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대상 불구 국민적 소비억제 현상 초래
농민·소상공인 생존권 위협…“살길 열어줘야”
사회는 밝아졌지만 한우농가의 마음속에는 그늘이 생겼다.
청탁금지법 시행이 지난 9월 28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각 언론매체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사회가 투명해졌고, 부작용은 없지 않지만 긍정적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이상의 응답자가 ‘촌지문화를 없애는데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또한,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40%이상이 긍정적이라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밝은 면이 있으면 반대편에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사실 청탁금지법 위반은 금품을 받는 사람이 '공직자'인 경우에 한정해서 적용된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나 일반 시민 등 가릴 것 없이 3·5·10 규정을 따르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소상공인 및 농가, 화훼 업계는 매출 급감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지난해 대비 화훼농가는 꽃 18.9%, 화환 34.2%, 분화류 36.3%의 매출이 감소했다. 인삼농가는 23.3%, 한우농가는 9.5%, 과수(사과·배) 재배농가는 21% 줄었고, 음식점·주점업 소매 판매는 11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민경천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설 명절 한우고기 선물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20% 이상 줄었다. 법 적용 대상자는 10%도 안 되는데 선물수요가 이처럼 크게 감소한 것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소비억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은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린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권익위원장 시절 입법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입법을 주도한 김 전 위원장도 문제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법의 본질은 이유 없이 공직자에게 선물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 이로 인해 소상공인, 화훼농가, 축산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우농가라고 해서 사회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부분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고 말한다.
밝은 면이 부각될수록 어두운 면을 대변하는 목소리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한 농가는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한우농가의 피해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담스럽다. 시행 1년으로 사회가 많이 정화됐다고 하는데 한우농가만 나서 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자칫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질까바 두렵다”며 “솔직히 말해 지금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는 정치인들의 약속도 더 이상 듣기 싫고, 믿어지지도 않는다. 축산인들의 삶을 희생해서 얻은 깨끗한 사회가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