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부회장·농협은행장 직무대행 체제
계열사 포함 사표 제출 CEO 중 7명 수리
농협중앙회가 이성희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을 향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일 ‘임원 궐위에 따른 직무대행 알림’을 통해 임원급 교체작업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날 농협은 중앙회 전무이사(부회장), 상호금융대표, 조합감사위원장과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에 대한 직무대행 선정을 문서로 공지했다.
농협중앙회 전무이사·상호금융대표 직무대행은 손규삼 중앙회 이사(대구경북능금농협장)가, 조합감사위원장 직무대행은 임상종 조합감사위원이 맡았다.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 직무대행은 김태환 축산경제대표가 수행한다.
일부 계열사도 직무대행이 선정됐다. 농협은행장 직무대행은 장승현 수석부행장, 농민신문 사장 직무대행은 강덕재 전무이사, 농협대학 총장 직무대행은 이선신 부총장이 맡았다. 이들은 3월3일부터 차기 해당 임원 선출일까지 직무대행직을 수행하게 된다.
이에 앞서 지난달 하순 허식 전무이사(부회장), 소성모 상호금융대표,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과 농협경제지주 김원석 농업경제대표 등을 포함해 금융부문 계열사와 교육지원부문 계열사 등 10여명의 대표이사급 임원이 사표를 제출했다.
직무대행이 선임되면서 허식 전무와 소성모 상호금융대표, 박규희 조감위원장, 김원석 농업경제대표, 이대훈 농협은행장, 이상욱 농민신문 사장, 김위상 농협대학 총장 등 7명은 지난 2일자로 사직 처리됐다. 나머지 임원급의 사표 수리 여부와 시기는 계열사별 일정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금융계열사 대표들의 경우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표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얘기도 있다. 4월말 임기가 끝나는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사의 표명 여부에 대해선 농협내부에서도 말이 엇갈린다.
1월31일 당선된 이성희 회장은 지난달 3일 업무를 시작하면서 상무급 집행간부 중에서 비서실장, 교육지원부문 기획조정본부장, 홍보실장 등을 교체해 배치한 것을 제외하면 인사에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 당초 농협 정기인사가 1월1일자로 단행됐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에선 이성희 회장이 중앙회와 계열사 임원 인사를 하더라도 김병원 회장체제에서 계속 연임된 임원들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사표를 제출한 임원 중에는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인사들도 포함돼 인사 폭이 예상 외로 클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성희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서면서 농협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기에는 회장 선거 과정에서 캠프에 참여한 이들에 대한 논공행상을 위해 무리하게 인사 폭을 넓히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대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논리로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농협 인사들도 많다.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지난해 사임한 김병원 전 회장이 기존 임원들의 임기를 연장해준 이유가 새로운 회장이 부담 없이 인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농협중앙회는 오는 26일 정기대의원회 개최를 예정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현행 제도상 회기 종료 후 3개월 안에 결산을 마쳐야 한다. 농협중앙회 임원의 경우에는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대의원회에서 최종 선임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이번 정기대의원회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전면에 등장해 본격적인 이성희호의 출발을 알릴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경제대표 등 계열사 임원의 경우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주주총회(중앙회 100%, 중앙회장 1인 주주)를 통해 선임이 결정된다.
한편 농협중앙회 홍보실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배포해 임원들이 용퇴한다고 밝혔다. 자료에서 퇴임하는 임원들은 “새로 선임되는 임원들이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농협의 정체성 확립은 물론 농업인 소득증대 및 안정화, 농축산물 유통개혁, 미래를 준비하는 디지털 농협 구축을 실현해 농업인과 농촌, 국민과 함께하는 농협을 만들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