 등의 유해 잔류물질과 O-157 대장균 등 세균이 축산물에서 검출돼 그 때마다 난리를 겪은 기억이 뚜렷하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난다는데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매번 방지대책을 세워서 발표하고 재발을 막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유사한 문제가 반복돼 일어난다. 과연 우리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항상 국내산 축산물은 신선하고 안전하며 맛과 품질이 뛰어나다고 홍보해오고 있다. 비록 생산비가 많이 들어서 값이 비싸더라도 국산은 안전하고 품질을 믿을 수 있기 때문에 사먹는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판단기준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면 앞으로도 과연 소비자들이 우리 축산물을 구매해 줄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계란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소비단계까지 완벽한 안전관리시스템이 확보돼야 한다. 생산, 수집, 운송, 보관, 도매, 소매, 소비 전 과정(from farm to table)에서 일관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안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전후 단계에서 아무리 잘 관리한다고 해도 식품안전사슬(food safety chain)이 단절돼 허사가 되어버린다. 어려운 상황이나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말이 있다. 이제 우리 모두 소비자에게 안전한 고품질 계란을 공급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이를 반드시 실천하도록 하자.
먼저 산란계를 사육하는 농가는 축산법에서 정한 사육밀도를 준수해야 한다. 생산성을 무작정 높일 목적으로 좁은 면적에 과밀 사육을 하면 산란계의 건강이 악화되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된다. 산란계는 여러 층으로 된 케이지에 사육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복사용지 A4크기만 한 면적에 어미닭 한 마리를 사육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밀사육을 하는 농가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에 문제가 된 살충제는 닭의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나 이를 잡기 위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과밀사육으로 인해 기생충은 더욱 번성하게 되고 따라서 더 강력한 살충제를 뿌리게 되는 게 아닌가.
더 심각한 문제는 사용이 금지된 약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하지 말자. ‘나만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버리자. 원칙대로 정직하게 살자. 가축도 엄연한 생명체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육하는 경제적 동물이기는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하자. 그래야만 오히려 가축이 건강하고 질병에도 잘 걸리지 않게 된다. 과밀사육은 비단 산란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돼지, 오리 등의 경우도 해당된다. 이제 농가 스스로 고칠 것은 고쳐나가자. 가축에게 충분한 사육공간을 만들어 주고 친환경적인 축산을 실천하자. 그래야만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또 계란은 집란(集卵) 후 바로 저온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상온에 방치하게 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기온이 높을 때는 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란을 모으는 집란판(集卵板)은 잘 소독하여 세균의 오염을 방지하자. 일회용 집란판은 재사용하지 말자. 
다음으로 계란의 유통개선이다. 산란계 사육농가는 약 1천300여 호인데 비해 계란 유통 상인은 그 배에 이를 정도로 유통경로가 복잡하고 다양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신선식품인 계란을 저온냉장차량이 아닌 일반차량으로 운송하는 사례도 상당히 많다. 정부는 모든 계란 운송?유통업자가 의무적으로 저온냉장차량을 이용토록 하고 불이행시 영업정지 등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해야 한다. 유류 절약을 목적으로 냉장차량의 냉방기를 끄고 운행하는 사례가 없도록 온도 기록 장치를 필히 설치토록 하고 불시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소매단계에서 계란을 냉장판매대가 아닌 일반판매대에서 즉 상온에서 판매하는 매장이 대단히 많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푹푹 찌는 한 여름에 상온에서 계란을 팔고 있는 것을 볼 때는 마음이 아프다. 심하게는 한 여름에 일반 소형트럭에 계란을 싣고 골목을 누비며 판매하는 상인들도 많다. 이래가지고서야 소비자들이 우리 계란을 어떻게 믿고 살 수 있겠는가? 이제 모두 바꾸자. 이대로는 안 된다. 모든 것의 혁신이 필요하다. 냉장차량이 없는 자는 계란 유통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냉장판매대가 없는 판매점에서는 계란을 팔 수 없도록 하자.
전반적으로 계란유통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2천500여명에 달하는 유통 상인이 산란계농장에 중복해서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시정돼야 한다. 심하게는 한 농장에 5~6명의 유통 상인이 수시로 드나든다고 한다.  AI 등 질병의 방역 상 허점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잘못된 관행을 고치기 위해서는 전국에 권역별로 GP센터(Grading & Packing Center)를 설치하고 유통 상인들이 이 센터를 통해서만 계란을 거래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정책을 도입하자. 농장에서 출하한 계란을 권역별 GP센터에서 세척, 선별, 등급판정, 포장하여 유통하게 되면 계란 유통의 선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무슨 일이 터지면 금세 모든 것을 다 바꿀 것처럼 야단법석을 떤다. 언론도 냄비에 죽 끓듯 한다. 그러다가 좀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정부도 업계도 농가도 모두 다 잊어버린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이제 모두 바뀌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고 했다. 비장한 각오와 결의를 가지고 국민들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공급해드리도록 힘을 모으자. 우리 계란을, 우리 축산물을 아끼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실천하자. 그것이 우리나라 축산업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