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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49. 과열된 육우 도입과 ‘병든 소’ 파문

도입육우 폐사 속출…책임 소재 놓고 검수원들에게 `불똥’
필자, 무리한 도입 따른 근본원인 감사원에 소명

  • 등록 2018.11.14 10:51:32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 1983년부터 시작된 외국품종 육우도입 두수가 단기간에 급격히 늘어났다. 이는 농림부가 추진한 ‘복합영농사업’과 내무부가 추진한 ‘새마을소득증대사업’용 소 도입이 동시에 추진되었기 때문인데, 1984년의 경우는 한해에 7만 두가 넘는 육우를 도입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 급작스런 입식수요 증가에 따른 육우도입의 단기간 내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문제점들도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생물인 육우의 검수, 운송 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체력약화와 폐사축 및 환축발생, 국내 검역시설 부족에 따른 사양관리의 미흡과 농가입식 후 급변한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한 폐사와 환축발생 등 도처에서 문제점이 나타났다. 농가들은 정부와 축협이 ‘병든 소’를 들여왔다고 비판했다.

▶ 발생 빈도가 높은 질병은 링웜(ring worm) 등의 피부병, 눈 충혈과 눈물을 흘리는 핑크아이(pink eye), 기관지염, 기관지폐렴, 콧물을 흘리는 러닝 노즈(running nose), 설사, 외상(外傷), 관절염, 절룩거림(lameness) 등 그 종류도 다양했다. 이 중에서 폐사의 원인이 되는 질병은 기관지염, 폐렴, 설사 등으로 쇠약한 소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피부병이나 눈병은 겉으로 보기에는 흉하지만 생명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대신에 농가에 분양되었을 때 병든 소를 배정했다고 큰 불만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이었다.

▶ 육우를 운송한 모선이나 항공편별로 환축 발생률과 폐사율이 집계되었는데, 폐사율이 낮게는 5~6%에서 높게는 15%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대체로 폐사율이 일반적인 사례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해에 7만 두가 넘는 소를 도입하는 것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도저히 무리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도입은 그대로 강행되었다. 어떻게 보면 폐사율이 높게 나타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 높은 환축발생률과 폐사율의 원인을 따지면서 자연히 검수원의 책임이 거론되었다. 농가입식 후 폐사한 소까지 포함하니 폐사율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병든 소’를 검수했기 때문에 농가 사육 중에 폐사했다고 주장하니 검수원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당시 농가들은 도입육우 사육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었고 시설 또한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사육현장에서의 문제로 인한 폐사 책임까지 모두 검수원들이 지게 되었으니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농가의 사육여건도 미흡했지만 동물검역시설 또한 열악했다. 단기간에 대량으로 수입되는 육우의 검역시설이 부족하여 야외사육장을 임시로 만들어서 검역장으로 사용했다. 보름간 검역장에 머무는 동안 집단사육이 불가피하므로 전염성이 강한 눈병 ‘핑크아이’와 피부병 ‘링웜’ 그리고 호흡기 질병인 ‘기관지염’ 등이 많이 번졌다. 수출국 농장을 떠나 우리나라 농가에 입식, 사육되기까지 소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 그러나 이런 복합적인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살은 검수원에게 겨누어졌다. 모선별로 검수원이 달랐던 탓에 자연히 검수원별 폐사율을 분석하게 되었고, 실적이 나쁜 검수원을 가려서 처벌해야 한다는 쪽으로 사태가 번져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검수원의 잘못이기보다는 단기간의 무리한 도입이 근본 원인인데….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고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태산 같았다.

▶ 1985년 가을 어느 날, 그동안 육우검수를 다녀온 검수원들이 마침내 감사원에 소환되었다. 모두가 감사관의 지시에 따라 개별진술서를 작성했다. 나는 8절지 8장에 앞뒤로 빼곡하게 검수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현지 농장에서 소를 한 마리씩 검사하던 방법, 공급자와 논쟁하며 싸우던 일, 수출국 검역관과의 업무협력 등을 아주 상세히 적었다. 필자의 자랑은 아니지만 당시 호주에서는 수출업체들 사이에 한국의 검수원 중에서 Mr. Nam은 아주 까다로운 사람이니 조심하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내가 까다롭게 한 것이 아니라, 우리 농가에는 호당 2~3마리씩 배정되므로 검수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덜 좋은 소를 받은 농가는 얼마나 실망감이 클 것인가. 다른 검수원들의 심정도 나와 같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나는 또, 호주에서 소를 실은 배를 타고 오면서 관찰했던 일, 미국에서 비행기로 소들을 수송하면서 경험했던 일까지 상세히 기록했다. 특히 혹서기에 미국 검수농장에서 공항까지의 장거리 트럭운송, 공항에서 섭씨 40도의 더위에 장시간 차상 대기, 4시간에 걸친 항공기 선적, 고온스트레스가 생축에 미치는 영향, 비행기 이착륙시의 스트레스. 생축의 비행기운송은 무리라는 점 등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후반부에는 육우도입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대책 등 전문가로서 의견도 첨부했다. 그리고 국익을 생각하며 열심히 임무를 수행한 검수원들에게 선처를 바란다며 글을 마쳤다. 그날 밤 11시가 되어서야 검수원들은 귀가할 수 있었다. 긴 하루였다.

▶ 검수원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자 검수원 파견을 총괄 지휘한 축협중앙회로서도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 축협중앙회는 감사원에 상황을 누차 설명하고, 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다행히 그날 조사를 받은 검수원들에 대한 처벌은 없었는데, 여기에는 명의식 중앙회장과 천병득 감사가 많은 노력을 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 육우도입과 ‘병든 소‘ 파문, 원인을 따지기에 앞서 당시 많은 분들이 마음고생을 했다. 이들을 위해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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