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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사료 자급화 과녁 맞히기 <8>영양소 손실요인과 방지대책-(1)


김동균 상지대 명예교수(한국가축사양표준제정위원회 위원)


조사료 허실량, 급여 간격·형태·시설환경 등 영향

생산·이용과정 합리화…품질보존 최선책 찾아야




8-1. 들판에서 소 입 까지 일어나는 일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말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현상을 의미한다. 조사료도 이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즉, 조사료가 수확되면, 수분함량이 높을수록 지구 중력에 의한 세포 내용물의 흘러나옴과 미생물의 영양성분의 쪼개기로 양분 보존성이 떨어진다. 그러면 수분이 낮은 상태인 건초는 어떤가? 변질되지 않도록 온·습도가 잘 유지되는 공간에 둔다면 매년 5%정도의 영양소가 감소된다. 

먹음직스러운 색채를 자랑하던 푸른 건초의 표면은 소위 ‘풍화작용’으로 색깔이 누렇게 변하면서 성장을 촉진하는 보약 성분인 캐로틴이 사라짐은 물론 영양소를 지니고 있던 건초의 무게도 가벼워진다. 아무리 잘 보관하려고 애써도 자연은 건초 영양소의 5%의 세금을 매년 걷어간다. 고로 들판에서 만들어 진 조사료 양분이 소의 뱃속까지 전달되려면 여러 고비를 거쳐 양도 적어지고 품질도 떨어진다.    

조사료는 수분이 많은 형태일수록 수확작업에서 사라지는 비중은 적지만 저장과정에서 사라지는 영양분의 분량이 많아서 수확과 저장에서 손실되는 영양소를 합한 손실량은 중간이 오목한 형태의 곡선을 나타낸다. 즉 조사료의 건물함량이 40~60%인 저수분 사일리지(통상 헤일리지라고 알고 있는)에서 양분손실은 최소화되고, 생풀이나 고수분 사일리지 및 잘 만든 건초는 오히려 손실량이 많다. 그 편차는 작물의 성질이나 저장시설의 조절능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적게는 10~15%, 많게는 20~25%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추세는 세계 어느 나라의 교과서에도 같은 그림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법칙은 2만종에 달하는 사료작물(콩과 1만4천종, 벼과 6천종)에 공통적으로 작용한다. 만일 부실하게 설계된 벙커사일로에 사일리지를 저장하면서 표면적을 무한 개방시키면, 발효가 오래 진행되어 맛도 사라진 spoilage가 되거나, 구더기가 들끓는 꼴이 되어 절반가량 버리는 경우도 생긴다(중국 메가팜들은 1~2만톤에 이르는 벙커사일로에서 40% 이상의 허실량을 보이는 경우가 흔했다).  

그런데 이론상으로는 생풀의 영양소를 허실 없이 소에게 먹이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생풀을 최적시기에 신속히 수확해 가열·건조시켜 케이크처럼 농축시킨 형태로 주면 가장 적은 영양소 손실(열로써 파괴되는 영양소는 당연 사라짐)로 급여할 수 있지만 가공장치 비용과 건조비가 문제가 된다. 한 때 이 방식(인공건조 과자형 조사료 급여법)이 상당히 인기를 끌어서 유럽 여러 나라들이 가공기계들을 개발했지만 1970년 이후 오일쇼크를 두 번이나 겪으면서 이 기술은 종적을 감추었다(80년대 이후의 다양한 낙농 전문도서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음). 또 다른 형태로, 알곡을 싹틔워 어린 풀의 형태로 급여하면 남김없이 먹으므로 허실을 줄이면서 비타민 공급효과가 있다면서 소위 ‘수경(水耕)재배식 조사료 생산 공장’을 시설과 양액 공급기술을 곁들여 농장에 설치해 주는 일이 국내에도 유행한 바 있는데 이것은 아직 흔적이 남아있다. 이러한 발상들은 모두 조사료를 알뜰하게 써 보려는 시도였다.    

그런데 조사료를 어떠한 방법으로 주느냐에 따라 허실량은 추가로 발생한다. 즉, 주는 시간 간격, 분량, 형태, 시설환경에 따라 소의 뱃속에 들어가기 전 버려지는 분량이 다르게 발생한다. 이것을 급사손실(給飼損失)이라고 부르지만 여기에는 짐승들의 채식행동도 작용하므로 먹이통의 설계가 잘 되어야 허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즉, 채식 간격, 주둥이 도달거리, 발굽의 위치도 고려해 밥그릇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큰 목장에서는 이 점이 아주 중요하다.   


8-2. 기복이 심한 수확과 저장       

들판에서 사람이 손으로 작물을 수확 하던 일은, 19세기 말, 각종 농기계가 출현하면서 인류사회에서 퇴색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한 트랙터의 출현 이후 부착장비들이 급진적으로 개발되면서 현대농업의 양상은 크게 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료의 수확이나 저장에서 나타나는 허실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특히, 좋은 건초 만들기와 향기로운 사일리지 조제에 탁월한 장비와 첨가제가 개입할 지라도 자연조건에서 작업하고 저장하는 방법으로는 들판에서 만들어진 영양소의 70%이상을 가축의 몸속으로 전달할 길이 없다. 알뜰하게 수확되는 생초는 수확손실이 적은 반면 저장 손실이 크고(즙액유출, 발효, 취급 작업 등으로 35%까지), 자연 기후조건에서 공들여 건초를 만들면 저장손실은 적은 반면 수확손실이 엄청나다(자르기, 표면 흠집 내기, 뒤집기, 세절 또는 육면체·원형 베일로 만들기 등). 구미각국의 조사료보존 연구결과를 총괄해 교과서를 출간한 Ensminger(1994)는 알팔파 건초제조 과정의 영양 손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식물전체 무게의 반을 차지하는 잎 부분은 70%의 단백질과 90%의 카로틴을 지니고 있지만 비를 전혀 맞지 않은 최적의 조건으로 다루어도 38.5%의 잎이 떨어지며, 제조과정에서 비를 3번 맞힐 경우 74.5%가 사라지고, 초지 단위면적당 우유 생산량은 19.7% 감소된다. 

요컨대, 조사료를 저장형태로 이용할 때 건초가 유리하냐 사일리지가 유리하냐에 대한 논란의 학술적 결론은 간단하다. 먹기는 건초를 더 많이 먹지만 우유생산이 우의하게 증가하지는 않으며, 경제성을 따지면 두 방법 중 더 유리하다고 할 부분은 없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국내에서 조사료를 쓰는 것이 월등히 유리하다. 단, 생산·이용하는 과정을 합리화해 허실을 줄이고 품질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를 궁리해 볼 필요가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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