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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뒤죽박죽 인물史 ③ / 동물행동학 발전 기여 이반 파블로프< Ivan P. Pavlov>

  • 등록 2020.09.02 10:09:15


전중환 농업연구사(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 시작하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는 우리 일상생활도 바꾸어 놓았다. 길에서 혹은 가게에서 무심코 재채기를 할 경우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게 되며 본인 스스로도 움츠러들어 주위를 살피게 된다. 이런 재채기를 포함해 하품이나 딸꾹질은 무조건반사의 대표적인 예인데 무조건반사는 동물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반응으로 반응중추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무릎 뼈 밑을 치면 다리가 올라가는 무릎반사도 무조건반사이다. 이와 반대의 개념으로 사용되는 조건반사는 학습에 의한 후천적인 반응으로 1900년대 파블로프의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조건반사는 ‘파블로프의 개’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렸더니 종소리만 듣고도 침을 흘린다는 것을 발견하고 조건반사를 연구했다고 한다. 조건반사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으며 그 개념도 잘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매우 간단하고 명확하다. 이런 조건반사에서 조건자극(종소리)과 무조건반응(먹이)이 반복하면 강화가 이뤄지며 조건자극만 반복되고 무조건자극이 반복되지 않으면 소거가 되는데 이는 기초적인 형태의 학습이라 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파블로프 박사는 조건반사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생리학자로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학자였으며 생리학 이외에 심리학이나 동물행동학 분야에서 더 많이 인용되고 연구되어질 정도로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실제로 동물행동학에서 그가 미친 영향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는데 행동주의나 행동심리학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이 파블로프의 연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처럼 우리가 상식정도로 알려진 기초적인 ‘조건반사’라는 생리학의 단어부터 시작해서 행동주의나 행동심리학을 포함한 동물행동학까지 영향을 미친 학자로서의 파블로프 박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이반 파블로프(Ivan P. Pavlov, 1849~1936)

이반 파블로프는 러시아의 시골 목사의 맏아들로 태어나서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포기하고 대학에서 화학과 생리학을 공부했다. 가난한 탓에 끼니를 거르면서 가정교사와 조교로 겨우 학업을 이어갔으며, 1883년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임피리얼 의학 아카데미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후 1884년부터 1886년까지 2년간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와 브레슬라우대학교에서 심장혈관 및 생리학의 전문가들과 함께 순환계에 대해 연구했고 1888년부터 1890년까지는 실험연구소에서 심장의 생리와 혈압조절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1890년에 임피리얼 의학 아카데미의 생리학 교수로 임용되어 1920년까지 재직했다. 파블로프는 외과수술 후 회복에 대해 관심이 많았는데 이와 관련해 동물을 대상으로 외과적 실험을 수행했고 1891년 실험의학 연구소의 주임을 맡게 되면서 소화샘에 대한 연구를 45년간 지속할 수 있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파블로프 박사를 유명인사로 만들어준 조건반사는 소화샘을 연구하던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개에게 분비되는 침의 양을 측정하기 위해 먹이를 주곤 했는데 어느 날 먹이를 주기도 전에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개의 침이 분비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먹이라는 자극과 침 분비라는 선천적인 무조건반응 사이에 발자국 소리라는 중성자극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중성자극에 반응하지 않지만 여러 차례 반복되면 발자국 소리만 듣고 반응했고 이를 조건반사로 부르게 되었다. 조건반사라는 단어는 심리학 책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심지어 어떤 이는 파블로프를 심리학자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사실 심리학은 마음을 연구하는 학문인데 이전까지의 심리학은 물리적 영역을 벗어난 마음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분석방법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있었다. 이런 정신주의적 심리학에 대응해 행동주의가 출현했고 행동주의자들은 심리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외부로 드러나는 행동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근거로 검증이 된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파블로프 박사의 조건반사 연구는 행동주의라는 새로운 연구흐름을 이끌어 냈으며 생리학자임에도 불구하고 심리학과 동물행동학에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 유명인이 된 파블로프 박사는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가난으로 인해 학위를 마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결혼초기에는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픔도 있었지만 평생을 헌신한 부인에게 위대한 업적의 공을 돌렸다. 파블로프 박사는 실험주의자로 실험은 과학적 진리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며 1936년 2월 26일 죽음을 맞이한 그날도 신경생리학자와 자신의 증세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 마치며

파블로프 박사의 조건반사를 포함한 여러 실험들에 대해 동물학대 논란이 있다. 하지만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과학기술의 수준을 고려한다면 과연 현재의 관점에서 동물학대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더구나 동물학대라고 비난받는 파블로프 박사의 연구가 지금의 동물행동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다.

 어쨌든 박사의 연구업적은 행동주의와 행동심리학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며 과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파블로프 박사는 정치적 개입을 싫어하면서 스스로에게 매우 엄격하고 학구적인 사람이었다는 점이 오히려 우리들에게 더 큰 가르침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는 연구원들에게 ‘거리에서 혁명이 일어나더라도 연구소에는 제 시간에 도착하라’라고 할 정도로 본인과 연구원들에게 엄격한 규율을 준수토록 하는 자세를 유지했던 것이다.

  끼니를 거르고 사랑하는 아내와 떨어져 지내야 했던 가난 속에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의 끈을 놓지 않았으며, 늘 스스로에게 엄격한 자세를 잃지 않았던 파블로프 박사의 일생을 살펴보면서 나태해지는 우리의 모습을 다잡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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