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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상’>가업승계 / 전남 무안 샛별농장 문만식·문석주 부자

“가족 행복이 최우선”…잘 나가던 광고인이 `한우 부농'을 꿈꾸다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농촌을 떠나 서울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생활을 하던 전남 무안 샛별농장의 문석주씨가 가업승계를 위해 귀농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실력을 인정받아 괜찮은 회사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을 계기로 이직 전 3개월만 농장 일로 건강을 챙겨보자는 생각에서 고향을 찾았다가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것이 결정적인 귀농의 계기가 됐다. 아버지 문만식 대표의 농장에 취업한지 3년. 차근차근 가업승계를 위한 경험을 쌓고 있는 문석주씨를 만났다.


한우 130두 쌀 3만평…부친 농장에 취업한 셈

부모에게 인정받아야 성공…진취적 각오로 도전

청년한우인회 통해 성과 공유…브랜드도 계획


샛별농장 문석주(35)씨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도아 우사를 치우기도 했지만 한우를 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중학교 때 일손을 거들기 위해 집에서 농장으로 오는 길목에는 공공도서관이 있었다. 문석주씨는 “도서관에 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문득 내일이 시험인데 나는 왜 농장에 가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결국 성적까지 떨어지지 시작했다. 문석주씨의 생각이 달라진 것은 TV CF 한편을 보고 나서이다. 환경미화원이던 아버지 일을 돕던 명문대생 아들이 나오는 광고였다. 그 때 아버지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자기 일도 잘하고 아버지 일도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 때부터 농장 일도 열심히 하고 성적도 오르면서 서울로 대학도 가게 됐다.

그는 도시생활을 꿈꿨고,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며 법학을 전공한 후에는 광고기획자(AE)의 길을 걷게 된다. 대학시절 교육연합신문에서 취재기자(인턴) 생활을 한 것도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는 TV광고부터 라디오광고, 디지털광고, 모바일 온라인 제작 등에 근무하면서 광고인으로 경력을 쌓았다.

“결혼을 하게 됐는데 집안의 도움을 바라지 않았다. 결혼식도 약소하게 하고, 원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열심히 하면 뭔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결혼 3년 만에 1억원을 모았다. 당시에는 큰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둘째까지 임신을 했는데, 마흔 줄에 접어든 선배를 보니까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 때 문석주씨 나이는 33살이었다. 그래도 열심히 직장을 다니면서 광고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제1위 업체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정말 이 무렵에 단 하나의 고민이라면 그간 반복됐던 야근과 철야로 인해 성격만큼이나 둥글둥글해진 몸매뿐이었다. 급기야 이직하기로 한 날짜를 3개월 연기한 채 임신한 아내와 4살배기 딸과 함께 고향의 아버지 집 현관문을 두드리게 됐다.”

유년시절의 경험상 감량효과에 농장 일이 확실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3개월 동안만 아버지 일 도와드리면서 신세 좀 지겠다고 말씀드리고 한우농장에서, 3만평에 달하는 논에서 구슬땀을 쏟기 시작했다. 다이어트 효과는 만족스러웠다. 두 달 만에 20kg을 감량했다. 농장일도 힘들기보다는 옛날 생각도 나고 재미있었다. “가족의 만족도도 높았다. 아내와 나 모두 서울에 연고가 없다보니 의지할 곳이 없어 가사와 육아에 부담을 느끼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시어머니로부터 여러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흡족해 했다. 좁은 집에서 갇혀 지내다 탁 트인 마당이 있는 집으로 오니 딸이 정말 좋아했다. 그 과정에서 후계에 대한 아버지의 고민을 알게 됐고 복합적인 고민을 하다가 축산에 종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의 직장생활과 도시에서의 미래 비전보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문씨의 아버지 문만식 대표는 1990년 샛별농장을 창업하면서 송아지 2두로 한우사육을 시작했다. 현재 위치로 우사를 지어서 온 것은 1996년이다. 자가 조사료포 2천평, 건평 600평의 농장에서 130두를 일관 사육하고 있다. 번식우는 60마리이다. 수송아지는 팔지 않고 거세 후 비육한다.

문석주씨는 현재 매월 급여를 받고 있다. 본격적인 가업승계 전에 경험을 쌓기 위해 샛별농장에 취업을 한 셈이다. “아버지한테 충분한 믿음을 보여주고 안심시킨 후에 농장을 승계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샛별농장은 쌀농사도 3만평 짓고 있다. 볏집은 충분하다. IRG도 연간 250롤을 자체 생산해 급여한다. 일부 남는 물량은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배합사료에서 목무신축협 TMF사료로 전량 전환했다. “그 전보다 사료 효율이 좋아졌다. 무제한 급여에서 사료를 바꾼 다음 TMF사양관리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문석주씨는 청년한우회 모임을 지식채널로 삼아 여러 내용을 리서치하고 있다. “청년한우회는 세미나, 워크숍, 발표회 등을 통해 서로 성과를 공유한다. 현재 60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데 정회원은 40명 선이다. 보다 체계화되는 과정이다.”

현재 샛별농장의 사양관리에 대한 의사결정은 문석주씨가 직접한다. 다만 소를 입식시키거나 출하하는 것은 아버지가 결정한다.

“의견 충돌은 전무하다. 일방적으로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려고 한다. 번식우는 수정사가 정액을 선택해준다. 설명을 들으면서 지금은 만들어보고 싶은 소에 대한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 정액구입은 아버지 명의로 하게 되어 있어 앞으로 내 명의로 정액을 선택해 나만의 소를 만들어 보고 싶다.”

문석주씨는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아직 많다고 했다. “아버지는 농장의 모든 일에 대해 A부터 Z까지 알려주기보다 필드에서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 비육우는 3년 동안 출하내역을 뽑아보니 육량은 좀 줄었는데 육질은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TMF사료로 전환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공수정하면서 개량 성과가 있는지도 면밀히 분석 중이다. 도체중이 안 나오는 것이 고민인데, 30개월령 출하에서 32개월령으로 늘릴까 고민 중이다.”

문석주씨는 가업승계 과정에서 축사를 신축하는 방법보다 아버지의 축사를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얼마 전에 함평에서 한우 1천600두를 사육하는 농가를 만나봤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보통 200~300두에 안주한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들으면서 욕심이 생겼다.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노력해 정말 많은 두수를 잘 키우는 한우인이 되고 싶다.”

문석주씨는 스스로 모든 분야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버지보다 항상 더 일찍 일어나 농장 일을 시작하는 것은 기본이다. “성공적인 축산업 가업승계. 성공이란 바로 부모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그는 성공을 위한 실질적 실천과제도 얘기했다. “한우일관사육 3년차에 접어들면서 지금까지의 경힘을 바탕으로 꼭 필요한 사항을 크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인공수정, 개체관리, 치료기술, 인프라구축이 그 것이다.”

특히 문석주씨는 유통에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우브랜드만 해도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유명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인지도도 부족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차이점도 분명해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자구책으로 우선은 청년한우회 회원들과 연계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구상 중이다. 이른바 ‘청년한우(가제)’ 라는 브랜드인데, ‘청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청년의 한우’라는 컨셉으로 기존 브랜드들과는 다른 신선함을 추구하려 하고 있다.”

문석주씨는 아직 귀농이라는 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사용을 망설이고 있는 잠재적 축산2세 후계자들에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미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선후배 축산2세 경영인들과 언제든 함께 할 수 있고, 도시생활 못지않은 그 이상의 설레는 꿈과 도전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난관에 부딪혔거나 혹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고향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한편 샛별농장 문만식 대표는 현직 목포무안신안축협 조합장이다. 그 스스로가 귀농해 축산창업에 성공한 주인공으로, 이제 지역사회의 지도자로서 축산인 권익보호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부인 이혜숙(35)씨 사이에 6살짜리 큰 딸과 2살 아들, 1살 딸을 두고 있는 문석주씨는 “이번 공모전도 아버지와 상의 없이 나갔다. 스스로 진취적인 각오와 성실함으로 무장해 가업승계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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