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드론방제 이대로 좋은가?
농업인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 해결을 위해 최근 드론을 활용한 병충해 항공방제가 일상화되면서 양봉농가들이 살충제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 25년간 청주시 남이면서 양봉만을 전업으로 하는 이기천 그린양봉원 대표는 하루아침에 애지중지 키워온 300여군의 꿀벌들이 모두 폐사하는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이기천 대표는 “지난해 7~8월 중순경, 지역농협이 관내 농업인의 편의를 위해 드론을 활용한 농경지에 1~2차로 나뉘어 벼충해 예방차원에서 방제작업을 실시했다. 그런데 지난 2017년에 한 것 처럼 관내 농협이 사전에 연락만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며 적지 않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 당시 양봉 사업장과 문제의 농경지와의 거리는 불과 70~150m로 근접해 있었다는 것.
이 대표는 “무인드론 약재 살포시 오전 9시 이후에는 방제를 금지하라는 주의사항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해당 농경지는 오전 10시~11시 경에 살포된 점은 명백한 잘못”이라며“벼에서 이삭이 나왔을 때 꿀벌들은 본능적으로 화분을 채취하기 위해 아침부터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컸다”고 강조했다. 결국 ‘소통부재가 가져온 인재’라는 것이 이 대표의 주장이다.
소통부재는 둘째 치더라도 자체 기본적인 방제 매뉴얼 원칙도 지키지 않고 의욕만 앞서는 행정 지도가 참사를 키웠다는 것이다. 또한 꿀벌에게 치명적으로 강한 살충제인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전 공유조차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더욱 안타까운 것은 피해에 따른 정황증거를 모두 취합해 해당 농협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최소한 책임 있는 답변과 조치를 바라고 있지만 현재까지 피해 실태파악 조차도 나오지 않고 자신들은 잘못 없다는 미온적인 대응에 더욱 더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분개했다.
이런 피해는 청주시 문의면 자연양봉원(대표 김군필, 200군), 청주시 옥산면 청남꿀농원(대표 강인형, 220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농가의 피해액만도 자체추산 2억원에 달할 정도다.
이번 피해농가들은 “피해에 따른 보상도 중요하다. 다만 이와 같은 피해사례가 언제든지 또 재발할 수 있다. 상생은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양봉사업장 주변에 살충제 살포시 반드시 사전에 이를 양봉농가에 알려주고, 매뉴얼 수칙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