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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EAT-Lancet 위원회가 권장하는 건강한 식단

  • 등록 2019.05.24 13:24:43


윤성식 교수(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지질학에서는 지구의 나이를 지층의 구조 변화에 따라 구분한다. 홍적세, 충적세는 신생대 4기에 속하는 기간이다. 그런데 지질학이 아니라 역사학자나 인문학자들 사이에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장구한 지구사(史)의 입장에서 볼 때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지질학적 변화를 이끄는 주요 세력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굴착기 등을 이용한 땅파기 활동 하나만 봐도, 호모 사피엔스(인류)는 지구 전체를 뒤덮은 강물들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퇴적층을 옮겼다는 거다. 그뿐만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이기적 활동으로 해수면을 상승시켰고, 대기 중 오존층을 파괴했으며, 바닷물을 산성화시켰다는 주장이다. 자연 스스로가 오랜 세월을 거쳐 형성했던 지질학적 변화가 인간에 의해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음을 감안해, 서구의 학자들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제안하고 있다. 

인류세라는 용어를 들으니 좀 섬뜩한 생각이 든다. 영겁에 가까운 긴 세월을 인간이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인류세는 지구를 인간이라는 포유동물이 점령한 시대인데 문제는 하천, 숲, 평야 같은 삶의 공간을 우리는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현대인들이 만드는 모든 환경변화는 과연 하나뿐인 지구를 지킬 수 있는가. 간단히 말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거다. 급격한 환경변화는 인류의 생존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엄청난 위험을 노출하고 있으니 어떻게 하든 이를 막아보자고 발 벗고 나선 단체가 있다. EAT-Lancet위원단은 미국 하바드대 의대 윌렛 교수와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 록스트룀(스톡홀름 환경복원연구센터)박사가 공동위원장이다. 인체건강, 농업, 정치학 및 환경과학 등 서구 16개국에서 18명의 학자들과 19명 집행이사(commissioner)가 참여했다. 이 단체는 세계의 식량체계 전환을 촉구하기 위해 Stordalen 재단, Stockholm 환경복원센터, 그리고 의료자선단체인 웰컴트러스트(Wellcome Trust)가 공동으로 설립한 비영리 국제기구이다. 지구상 인류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해 공정하고도 지속가능한 식량체계의 변화라는 거대한 비젼을 내걸고 출발했다. 적어도 2050년까지 세계 모든 인구가 먹는 식품을 건강한 식단으로 바꾸면 지속가능한 환경보전이 달성된다는 주장이다. 

환경보전에 관여하는 여러 인자 중에서 식품은 인류의 건강과 환경지속가능성을 최적화 시키는 최고의 수단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현행 식품의 생산·소비 체계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를 위협하고 있다. 인류가 대면하고 있는 가장 큰 난제는 지속가능한 식품체계로부터 건강한 식단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인류에게 공급하는 것이다. 현재 세계의 식품체계는 인구증가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무려 8억 명 이상이 아직도 식품 부족으로 고생하거나 저질식단 또는 식품과잉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불건전한 식단으로 말미암아 음주, 마약, 흡연보다도 더 높은 사망률, 유병률에 노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한다. 현재의 식품생산체계는 기후는 물론 생태계의 복원을 위협한다. 이러한 생태계 파괴가 지속된다면 그 결과는 끔찍할 것이다. 그러므로 세계의 식품생산과 소비체계를 과감하게 바꾸는 일을 당면과제로 인식한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환경이 극도로 훼손된 지구를 상속받지 않으려면 그리고 더 많은 인류가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고통 받지 않으려면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는 UN에서 설정한 지속개발목표(SDG)와 파리협정의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게다. 인류가 먹는 식단이 건강과 환경지속가능성에 연계되어 있다는 과학적 증거는 차고 넘치지만, 전 세계가 공감하는 건강한 식단과 지속가능한 식량생산 목표는 없기 때문에 지구적 식량체계를 바꾸는 일은 국제적인 대규모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이 기구는 2가지 지향점을 설정하고 있는데 최종소비인 건전한 식단과 지속가능한 식량생산이 그것이다. 식품의 생산, 가공, 소비에 이르는 전체 공급선을 따라서 식품체계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므로 식품이야 말로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단하나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이다. 다양한 형태의 식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실적은 많다. 결론적으로 식물성 식재료가 많고 동물성 재료가 적은 식단이 건강과 환경보전을 가져다 주었다고 믿는다. 인류의 생활공간을 안전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특정식품군의 섭취(예컨대 과일 100~300g/일)를 과학적 목표로 설정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구를 지속가능한 안정한 모습으로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안전공간영역은 과학적 불확실영역의 최소지점에 있는 경계선이다. 이 경계를 넘어서면 인류를 매우 위험한 불확실 영역으로 떠미는 것과 같다. 안전영역 바깥에서 작동하는 여러 가지 활동, 예컨대 생물다양성의 상실, 불충분한 채소 섭취는 지구체계의 안정성뿐만 아니라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일로 간주한다. 

EAT-Lancet위원단은 과채류, 견과류, 두류 소비는 2배 늘리는 반면 적색육류와 설탕 소비는 50% 이상 감소를 목표로 한다. 식물성 식재료(plant-based foods)가 풍부하고 동물성이 적게 포함된 식단은 인체건강 증진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도움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 단체가 건강한 식단으로 권장하는 하루 섭취량(약 2500 Kcal)을 식품별로 구분해 살펴보자. 전곡 232g, 구근 또는 전분성 채소(감자, 카사바 등) 20g, 채소류 300g, 과일류 200g, 낙농제품 250g, 단백질식품(적색육 14g, 가금류 29g, 계란 13g, 생선 28g, 두류 75g, 견과류 50g), 유지(불포화 40g, 포화 11.8g) 설탕류 31g.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같은 적색육은 제한식품으로 그리고 낙농제품은 선택식품으로 규정했다. 250g의 낙농제품은 우유로 환산하면 하루 한 컵 정도에 해당하는 250mL에 불과하다. 건강을 위해 하루에 시유 3컵을 권장하는 국제낙농연맹(IDF)이 잔뜩 긴장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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