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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생물다양성과 낙농업의 지속가능성

  • 등록 2019.04.17 10:42:05


윤 성 식 교수(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풀 한포기 찾기 힘든 사막과 노고지리 노래하는 청보리 밭,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도심과 한가로운 목장이 있다. 어느 곳이 더 인간이 생활하기 좋은 지역인가.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 보라. 후자가 더 살기 좋은 지역이라고 답할 사람은 아마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왜 청보리밭이 사막보다 살기 좋은가. 거기에는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생명체들이 사막에 비해 더 많고 다양하기 때문이라는 거다. 우리 인간들의 삶을 이어가게 해주는 자연과 그 안에 있는 생물들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학문, 즉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물다양성이 큰 지역이 인류가 거주하기 적합한 바람직한 환경이다.
유엔환경계획이 2009년에 발간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경제학’을 보면 생물다양성의 가치를 잘 설명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생태계 서비스를 생산하는 기반이 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훼손되면 인류의 행복과 안녕을 좌우하는 생태계 서비스도 훼손된다. 이런 생물다양성은 우선 인류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토대가 될 뿐만 아니라 공기와 물의 정화, 토양 보전, 폐기물 분해, 가뭄과 홍수 예방, 농작물의 번식과 생장, 악천후 완화는 물론 인간 정신의 함양, 심지어 문화적 다양성을 창출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한다. 2005년에 세계자원연구소가 발표한 새천년생태계평가(Millennium Ecosystem Assessment)에서도 마찬가지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은 직접적으로는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 행복과 안녕을 유지하는 다양한 요건에 기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생태관광과 휴양 등을 통하여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생물다양성 훼손에 따른 생태계 변화와 관련된 비용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소요되며, 아예 돌이킬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은 대략 1천300만~1천400만 종으로 추정되나 학계에 알려진 것은 고작 13%에 불과하다. 열대우림과 산호초를 가진 약 12개국에는 모든 야생생물종의 2/3가 서식한다고 하지만 정확한 데이터는 알려진 게 없다. 문제는 현재 지구촌의 생물다양성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선의로 포장된 개발 및 오염에 의해 2만5천~5만 종정도가 사라져가고 있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진다. 이 추세대로라면 향후 20~30년 내에는 지구 전체 생물종의 25%가 멸종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 나고야의정서(Nagoya Protocol) 등을 체결함으로써 생물의 다양성 보존을 강화하고 있다.
인류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일은 한 국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지구촌의 당면과제다. 세계 인구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니 식품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종래와 같은 관행으로 식품생산을 늘리다보면 거의 필연적으로 생물다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야생 생명체와 서식처를 지키는 일이 축산뿐만 아니라 농업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는 견해가 세계 축산업의 화두가 되었다. 잠시 낙농산업을 살펴보자. 2017년 세계 우유생산량은 8억6천만 톤으로 2050년까지 그 소비량은 60% 가량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낙농산업이 이러한 수요증가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축산업에 이용이 가능한 자연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 외에도 낙농업과 사료생산을 비롯한 연관산업이 야생 생명체들과 그들의 서식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메리카 대륙의 드넓은 평야지대가 가축사료용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주거용 토지의 30%, 음용수의 70%가 식량생산을 위해 사용된다. 지난 10년간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8%나 증가했다.
따라서 식량생산은 기후변화, 토양침식, 서식처 파괴, 생물다양성 감소의 일등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서식처 변화, 비료의 사용, 빛과 소음공해, 영양소  고갈, 온실가스 방출 등을 통하여 축산업은 직, 간접적으로 지구상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 낙농생산규모는 30% 증가했으니 낙농관련 환경조건들은 낙농목장 인근 생물다양성에 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사료나 비료를 사용하는 관행은 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제 우리는 국내 낙농업의 관행을 점검해야할 시점이 되었다. 해충구제, 지력 증진, 담수질 향상, 그늘막(shelter) 조성과 같은 생태 환경서비스를 통하여 생물다양성 보전을 추구할 경우 장기적으로 낙농생산을 증진하고 농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보고서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세계식량농업기구 가축환경평가실행협력위원회(FAO/LEAP)가 발표한 LEAP 가이드(2015)에는 축산업계가 생물다양성을 제고하기 위해 취해야 할 행동강령을 다음과 같이 3단계로 정했다. 1단계는 목장과 인근지역 생물다양성에 잠재적 영향을 미치는 위험지역 분석과 정량적 지표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낙농생산 때문에 생기는 생물종들의 서식지 파괴, 공해유발, 지하수 과다 이용, 기후변화 등이 포함된다. 2단계는 생물다양성 서비스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목장뿐만 아니라 인접지역의 기능에 중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토양형성,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 수질관리, 지역 특산물의 서식처 관리 등이 포함된다. 3단계는 생물다양성 관리전략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생물다양성을 제고하는 노력이 목장과 인접지역에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인식을 지키는 것이다. 그늘막 설치대의 설정, 대단위농업(ago-industry), 가축용 펜스설치, 침입종 관리, 토양침식 제어, 정밀관개(irrigation) 및 비료사용, 잔류식생(remnant vegetation) 유지 및 관리 등이다. 농가에서 착수한 실제 관리전략은 무엇인지,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효과적으로 이행되는지, 객관적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이용한 더 효율적 관리와 검증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농가에 대한 성공적인 지식 전수,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생물다양성의 혜택을 설명하는 등 폭넓은 소통이 필요하다. 작년부터 시행된 ‘가축분뇨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무허가축사 문제, 가축사육 제한구역 문제, 가축분뇨 악취 등으로 국내 축산업계가 겪는 고통과 시련이 안타깝지만 생물다양성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우리나라 낙농업은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하는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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