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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A2 milk 마시자고 젖소 품종 바꿔야 하나

  • 등록 2019.01.17 19:45:52


윤 성 식 교수(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금년도 우유생산량이 작년 수준을 약간 밑도는 203만 톤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신생아 출산율이 낮다보니 학교 교육은 물론이고 식품산업도 대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음용유 소비량도 내리막길에 접어든 게 벌써 여러 해 되었다. 농가는 매년 원유 생산량을 줄이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지만 거꾸로 1인당 유제품소비량은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산 원유가 이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는 형편인데 모 제약회사는 호주산 우유를 수입, 판매하면서 “초지 방목, 모유와 유사한 성분으로 소화가 잘되는 우유”라면서 a2 milkTM 홍보에 호들갑을 떨고 있다. 국내 낙농산업의 지속가능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수입우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는 현실을 보면서 A2우유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펜을 들었다.
  필자가 A2 단백질과 관련된 논문을 접하게 된 것은 꽤 오래되었다. 당시는 A2 단백질이 많은 우유가 건강에 좋다는 주장이 특정 단백질을 앞세워 유별난 주장을 떠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모유성분과 우유 성분을 서로 비교하는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카제인은 우유단백질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는 인산과 결합하고 있는 복합단백질, 그 종류도 4가지나 된다. 즉 알파(αS1, αS2), 베타(β), 카파(κ) 카제인으로 구분한다. 유즙에 들어있는 여러 단백질 중에서 카제인은 프롤린(proline)이라는 특정 아미노산 함량이 비교적 높아 물에 녹기 어렵기 때문에 수중에서는 미셀(micelle)이라는 현탁된 입자로 존재한다. 지난 80년대 몇몇 의사들은 우유단백질이 소화되면서 만들어지는 펩타이드들이 인체 건강에 이로운지 아니면 해로운지 궁금한 나머지 이에 대한 연구를 착수하게 된다. 이후 90년대를 통하여 소수의 뉴질랜드 학자들은 A1, A2 베타-카제인(beta-casein)의 차이를 동물의 알레르기 관점에서 찾고자 하였다. 그 결과 A1 베타-카제인이 들어 있는 우유를 많이 마시는 국가에서 알레르기나 만성질환이 자주 발생한다고 보고하였다.
  아시는 바와 같이 우유는 대략 87%가 물이고 13%가 고형분이다. 우유 건더기라고 할 수 있는 고형분에는 탄수화물인 유당, 지방, 미네랄, 그리고 단백질 등이 함유된다. 우유단백질의 주성분은 카제인이고 이것의 약 30-35%는 베타-카제인이다. 이 양을 가름 하려면 우유 1리터당 티스푼으로 2개쯤 정도로 상상하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베타-카제인은 젖소의 유전자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태로 생산되는데, 가장 흔한 것이 A1 형과 A2 형이다. 베타-카제인에 속하는 이 두 종류의 단백질은 공통적으로 총 209개 구성 아미노산 중 오직 한 개의 아미노산 서열이 다르다. 즉 67번째 아미노산이 프롤린(proline)이면 A2이고 프롤린 대신 히스티딘(histidine)으로 대체되면 A1이다. 인간의 소화효소는 베타-카제인을 정교하게 인식, 절단할 수 있기 때문에 A1과 A2는 소화과정에서 서로 다르게 가공된다. 카제인이 효소에 의해 잘게 쪼개져 10여개 미만의 아미노산으로 연결된 조각을 펩타이드라 부른다. 이들 펩타이드 중에는 모르핀과 같은 기능성분들이 알려져 있는데 이를 케소모르핀류라 한다. 메클라클란과 엘리엇(McLachlan and Elliot)은 베타-카제인이 쪼개진 7개 아미노산이 결합된 펩타이드를 베타-케소모르핀7(beta-casomorphin-7), 간단히 BCM-7으로 명명하였고 아미노산 결합 순서는 Tyr-Pro-Phe-Pro-Gly-Pro-Ile이다. 이것은 A2 단백질이 효소에 의해 분해되면 만들어지지만 히스티딘이 있는 A1 단백질로부터는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A2우유를 섭취할 경우 실제로 인체의 소화관에서 과연 BCM-7이 생산되는지 여부가 관건인데,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일관성이 결여되어 그 유무를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 BCM-7은 소화관뿐만 아니라 치즈와 같은 유제품의 발효과정에서도 생길 수 있어 발효유 홍보에 이용할 호재이긴 하지만 일부 유산균과 세균이 생산하는 peptidase(PepX) 효소에 의해 분해될 수도 있다. 게다가 발효유나 소화관에서 생성된다고 혈액내로 다 흡수되는 건 아닐뿐더러 뇌막을 투과할 수 있는지 여부조차 알려진 게 별로 없다. 
  학자들은 베타-카제인의 특정 위치를 차지하는 프롤린이 히스티딘으로 대체되는 젖소의 유전적 변이는 대략 수천여 년 전에 유럽에서 생겨났으며, 서구의 육종기술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믿고 있다. A1, A2 베타-카제인의 비율은 국가나 지역마다 다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사육하는 젖소에서는 A2 단백질이 많은 우유가 생산되는 반면 A1 단백질이 많은 우유는 미국, 프랑스를 제외하고 유럽 여러 나라, 호주와 뉴질랜드의 젖소에서 주로 생산된다. 평균 건지(Guernsey)종의 70% 이상이 A2 단백질 위주의 우유를 생산하는 반면 홀스타인(Holstein)과 에어셔(Ayrshire) 종은 46-70%의 A1 단백질을 생산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99% 젖소가 홀스타인종이므로 A1 베타-카제인이 많은 우유가 생산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관련 자료를 보니 모유, 양유, 염소유 등에는 히스티딘 대신 프롤린이 들어간 A2형 베타-카제인 함량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체로 성장속도가 빠른 포유동물의 유즙에는 카제인 함량이 인간의 모유에 비해서 상당히 높다. 베타-카제인이 우유보다 더 많이 들어있고, 지방구 크기가 우유보다 작기 때문에 모유와 더 가깝다고 주장하는 산양유, 염소유로 만든 조제분유, 성장기 분유가 일반 우유로 만든 제품보다 알레르기 발생율을 낮춘다는 실험적 근거는 없다는 게 유럽식품안전청(EFSA) 전문가위원회의 평가다. 심지어 기존 우유의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소아당뇨, 심혈관질환, 알레르기, 자폐증과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 등과 A2우유는 무관하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정하였으니 참고할 일이다.
  칼슘과 인의 함량이 높고 단백질, 유당, 지방, 무기질, 비타민 외에도 다양한 생리활성 성분이 들어 있어 특히 어린 동물의 성장에 긴요한 식품이 바로 자연식품(whole food) 우유가 아니던가. 우유에는 무려 100여개 이상의 영양소와 유효성분이 들어 있으니 각 성분들 간의 조화를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식품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세상이다. 천연물이나 각종 식재료에 함유된 유효성분들을 추출, 조합하여 판매하는 소위 기능성식품, 슈퍼푸드 등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가. 마무리하자면 A2우유가 기존 A1우유에 비해 건강에 좋다는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다. 그러니 확실하지 않은 주장만 믿고 젖소품종을 바꿔야 하는가. 식품의 기질과 영양성분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 대신 왜 우리는 특정성분을 추출하여 그것만을 강조하려고 하는가.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과일에 비타민C가 많아서 좋은 게 아니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이 몸에 좋은 게 아닌가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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