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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20>

소·말·양떼 목에 워낭 달아…풀 뜯으면 종소리 요란


(전 농협대학교 총장)


산간 목장지대 방목사육, 흔한 농촌 풍경


▶ 소의 목에 단 워낭소리가 ‘당그랑 덩그렁…’(6월 9일, 18일차) 

프리미티브(primitive) 루트 첫 구간. 앞으로 엿새 동안 150km를 주파해야 한다. 오늘과 내일은 길이 괜찮은데 모레부터 3~4일간은 해발 1천200m고지인 산맥을 넘어야 하므로 많은 오르막이 예상된다. 오비에도 시내를 벗어나는 데만도 한 시간이 걸렸다. 그 이후 이슬비가 내려 배낭커버, 판초우의를 쓰고 완전무장을 했다.

그나마 주룩주룩 내리지 않는 게 여간 다행히 아니다. 

두 시간을 쉬지 않고 가도 카페 하나 없다. 세 시간여를 가니 카페가 나타났다. 호스텔에 달린 카페인데 주인여자가 영어도 잘하고 친절했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버드나무를 처음으로 보았다. 이태리 포플러는 여러 곳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언덕을 배경으로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포플러 이파리가 바람에 파르르 떠는 풍경은, 어릴 때 보았던 신작로 가로수가 바람에 떠는 모습과 흡사했다. 

이곳 농촌의 풍경은 대서양 연안 또는 산간지역이라서 인지는 몰라도 농촌의 모습이 처음 출발 할 때나 오늘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처음 몇 곳에서 포도원과 와이너리(winery)를 본 것 이외에는 대부분이 숲과 초지가 섞여 있는 목장지대다. 육우, 젖소, 면양, 유산양, 말, 당나귀 등 초식가축이 주였다. 여기 농사는 초지농사를 바탕으로 한 초식가축 사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육우에게 배합사료를 급여하는 것은 못 보았고 풀과 건초 그리고 헤일리지에 의존하고 있었다. 풀을 베어서 비닐로 포장해놓은 건초 덩어리가 우리나라처럼 풀밭에 여기저기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낙농의 경우는 트렌치 사일로(trench silo)를 이용하고 예전에 쓰던 타워 사일로(tower silo)는 옛 풍경으로만 남아 있었다.

목장을 지날 때 소, 말, 양의 목에 걸어준 워낭( 牛鈴, cow bell )에서 나는 소리가 요란하다. ‘당그랑 덩그렁’ 여기저기서 소리가 난다. 원래 종을 목에 달아주는 목적은 방목을 할 때 여기저기 흩어진 가축들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 달아준다.

우두머리 가축에게는 좀 더 큰 것을 달아줘서 리더역할을 하도록 한다. 또 집집마다 종의 종류가 달라서 다른 종소리로 가축의 주인을 알아내는데도 활용된다고 한다. 스위스에 가도 산간지역 목장에서, 숲속에서 나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나 양은 아침저녁으로 활발히 풀을 뜯는데, 동네 주변의 모든 가축들이 풀을 뜯으면 종소리가 온 마을에 울려 퍼질 것 같다. 한편 소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턱밑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소에게는 얼마나 크게 들릴까? 지겹게 느껴질 것도 같다. 먹어야 사니 할 수 없지만 풀 한 입 뜯을 때마다 울리는 종소리가 즐거울 것 같지는 않다. 체념하고 살아가면 견딜 수 있겠지만.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서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었다. 필시 하늘이 도운 게다. 오늘은 좀 일찍 두시 반에 그라도(Grado)에 도착, 공립 알베르게에 등록하고 도네이션으로 1인당 10 유로를 함에 넣었다. 오늘로써 순례 500km를 돌파했다. 멀리 걸어왔다. 먹을 것을 사러 갔는데 아뿔싸, 일요일이라서 슈퍼마켓이 문을 닫았다. 온 동네를 헤매다가 작은 구명가게를 발견해서 아쉬운 대로 먹을 것을 좀 샀다. 알베르게 앞 광장에 열린 농산물 직거래 시장에서 노인부부가 직접 만들었다는 농가 전통 빵을 한 덩어리 샀다. 내일 점심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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