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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4>

절벽 사이 바닷바람 가르는 염소들 곡예사 방불


전 농협대학교 총장


해안 초지 위 한가로운 소들과 바다 ‘한폭의 그림’


▶ 해안의 초지에서 소와 벗하다. ( 6월 3일, 12일차 )  

목장지대를 통과해서 걸었다. 소와 말들이 새벽부터 풀을 뜯고 있는 평화롭고 여유 있는 자연속의 아침이다. 새들도 바쁘게 하루를 시작하는지 이리 저리 날며 지저귄다. 나는 풋풋한 풀냄새와 싱그러운 아침공기에 매료됐다. 1970년대 후반에 안성에 있는 한독낙농시범목장에 근무하던 젊은 시절이 떠올랐다. 풀을 벨 때 그 풋풋한 냄새가 여기서도 똑 같았다. 그 풀내음이 얼마나 상큼한지 유심히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대서양 해안을 따라 항구, 해변, 목장, 초지가 이어지는 청정지역이라 공장 등 공업시설은 아예 볼 수가 없다. 입지 여건이 산업지역으로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보면 개발되지 않고 자연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초지를 조성해서 소를 기르는 정도라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목장지대를 지나는 도중에 뻐꾸기 우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의 뻐꾸기와 소리가 같았다. 여기 사람들은 뻐꾸기 울음소리를 어떻게 표현할까 궁금했다. 개짓는 소리를 우리는 ‘멍멍’ 하는데 서양에서는 ‘바우와우’ 하고 돼지소리를 우리는 ‘꿀꿀’ 하는데 이들은 ‘오잉크 오잉크’ 한다니 말이다.

에스트라다(Estrada)에 당도해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했다. 휴식할 때의 커피 맛은 언제나 변함없이 맛있다. 목장초지, 숲속, 포장도로를 번갈아 걸으며 운케라(Unquera)라는 작은 타운에 당도해 보니 여기 또한 바닷가 휴양지인 듯 도시가 아름답게 형성되어있고 레스토랑, 카페, 상점, 호텔, 펜션 등이 많다. 

스페인의 숙박시설은 호텔(Hotel), 호스텔(Hostel), BB(Bed & Breakfast), 포사다(Posada), 해비타트(Habitat), 알베르게(Albergue) 등으로 다양하다. 이중에 포사다는 생소한 시설인데 농촌에서 숙박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우리나라의 민박과 같은 개념의 숙소다. 해비타트는 보금자리라는 뜻으로 저렴한 민박집 정도로 보면 되고, B&B는 숙박과 아침을 제공하는 형태의 민박집을 말한다. 순례자들은 한 달 이상 장기간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경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 저렴한 가격에 숙박할 수 있는 알베르게를 대부분 이용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호스텔 등을 이용한다. 방학기간이나 휴가철에는 순례자들이 숙소예약에 신경을 써야한다. 이때는 성수기라서 알베르게 숙박을 하기 어려운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마을에 있는 카페는 아침에 일찍 문을 열지 않으므로 아침식사를 자신이 준비해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식당이 문을 여는 시간까지 아니면 여는 곳이 있는 데까지 걸어야 하는데, 허기진 상태에서 걷는 것은 여정을 힘들게 하며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 따라서 항시 비상식량을 배낭에 지니고 다녀야한다. 특히 물병이 비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순례길 중간에 주민들이 물이나 음료를 마련해 놓아서 먹고 갈 수도 있긴 하지만 그런 곳이 자주 있지는 않다. 숲속이나 목장지대로 들어가면 10여 km가 지나도록 물을 먹을 곳이 없는 경우도 있다. 비상식량으로 적합한 것은 바나나 사과 토마토 등 과일, 바게뜨빵과 슬라이스 하몽, 치즈, 참치통조림, 초코렛바, 건포도 등이다.

걷다보면 가끔 까미노 표시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당황하지 말고 지나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까미노 친구를 만나면 좋겠지만 현지인들에게 물어도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준다. 까미노 주위의 스페인 주민들은 ‘까미노’하면 순례자인줄 알고 성의껏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스페인은 국민의 80%가 가톨릭 종교를 가진 국가로 순례자들에게 매우 호의적이다.

점심은 운케라(Unquera)의 경치 좋은 벤치에 앉아서 먹으면서 신발을 벗고 발과 신발을 말렸다. 중간에 쉴 때 발을 말리면 발걸음이 한결 가볍게 되므로 아주 좋다. 이제 운케라를 벗어나면 칸타브리아 지방을 벗어나 아스투리아스(Asturias) 지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콜롬부레스(Colombures)와 라프랑카(La Franca)를 거쳐 가는 길에 해안 길을 선택했는데, 환상적인 풍경이 이어졌다. 

바닷가 절벽 위 풀밭에서 소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염소들은 바닷가 가파른 절벽 사이를 헤치며 풀을 뜯고 있었다. 바위 위의 곡예사를 보는 것 같았다. 동물들은 대개 사람을 보면 피하거나 뛰어 달아나는데 여기 소들은 순례자들을 많이 보아서인지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소들을 모델로 해서 바다와 초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었다. 초지와 소와 바다를 바라보며 환상적인 조화와 아름다움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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