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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말 산업 육성, `빛바랜 청사진’ 되나

승용마 수천만원 들여 키웠지만, 수백만원에도 안팔려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승마산업, 정유라 사건 이후 크게 위축…퇴역 경주마까지 가세

판로 막힌 생산농장, 팔 수도 버릴 수도 없어…적자 `눈덩이'

농가 “정부 육성의지 있나”…생산 쿼터·이력제 등 특단책 촉구


“터덕터덕” 무리지어 거닐고 있는 말(馬)들은 ‘한가롭다’ ‘멋있다’ 보다는 왠지 안쓰러보였다. 다 큰 말들이 여기있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갈 곳 없는 신세’라는 말이 딱 맞았다.

지난 18일 찾은 경기 이천 호법면에 있는 솔밭승마클럽(회장 이상열). 소나무 숲을 뒷 배경으로 승마장을 비롯해 조련장, 사육장 등이 제법 멋드러지게 어우러져 있다. 여기에 갈기를 휘두르는 승용마들이 운치를 더하고 있다.

이상열 회장은 “원래 한우목장이었다. 2010년 구제역을 겪은 후 2011년부터 승용마 생산으로 갈아탔다”고 설명했다. 말산업을 적극 육성할 것이라는 정부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선택한 결과다.

그 선택이 이렇게 큰 아픔으로 돌아올 것이라고는 그때는 전혀 몰랐다.

이 회장은 “농림축산식품부 말육성사업 일환으로 2014년 말 3두를 분양받았다. 당시 40% 자부담에 따라 880만원 구입비용이 들어갔다. 이제 51마리 규모로 몸집이 커졌지만, 전혀 좋지 않다. 7~8년 말을 키우는 동안 한마리도 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결코 아름답지 않다”고 전했다.

특히 “말이라는 특성상 소, 돼지 등 가축과 달리 도축할 수도 없다. 판매가 안된다면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계속 키워야 한다”고 토로했다.

7~8년 말을 키우는 사이 들어간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교배하는 데에만 10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조련비도 적지 않다. 승용마 한마리를 시장에 내놓으려면 2천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수백만원도 쳐주지 않는다. 그 가격에 어떻게 팔 수 있겠는가. 솔직히 ‘열심히 키워야 하나’라는 자괴감이 든다. 결국 지난해부터는 번식을 포기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솔밭승마클럽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이광용 전문승용마 생산 정부지정 농장 대표자회의 상임대표, 이경진 대암홀스랜드(강원 철원 소재) 실장, 정고은 사바나목장(경기 이천 소재) 실장 등 승용마 생산 농가들도 같은 처지였다.

이들은 “청와대, 국회에 말을 끌고 가고 싶은 심정”이라며 “정부가 그렇게 떠들던 말육성 사업은 도대체 어디로 갔나”라고 한숨을 푹쉬었다.

이광용 상임대표는 “아무리 좋은 승용마를 생산해 놨다고 해도, 사가는 사람이 없다. 승마장은 자체생산 또는 경주퇴역마로 충당하고, 승마특기생 등 개인은 아예 국내산 승용마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상임대표는 “전문승용마 생산 농가 대다수는 축산인들이다. FTA 대안으로 말산업을 육성할 것이라는 정부 말에 넘어갔다. 하지만 정부는 잠깐 의지를 보이는 것 같더니 정유라 사건 이후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농가들이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진 대암홀스랜드 실장은 “경주 퇴역마가 사실상 이 사태를 만든 원흉이다. 마사회에서는 그냥 운반비만 내고 경주 퇴역마를 가져가라고 한다. 시장 가격은 50만원이다. 승마장 역시 어려운 형편에 당연히 값싼 경주 퇴역마를 선호하게 된다. 승용마 수요 가운데, 경주 퇴역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된다. 그 나머지 대다수는 한라마다. 이렇게 점점 전문 승용마의 설자리가 잃어버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경주 퇴역마는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 보험사에서는 보험가입을 받지 않는다. 결국, 승마산업 침체라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고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고은 사바나목장 실장은 “정부 지정농가라고 해도 특별한 혜택이 없다. 정액비 정도다. 하지만, 정액비 역시 지정농가가 아니더라도 일반농가 모두에게 지원된다. 오히려 지정농가는 분양 당시 받은 일부보조금 때문에 5년 이상 팔지 못하는 등 많은 책임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축산의 경우 가격이 떨어질 때 ‘수매’를 통해 일부 가격보조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7년 동안 말을 구입해 준 것은 전국 통틀어 3마리가 전부다. 우리나라 승용마 생산농가는 정부 무관심 속에 이렇게 하루하루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승용마 생산농가들은 “정말 이대로라면 승용마 생산농가는 많은 빚을 짊어지고, 사라질 수 밖에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승용마 생산 농가를 살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방안으로는 경주 퇴역마의 승용마 시장 진출을 막고 생산쿼터제, 생산이력제, 말 수입 제한, 수매, 정부지원 확대(생산장려금, 손실보전 등) 등이 시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내산 승용마 대회 개최, 지역축제에 마차 활용, 포니 전시 등 말들을 자주 내비쳐 승마산업이 활성화될 길을 터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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