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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우리가 먹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안전한가?

  • 등록 2019.06.12 10:06:19


윤성식 교수(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인간이 평생 동안 먹는 식품은 약 100톤에 육박할 정도로 많고, 일생동안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는 추세다. 평생음식의 종류와 양이 이처럼 많다보니 섭취하는 식품의 종류와 양이 개인의 건강을 직접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식생활 패턴이 눈에 띄게 바뀌고 있고 건강에 유익한 식품을 골라 먹는 풍요의 시대가 도래했다. 요즘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강조표시(health claim)를 붙여야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일 정도가 되었고,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건강식 시장의 확대는 대략 2천억 원에 달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시장이 단단히 효자 노릇하고 있다고 본다. 문제는 우리가 먹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의 주성분인 유산균 섭취가 과연 건강증진 효과가 있는가 그리고 이들은 얼마나 안전한가가 궁금하다. 10여 년 전부터 유럽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내에서 프로바이오틱스 균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각국은 유산균 원료를 사용하는 자국 내의 완제품 제조사에게 몇 가지 안전성 관련 서류를 요구한다. 안전성 자료란 유럽식품안전국(EFSA)에서 안전성이 있다고 고려되는 Qualified Presumption of Safety(예단적 고안전성)을 말한다. 식품용 미생물이 QPS 지위를 얻으려면 다음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한다. 

첫째로 해당 균주의 동정 결과이다. 동정이란 미생물의 분류학적 그룹 및 이름을 확인하는 작업으로서 균주의 사용 가능성이나 안전성을 입증하는 데 기본적인 정보다. EFSA는 QPS 균주로 인증 받으려면 미생물 종(species)은 물론 균주(strain) 수준까지 명확하게 밝히고, 해당 균주를 공인된 기탁기관에 맡긴 증명서를 요구한다. 균주기탁을 요구하는 이유는 유산균제품 판매에 따른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관련기관이 원균주(original strain)을 쉽고 빠르게 확보해 그 원인을 추적하기 위함이다. 

둘째로 해당 균주의 안전한 식품사용 이력을 제공하는 일이다. 유럽연합 내 특정 국가에서 해당 미생물 제품이 등록 또는 판매된 이력이 있다면 그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인위적으로 유전자 변형체를 제작했다면 그 목적과 변형 유전자의 안전성을 입증해야한다. 

셋째로 해당 균주의 생태학적 서식처 및 분포를 적어야 하는데 여기서 미생물의 기원(origin)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유산균은 인간의 분변이나, 동물(돼지, 닭 등), 발효식품이나 토양 등에서 자주 발견되는데, 인간이나 발효식품에서 분리된 분리주가 가장 안전하다. 동물에서 분리한 유산균은 인간의 분변에서 분리된 것과 동일한 종이라 할지라도 안전성이 보장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간의 장내 환경이라는 특수한 서식처에서 면역학적, 유전적으로 순화된 유산균이 장내에 정착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동물유래 유산균은 인간으로부터 분리한 유산균보다 생존성이 강하므로 마치 인체 장관에서 효과가 우수한 것처럼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유익한 효과를 장기적으로 검증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저 요건으로 동물에서 유래된 유산균을 사용할 경우 “동물에서 분리했다”는 사실을 제품에 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넷째로 인체에 대해 독성 또는 병원성을 보유할 잠재적 가능성 여부를 소명해야 한다. 항생제내성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 과학적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미생물이 식품 기질 중에서 증식할 때 2차 대사산물로서 독성물질을 생성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서 총유전체염기서열분석(full genome sequence analysis)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학자 등 전문가들이 과학적 절차를 통해 물질의 의도된 사용조건 하에서 안전성을 평가할 경우 안전하다고 판단한 물질을 줄여서 GRAS(generally recognized as safe)라 부른다. 안전성이 높은 식품·식품첨가물에 대해 미국 내에서만 적용되었으나 요즈음은 국제적으로도 널리 인정되는 개념이다. 미연방법령 CFR 182 part에는 GRAS 물질의 리스트가 있고 184 part에는 GRAS로서 FDA에서 인정한 물질의 목록이 수록되어 있다. FDA는 1997년부터 GRAS의 자가신고(petition of GRAS affirmation)를 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신고된 물질에 대해 신고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그 결과를 90일 이내에 신청자에게 통보한다. 신고된 물질은 FDA의 CFSAN 웹사이트에서 검색할 수 있다. 유럽의 QPS와 마찬가지로 GRAS도 안전성 증빙자료로서 항생제내성이 없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아울러 해당 프로바이오틱 균주가 용혈성 그리고 생체아민(bioamine) 생성능이 음성이라는 결과도 필요하다. 쥐에 대한 단기 독성 및 장기적 만성독성 시험 결과를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양인과 한국인의 소화관 길이도 다르고 일상 섭취하는 음식도 다르기 때문에 서양인과 동양인의 장내에서 분리한 미생물 간에는 유전적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유전적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서양의 미생물이 한국인의 장내에 들어 왔을 경우에 건강상의 문제점이 생길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로 이를 단기간에 실험적으로 평가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유통되는 복합유산균제재(대략 3~10 유산균종이 혼합된 완제품)가 동일한 조성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판매되었는지 연도별 판매량을 제출케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동물 등에서 분리되어 상업적으로 개발된 유산균주들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수입되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에 사용되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해외에서 개발된 유산균의 안전성을 평가할 법규나 제도 자체가 아예 없으니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수입균주의 안전성에 대한 정부차원의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수입되고 있다는 점은 국민의 건강을 외면하는 처사다. 

유전자변형(GMO) 식재료를 사용해 가공식품을 제조할 경우 식품포장지에 `GMO 식품’이라고 표시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하찮은 유산균도 인간처럼 하나의 생명체라는 점을 인식하자. 현대가 아무리 지구촌 사회라 하지만 한반도라는 기후와 환경은 한국인이 정착하기 좋은 서식처다. 국내에서 개발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 한국인의 장관에 서식하면서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오랜 친구가 아닌 가 잠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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