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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상’>귀농 축산창업 / 전남 고흥 군모들농장 송유종 대표

온몸 던진 인생 2막…전국 유일 ‘한우마이스터’로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농업, 축산과 동떨어진 삶을 살던 송유종 대표. 다국적기업을 다니던 평범한 도시인이었던 그가 정년퇴직 후 선택한 인생 2막은 ‘한우’이다. 열정하나로 귀농해 전남 고흥에 ‘농장군모들’을 창업한 그는 이제 한우마이스터로 선도농가 반열에 들었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설 수 있었던 노하우를 주변 농가와 공유하고 있는 그는 지금 더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대를 이어 한우사육을 가업으로 삼겠다는 든든한 후계자까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생활보다 치열하게…즐기는 마음이 중요

전남경진대회 입상…수송아지 최고가 낙찰

성공적 귀농에 후계까지…미래가치에 주목


다국적기업에서 영업, 마케팅, 기획을 담당하면서 임원까지 지낸 송유종 대표가 정년퇴직한 후 가장 첫 번째 한 일은 스스로를 내려놓은 것이었다.
“직장생활 때 퇴직 후 무엇을 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그저 ‘잘 되겠지요’라는 답변만 되풀이할 정도로 인생 2막에 대한 준비는 없었다. 그나마 막연하게 생각한 것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것뿐이었다. 그 와중에 생산적인 육체노동으로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때문에 퇴직 때 두 가지 목표를 정했다. 육체노동, 즉 농사일과 신앙생활이 그것이다.”
2009년 4월 30일 30년을 몸담던 회사를 정년퇴직한 송유종 대표는 5월1일 바로 새로운 일에 육체를 던졌다. 지인의 소개로 전남 고흥의 대규모 수도작 농장으로 들어간 것이다. 농장에서 숙식을 제공하면 잔일을 도우면서 농사일을 배우는 조건이었다. “평생 육체노동과 먼 삶을 살다가 갑자기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게 되니 몸이 견디질 못했다. 이틀이 지나 삼 일째 되는 날 몸에서 못하겠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날 ‘아직까지 일하세요’라는 농장 사장의 인사말에 충격을 받았다. 이대로 포기하면 인생 2막은 환상으로 끝이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두 달 동안 모내기 작업을 모두 마칠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송유종 대표는 육체노동을 통해 귀농에 대한 스스로의 의지는 확인했지만 논농사는 주어진 여건과 맞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농장 일에 내 몸이 안 따라가는 현실을 알게 됐다. 머리를 몸이 못 따라 가더라. 논농사는 기계, 사람 등 준비해야 하는 여건이 맞지 않았다. 다시 밭농사를 염두에 두고 강원 횡성의 개인농장을 소개받아 가서 한 달 동안 일을 했다. 그런데 5분을 못 앉아 있겠더라. 포전거래로 유통해야 하는 상황도 내가 생각하던 보람이나 이상과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때 송유종 대표는 새로운 인생을 함께 할 ‘한우’를 만나게 된다. “이 농장 옆에 조그마한 우사가 있었다. 이 때 한우도 농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흥 논농사를 배웠던 죽암농장에도 한우가 1천두나 있었는데 당시엔 육체적 고통 때문인지, 한우는 생각도 못했었다. 횡성에서 60대 중반 소규모 농가가 자동급이기를 설치하고 혼자 한우를 키우고 있었는데 소득도 좀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한우를 키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우사육을 마음먹은 송유종 대표는 고흥에서 일할 때 알게 된 지인을 통해 마침 자기 부모가 사시던 빈집과 외양간을 추천받게 됐다.
아내 전지휘씨와 고흥으로 귀농한 송 대표는 임신우 3두를 구입해 농가주택 외양간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중 한 마리가 3일 동안 밥도 안 먹고 5일째 되는 날 급성 폐렴으로 폐사했다. “자산의 1/3이 사라진 셈이었다. 무엇인가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나에게 맞는 길을 찾아야 했다. 여러 농장을 견학하고 동시에 새로운 집터와 농장부지를 찾으러 다녔다.”
송유종 대표는 군청을 찾아가 농업과 귀농 담당자들과 얘기하면서 친환경축산과 HACCP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그들은 송 대표에게 인근 선도농장에서 2010년 2월부터 7월까지 인턴으로 6개월 일할 수 있도록 해줬다.
“한 마리를 잃은 것은 액땜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려웠다. 생각과 이론, 현장이 잘 안 맞았다. 이론 무장을 위해 교육을 엄청나게 받으러 다녔다. 2011년 우사 신축까지 2년 반 동안 공부를 했다. 2009년 12월 농협축산사이버컨설팅 최고경영자과정이 첫 번째 배움이었다. 3박4일 천안상록리조트에서 이론 교육을 받았다. 이 때 한우사육에 대한 기본적인 틀을 세우게 됐다. 번식우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개념을 잡았다.”
농장부지도 확보했다. 지금의 ‘농장군모들’의 본격 창업이 시작된 것이다. 농장 건립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축사 신축에 대한 주변 민원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송유종 대표는 1년 이상 발품을 팔아가며 소통한 결과 원만하게 해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1년 7월 주택이 준공되고, 그 해 12월 축사가 완공되면서 한우 상시사육 두수 100두, 그 중 60두가 번식우인 군모들농장의 역사가 시작됐다.
송 대표는 2012년 1월부터 혈통이 우수한 송아지를 고흥축협 우시장에서 구입하기 시작했다. 축협의 도움으로 송아지도 추천받고, 어미소도 구입했다. 군청의 안내로 생각하고 있던 HACCP 인증과 친환경 인증을 준비해 그 해 10월과 12월 두 개 모두 인증에 성공했다.
“사육농장의 방향이 스탠더드에 맞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주변에서 권하는 것도 관행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HACCP과 친환경인증, 국가가 원하는 기준부터 충족했다. 사실은 그 기준보다 더 높아야 한다. 인증은 기초, 기본일 뿐이다.”
한우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송유종 대표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2013년 순천대 전남농업마이스터 과정에 들어가 체계적인 이론을 정립하고 현장실습을 통해 농장시스템 구축의 근간으로 삼을 때까지 계속됐다. “마이스터 2년 과정을 한 강좌도 안 빠지고 다녔다. 당시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 아는 것이 중요했다.”
송유종 대표는 2014년 나름대로 목표했던 농장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1년 1산을 목표로 했던 번식간격은 369일로 99%를 달성했다. 번식률은 95%를 목표로 했는데 가임암소 33두 중 31두 출산으로 94%를 이뤘다. 육성률은 100% 목표에서 30두를 성공해 97%를 달성했다.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군모들농장은 2018년 전남한우경진대회에 출품해 미경산우부문 우수상을 받으면서 농장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다. “2017년 고흥군 축산부문 한우소득왕에 뽑히게 됐다. 2018년에는 고흥축협을 통해 출하된 수송아지가 경매에서 수차례 최고가를 기록했다. 번식우 개량의 성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된다.”
2017년, ‘농장군모들’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후계자가 생긴 것이다. “당시 연초에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던 아들을 불러 농장경영을 제안했다. 아들도 동의해 3월에 농장에 합류했다.” 아들 송원호(37)씨가 합류하면서 귀농해 이룬 성공적인 창업에 후계자까지 더해진 것이다.
“아직 작은 규모이다. 소득으로 판단하기보다 미래 직업의 가치를 생각하면 의미는 상당하다고 믿고 있다.”
송유종 대표는 2017년 11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2년마다 선발하는 대한민국 농업마이스터에 선발되면서 전국 유일의 한우마이스터가 됐다.
“한우를 키우고 경험한 것, 사육방법 등을 혼자 갖는 것은 의미가 없다. 마이스터가 되면서 공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가치 창출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유이다.”
송유종 대표는 2017년 11월 고흥군 한우연구회를 조직해 주변 한우인들이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학습단체로 키워나가고 있다. 스스로 토론하고 발표하는, 뿌리가 튼튼한 한우인들이 그의 주변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한우사육은 과학과 경영의 결합이다. 돈 버는 것과 잘 키우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한우사육의 특성은 다양한 수익구조가 있다는 것이다. 회전율, 규모, 품질차별화, 타이밍 등을 꼽을 수 있다.” 송 대표는 농장관리에 대해선 기본에 충실하는 것과 교육컨설팅, 기록, 개량 네 가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송유종 대표는 현재 적지 않은 시간을 쪼개 스스로 겪은 귀농사례와 번식우 사양관리 노하우 전파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장소와 공간에서 강의를 통해 귀농, 사양관리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송유종 대표는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겐 온몸을 던져 즐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애물은 인생 전체로 보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귀농인들은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다. 도시생활을 접고 온몸을 던져 실행할 때 성공률도 높아진다. 퇴직하고 빨리 스스로를 떨어뜨려, 즉 직하강해 남의 집에 들어가 몸으로 일하면서 배운 것이 내 것이 되는 지름길이 된 것 같다. 직장생활보다 더욱 치열하게 스스로의 의지를 즐기겠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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