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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5>

한국말로 맞이해 주는 알베르게 주인 매우 호의적

  • 등록 2020.12.09 10:46:51


(전 농협대학교 총장)


한국인 북쪽 루트 이용 늘어나며 현지인 관심 높아져


▶ 우리말로 인사하는 알베르게 주인을 만나다. ( 6월 4일, 13일차 )  

우리가 어제 묵은 카사 플로랄 호스텔(Casa Floral Hostel)은 멕시코출신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체크인 할 때 아침식사로 4유로를 지불했는데 준비된 것이라곤 오렌지쥬스 한 잔, 우유 한 잔, 카스테라 한 개가 전부였다. 사람이 좀 엉터리인 것 같았다. 발가락 터진 데는 좋아졌는데 발바닥 앞쪽이 좀 아프다. 일회용 밴드를 갈아 붙이고 이상이 없기를 바랐다. 그리고 걷기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참고 부지런히 걸었다. 중도에 비가 굵어져 남의 집 처마에서 배낭커버를 씌우고 비옷바지와 판초우의를 입었다.

4시간 반을 걸어서 11시경에 야네스(Llanes)에 도착, 중도에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나서 좋았다. 땀난 발도 말릴 겸 벤치에 앉아 간단히 간식을 했다. 야네스는 참으로 정감이 가는 아기자기한 도시다. 자그마하게 시골장도 서고, 오가는 사람들이 순박해 보였다. 옛날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거리가 잘 정돈된 매력이 있는 휴양도시다. 거리를 지나면서 케이크 집에서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 세 개를 샀다. 예쁜 점원 아가씨가 ‘야네스가 좋으냐’고 물어본다. ‘뷰티풀’이라고 답해주니 활짝 웃었다. 제 고장 자랑을 하고 싶었던 게다. 나는 지금도 바닷가 자그마한 휴양도시 야네스가 눈에 아른 거린다. 도시가 이름처럼 예쁘다.

점심을 먹을 적당한 장소를 찾으며 한 30분 걸어가니 바닷가 마을이 나온다. 먼저 슈퍼마켓에 들러 조석을 해결할 것을 사고 바닷가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잡고 빵, 쥬스, 슬라이스햄, 복숭아 등을 점심으로 먹었다. 시원한 나무 밑에서 먹는 맛이 훌륭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우리가 그렇게 하는 것이 보기 좋았는지 ‘부엔 까미노’ 하고 힘을 돋아주었다.

이제 10km 정도를 더 가야 숙소가 있다. 중도에 비가 내려서 비옷을 다시 입고 걸었다. 불편하고 힘들어도 걸어야 한다. 비가 온다고 멈출 수는 없다. 발바닥이 얼얼하다. 부르트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힘든 발걸음으로 바로(Barro)에 도착해서 민간이 운영하는 비야오르메스(Villahormes) 알베르게의 방을 배정받는데 24인 침대방은 1인당 10유로 5인 침대방은 15유로라고 해서 후자를 택했다. 주인이 한국말로 인사할 만큼 호의적이었다. 부인이 브라질 출신인데 브라질 현지 포스코 공장에서 일을 했었다고 한다. 직원이 2천 명이나 되는 큰 회사였다고 자랑이다. 내 나라 기업을 칭찬하는 그에게 왠지 친근감이 갔다. 

직접조리를 할 요량으로 장을 봤는데 요리를 할 수 없다고 하기에 파스타, 돼지고기, 계란을 함께 넣고 끓여 줄 수 있느냐고 사정하니 기꺼이 해주겠단다. 파스타는 자기 것이 더 좋으니 그걸 넣어주겠단다. 친절하기도 하다. 순례자에게 하는 선행은 복을 받는다는데 이 친구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 

푹 끓인 파스타국수를 두 그릇으로 나누어서 준다. 갖다 주면서 ‘엔조이 더 밀’ 이 한국어로 뭐냐고 묻는다. ‘맛있게 드세요’ 라고 가르쳐주니 몇 번을 반복하며 기억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기특하다. 이렇게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한국인 까미노 순례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만 해도 원래 북쪽루트는 한국인이 많이 오지 않는데 여성 한 분과 부부 두 팀을 만났고, 독일 교포 한분도 만났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은 프랑스루트인데 이제 북쪽루트에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이 끓여낸 파스타 국수는 대박이다. 고마워서 맥주 한 병 값과 합쳐  서 10유로를 건넸다더니 ‘감사합니다’하고 우리말로 인사한다. 고맙지 않은가. 빗줄기는 계속 더 굵어진다. 내일도 모레도 비예보다. 걱정이다. 이 알베르게 앞에 세워놓은 이정표는 ‘산티아고 444km’라고 표시하고 있었다. 2주 동안 참 많이 걸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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