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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51. 미국산 앵거스 비프와 호주산 와규

수입육, 청정 이미지 마케팅…소비시장 거부감 둔화
한우 브랜드 활성화·가격 경쟁력 높여 대응 시급

  • 등록 2018.11.22 18:39:37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외국산 축산물이 국내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FTA체결로 수입관세가 해마다 내려가고 있다. 한우산업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 2016년 쇠고기수입량은 36만1천 톤으로 전년보다 21.6% 증가했다. 호주산이 17만8천 톤(49.1%)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산이 15만3천 톤(42.4%), 뉴질랜드산이 2만 톤(5.6%)을 차지했다. 2017년 수입량은 34만4천 톤으로 4.8% 줄었는데, 이는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소비가 정체되었고 국내산 공급량도 다소 늘었기 때문이다. 쇠고기 자급률은 2013년 50.1% 이후 계속 낮아져 2016년에 38.9%까지 떨어졌고 2017년에는 수입량이 줄어든 덕에 간신히 41%를 기록했다. 현 추세를 감안하면 2018년도 자급률은 다시 3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 그런데 국내 수입쇠고기 유통·소비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7년도 수입쇠고기의 수출국별 비중을 보면 미국산이 16만9천 톤(48.6%)으로 1위를 차지했고 호주산이 15만 톤(43.6%)으로 2위로 밀려났다. 미국산이 전년대비 10%늘어난데 반해 호주산은 오히려 15.5%가 줄었다. 미국산은 2003년 12월 미국의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2008년 수입이 재개된 이후 계속 호주산에 밀리다가 14년 만에 선두를 차지한 것이다. 

▶ 곡물비육쇠고기(grain-fed beef)로 대변되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첫째,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엷어졌다는 것이다. 2008년 5~6월 `광우병촛불시위사태’ 이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었다. 미국산의 수입은 급격히 줄었고 대신 ‘청정지역’임을 내세운 호주산의 수입이 늘었다. 그러나 미국은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면서(그들도 한국인들에게는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잘 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주력했다. 호텔, 패밀리레스토랑, 고급스테이크점 등을 겨냥해서 판촉활동을 계속했고 코스트코,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에서의 판촉행사도 강화하면서 소비저변을 넓혀갔다. 홍보·판촉활동의 효과는 성과를 내기 시작했고 2008년 7월 미국산의 수입시장 점유율이 17.6%까지 떨어졌다가 연말에는 30%대를 회복했다. 2015년 37.7%까지 올라간 점유율은 2016년 42.2%를 기록했고 2017년에는 48.6%로 14년 만에 호주를 앞지르는 성과를 올렸다. 

▶ 둘째,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도 수입쇠고기의 소매유통경로를 보면(축산물품질평가원 자료) 정육점 33.0%, 대형마트 21.5%, 일반음식점 20.6%, 단체급식 16.9%, 슈퍼마켓 7.8%, 백화점 0.2% 등으로 나타났다. 각 유통채널별로 미국육류수출협회가 지원하는 각종 홍보와 판촉활동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이 협회는 미국 육우생산자들의 자조금을 지원받아 수출촉진비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업체들의 적극적인 시장대응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업체들은 한국 바이어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추어 가공을 해주는 적극적인 고객관리를 하고 있다. 바이어들은 실수요자들 즉 소매업체나 음식점들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를 수시로 파악해서 발주할 때 이를 반영한다. 

▶ 셋째, 국내시장에서 유통업체와 음식점들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수입쇠고기만 취급하는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으며 아예 미국산 쇠고기 전문점으로 특화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필자는 미국산 쇠고기 전문판매장과 음식점을 겸영하는 정육점형 구이식당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상술을 보고 참으로 놀랐다. 전문점의 외부 간판에는 ‘미국산 수입육 직판장, USDA 프라임급 냉장육 판매, 정육식당’이라고 버젓이 걸어 놨다. 원산지표시판에는 ‘쇠고기, 돼지고기 모두 미국산만 사용’이라고 적혀 있다. 음식점은 손님들로 매우 붐볐다. 내가 먹어본 소감을 근거로 평가한다면 저렴한 가격은 큰 장점이고 품질과 맛은 한우만은 못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요즘 말로 가성비(價性比)와 가심비(價心比)가 좋다고 하겠다. 이제 수입쇠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유통점이나 음식점들의 영업방식 또한 빠르게 바뀌고 있으므로 우리의 시급한 대응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 호주업계는 ‘호주산 와규’까지 홍보하며 판촉을 벌이고 있다. 청정지역 호주에서 방목해서 키운 ‘와규’라고 선전한다. 알다시피 와규[和牛]는 일본소를 말하는데 비싼 고품질의 쇠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청정과 고품질’을 모두 갖춘 ‘호주산 고급쇠고기’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내세워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쇠고기시장이 세계 수출국들의 치열한 싸움터가 되고 있다. 그들의 무역전쟁이 격렬해 질수록 한우고기의 자급률은 떨어져 갈 것이다. 심각한 위기다.  

▶ 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우고기에서 수입쇠고기로 전환한 유통점이나 음식점들이 다시 한우고기로 되돌아오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우고기의 브랜드화를 다시 활성화하고 어떻게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실천해야 한다. 가장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는 축산물 브랜드화가 근년 들어 동력을 잃고 있어서 안타깝다. 한우자조금으로 하는 ‘한우홍보’도 홍보 횟수를 대폭 늘려서 한우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여야 한다. 한우고기만을 취급하는 농·축협이나 한우고기 전문점과 음식점 등을 통한 판촉활동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시간이 없으므로 서둘러야 한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한우고기를 공급하지 못한다면 ‘미국산 앵거스 비프’나 ‘호주산 와규’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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