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올 봄·여름 닭 진드기(와구모) 구제에 비상이 걸렸다. 수의업계에 따르면 닭 진드기는 보통 6~8월 여름철, 특히 장마철과 겹칠 때 가장 기승을 부리게 된다. 봄철부터 서서히 활개를 치기 시작한다. 닭 진드기는 가려움증, 빈혈 등 직접적 피해 뿐 아니라 산란율을 떨어뜨리고 탈색란과 오란을 유발한다. 산란계농가 입장에서 계사 구석구석에 닭 진드기 투성이고 닭들이 긁적긁적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닭 진드기 구제는 필수다. 물론 시중에는 동물용의약품 또는 동물용의약외품(이하 동물약품)으로 품목허가 된 닭 진드기 구제제가 나와 있다. 하지만 농가에서는 지난해 혹독한 살충제 계란 파동을 겪은 터라 닭 진드기 구제제 사용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이들 제품 대다수가 빈계사 사용 등을 용법·용량으로 내걸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지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칫 계란에 살충성분이 남을까 아예 안쓰고 말기 일쑤다. 궁여지책으로 천연제제를 주원료로 한 보조사료에 눈을 돌려 보지만, 그 효능이 쏙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닭 진드기 구제제는 실험 등을 거쳐 반드시 동물약품으로 품목허가를 받아야 하고, 보조사료에 ‘닭 진드기 구제 효과가 있다’고 표현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마음놓고 쓸 수 있는 닭진드기 구제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닭 진드기 방제약품 제조(수입) 품목허가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달라는 공문을 동물약품 품목허가를 맡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내려보냈다. 검역본부에서는 현재 두 제품에 대해 품목허가를 진행 중이다. 사실상 당장에는 산란계농가에서 안전하게 쓸 마땅한 닭 진드기 구제제가 없는 셈이다. 올 봄·여름 닭 진드기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많은 수의전문가들은 이 현실을 감안할 때 우선 시설, 청소 등 환경개선에 포커스를 두고 닭 진드기 구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아울러 천연제제 등이 보다 쉽게 동물약품으로 품목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