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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내 봉독기술 현주소와 과제

채집기·정제법 개발로 봉독<蜂毒> 산업화 성공…수출까지

  • 등록 2020.04.01 13:47:03


한상미  농업연구관(농촌진흥청 잠사양봉소재과)


관절염 치료제 개발을 위해 봉독연구를 시작한지 올해로 15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파스(패취제)에 봉독을 넣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봉독 자체는 봉침요법 덕분에 대중들에게 매우 익숙했다. 

따라서 당연히 우리나라도 봉독 채취가 쉬울 줄만 알았다. 하지만 봉독 생산은 우리나라 양봉농가에서도 일반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공식적으로 유통되는 봉독은 미국의 한 다국적 기업이 연구용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유일했다. 

더 큰 문제는 무려 1g에 2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이라 그동안 국내 봉독연구와 산업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봉독을 채취할 수 있는 ‘봉독채집기’ 개발이 필요했다. 그동안 많은 분의 도움으로 봉독채집기 개발은 마쳤으나, 그리 쉽지 않는 과정들이었다.  

꿀벌을 죽이지 않고 균일한 성분의 봉독만을 채취해야 하므로 같은 일령의 꿀벌만 인식할 수 있는 파장을 찾아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한 끝에 결국 꿀벌에게 해를 주지 않고 동일한 성분의 봉독만을 다량으로 채집할 수 있는 봉독채집기가 완성됐다. 우리나라도 봉독을 본격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또한 이렇게 채집된 봉독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정제법’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봉독 이외의 이물질을 걸러내 순수봉독으로 균일한 성분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 항생제 대신 천연항생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방법과 효능에 대해 연구도 이어졌다. 

봉독이 사료공정서와 동물용의약품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축산농가에서 자가치료 개념으로 활용되지만, 지금도 항생제없이 가축을 기르는 축산 농가들이 늘고 있다. 

이외도 봉독을 이용한 화장품 개발을 완료했다. 봉독화장품 개발은 어찌 보면 봉독채집기와 함께 가장 큰 변화를 불러왔다. 봉독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외국에서도 우리나라를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성과에 양봉산물 중 최초로 영국, 뉴질랜드, 호주 등 서양권에 봉독을 수출하는 길이 열렸다.

수출된 봉독은 우리나라와 같이 화장품이나 샴푸 등 세정제의 원료로 사용되었으며, 지금은 완제품으로 수출된다. 봉독화장품은 중국과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에서 인기가 많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약품 개발을 위한 ‘의약품 임상시험 계획(IND)’ 승인을 획득했다.

하지만 완성된 의약품이 나오려면 제품개발 시간보다 임상시험 승인자료를 만드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알았다. 지난 2017년 봉독을 동물용의약외품으로 승인받아 반려동물 세정제를 개발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용품 수요가 증가하는 시장 흐름을 반영해 피부 건강에 도움을 주는 샴푸와 귀 세정제 등이 출시됐다. 

이처럼 봉독연구는 계속되고 여전히 봉독 소비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양봉농가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봉독 시장이 형성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이유는 봉독이 독(毒)이라는 점 때문이다. 봉독이 한 단계 올라서려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야만 하지만 선뜻 봉독에 자리를 내어주려 하지 않는 것이 큰 장애다.  

끝으로 봉독이 보조사료로 등록될 수 있다면 경쟁력 측면은 물론 새로운 시장 창출과 소비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보조사료 등록에 많은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올해에는 봉독이 양봉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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