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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축산현장 항생제 사용에 대한 오해

  • 등록 2017.09.06 11:12:01


박 종 명 원장(한국동물약품기술연구원)


항생물질(抗生物質)은 다른 미생물의 세포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그 세포를 죽이거나 더 이상 증식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약리작용을 나타낸다. 이러한 물질로 만든 약을 항생제(抗生劑) 또는 일상적으로 마이신(mycin)이라고도 부른다.
항생물질이 임상의학에 이용되면서 인류는 비로소 장티푸스(typhoid fever)와 같은 수많은 세균에 의한 감염증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항생물질은 사람·가축의 의약품뿐만 아니라 농약이나 성장촉진을 목적으로 한 가축의 사료첨가제로도 널리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가축에 사용한 항생제가 내성균 출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물론 항생제 내성균 출현의 원인을 두고 축산에서 항생제의 무분별한 남용이 원인이라거나 의사들이 병원에서 항생제를 남용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항생제의 지속적인 장기간 사용은 필연적으로 내성균의 출현을 일으키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1969년 영국에서 항생제를 동물 사료에 사용해 내성균이 출현했고, 사람과 동물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을 발견해, 사료에 페니실린과 테트라사이클린의 사용을 금지해야 하며, 동물 치료용 항생제는 처방에 의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는 스완 보고서(Swann report 1969)가 영국 의회에 제출됐다.
현재 유럽연합(EU), 우리나라는 물론 성장촉진용 항생제(Antibiotic growth promoter, AGP)의 선두 주자인 미국에서도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일반 사용은 금지됐다.
우리나라의 동물용항생제 관리정책은 2011년 배합사료 제조용 동물약품 첨가 사용기준 개정으로 성장촉진용 항생제의 전면 사용금지와 2013년 수의사처방제 도입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오랜 논란과 진통 끝에 성장촉진용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의 생산 판매가 중단되고 항생제를 비롯한 주의를 요하는 동물용의약품은 진료를 담당한 수의사의 처방에 따라 투여하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래전부터 항생제 내성 문제를 중요한 과제로 보고 2015년 ‘항생제 내성 글로벌 행동계획’을 제시하며 사람과 동물과 환경생태계의 건강이 하나라는 원헬스(One Health) 개념에 따라 각국이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2016년 제84차 총회에서 동물과 사람에서 사용되는 항생제의 효능을 보존하기 위한 기본전략을 의결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질병에 시달리고 수의사, 농장주 및 반려동물 주인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모든 동물용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반려동물과 농장 산업동물에서 세균성질병을 치료할 때 항생제의 책임 있는 사용을 해야 한다.
이는 진료한 수의사의 정확한 진단에 따라 올바른 약제를 정확하고 충분한 양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동물에 대한 의약품의 책임있는 사용은 농장의 경우 차단방역, 양호한 축사 환경과 위생관리 그리고 적절한 영양 섭취, 예방 접종을 포함한 건강 및 복지의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질병을 최소화하는 총체적 접근법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수축산기준(Good husbandry practice, GHP), 차단방역 및 위생관리는 농장에서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지키는 기본 요소이다. 그러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최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물은 질병에 걸릴 수 있으며 동물을 치료해야 할 경우가 있다.
통계에 따르면 농장 산업동물 생산의 20%가 질병으로 피해를 보고 있으며, 항생제는 농장 산업동물의 세균성 질병을 치료, 통제 및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균성질병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첫 단계는 우수한 농장 위생관리, 가축군 건강계획 및 충분한 영양과 함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의 접종이다. 예방은 항상 치료보다 우선한다. 진단킷트 등 혁신적인 기술의 사용은 보다 특정된 건강관리를 위한 초기 질병 탐지를 도울 수 있다.
항생제로 동물질병을 치료할 때는 “꼭 필요한 때에 한해서, 치료에 필요한 충분한 양”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동물에 대한 높은 수준의 건강과 복지를 요구하며, 반려동물 및 농장 산업동물을 포함한 많은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보호하는데 항생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균성 질병을 적시에 치료하면 고통을 완화하고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인수공통질병의 경우에는 사람의 감염까지 예방할 수 있다. 동물복지를 지키려는 우리의 노력에는 감염과 질병으로 고통을 받게 되는 동물에 대한 수의사의 책임있는 항생제 처방·사용이 포함된다.
동물에 대한 항생제의 사용 제한은 동물복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과학적 근거에 의해야 하며 동물의 건강과 복지를 손상시키지 않아야 한다.
최근의 유기축산 또는 무항생제 사육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성장촉진제·호르몬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수의사 처방에 따라 치료목적으로는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무항생제 사육이라는 용어는 재고돼야 할 것이다.
과학은 항생제가 의약품으로 사용되기 훨씬 전에도 항생제 내성균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현대의 항생제를 불활성화 시키는 능력을 지닌 박테리아 균주는 3만 년 전의 침적토(沈積土) 퇴적물에서도 발견됐으므로 이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그 기원은 필연적으로 인간 활동의 산물이다.
페니실린의 선구자인 알렉산더 플레밍 (Alexander Fleming)은 1945년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무지한 사람은 쉽게 남용(濫用)할 것이고 치료되지도 않을 양을 미생물에 노출시킴으로써 저항력을 갖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내성균 생성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미래의 항생제 사용을 보호하기 위해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절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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