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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현장 목소리 | 경기 파주‘ 앞동산목장’서 만난 청년낙농인들

“가업 넘어 국민 먹거리 생산 자부심으로 버텨”

[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미허가축사적법화, 퇴비부숙도검사의무화 등 강화된 환경규제에 홍역을 치룬 낙농가들에게 숨돌릴 틈도 없이 사료가격 폭등, 정부의 낙농대책 추진, 원유감산정책 지속 등 악재가 몰아치면서 생산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낙농산업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청년 낙농인들은 이 같은 현실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경기 파주 광탄면 앞동산목장에 모인 지역 내 낙농 2세 8명으로부터 그들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고된 노동·민원 발생·정책 규제 큰 고충

정책 이행 최선 다하지만…현실과 괴리




365일 노동의 연속…민원의 대상

경기 파주 광산면 앞동산목장에 모인 8명의 청년 낙농인들은 나이대, 경력, 사육규모는 각각 다르지만 오랜시간 부모님이 일궈온 삶의 터전을 이어받은 만큼 낙농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각별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고충은 존재했다.

이호(완호목장)씨는 “우유는 수도꼭지처럼 잠글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쉬는 날이 없다. 어떤 사람은 주말에도 우유를 짜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지금은 이해하고 있지만 딸이 젖짜러 안가면 안되냐고 묻더라. 그래도 어떻게 하겠느냐. 목장을 하는 이상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우유를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중(앞동산목장)씨는 “사람들이 낙농을 하지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24시간 쉴틈 없이 높은 노동강도로 일해야 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런데도 낮에 잠깐 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쉽게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젖소발에 치여 갈비뼈가 부러져도 젖을 짜는게 낙농이다”라고 첨언했다.

축산을 하다보면 아무리 신경쓴다 한들 냄새문제를 100% 해결하기는 어렵다. 낙농가들은 어떻게든 냄새를 최소화 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점차 늘어나는 민원에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천호(천호목장)씨는 인근 주민으로부터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신고를 받아 경찰서를 오가야만 했고, 박해민(박필목장)씨는 민원이 너무 들어와서 그만둬야 할 정도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축산의 가치 뒷전으로 밀려

청년 낙농인들은 축산이 민원의 대상이 된 이유에 대해 축산업이 지니는 가치는 잊혀진 채 그저 냄새나는 유해산업으로만 인식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재중씨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실제 깨끗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의 최전선에 있는 축산업에 각종 규제만 더하고 있다. 농가입장에선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다. 막말로 그만두면 그만이지만 우리도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든 노동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고마움까지 바라지 않는다. 축산업을 존중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호씨는 “과연 한국에서 축산이 사라져도 수입산을 싸게 먹을 수 있을까. 방패막이라 사라지면 더욱 비싼 가격에 축산물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또한 지방에 인력이 없어서 문제라고 하는데 그나마 젊은 사람들이 목장을 하고 있어서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남아있는 것이다. 이같은 축산의 역할을 등외시하고 낙농가들을 죄인취급하고 있다. 매일같이 다니는 길인데도 축분을 버릴 땐 돌아가라고 한다. 공무원들 조차 민원인의 편에서 얘기를 하고 있어 소외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김명식(새대한목장)씨와 이재섭(원해목장)씨는 “요소수 사태 발생 당시 뉴스에선 최대 이슈거리였고 정부도 즉각 대처에 나서 금방 해결됐지만 지금 축산업계는 사료가격 폭등, 특히 낙농은 조사료 대란이 일어났는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요구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희망은 있다.

사료가격 폭등으로 모든 축산농가가 힘겨운 시기에 이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재용(마장목장)씨는 “1만2천평 규모의 조사료포에서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긴 하지만 옥수수로는 모든 영양소를 풍족하게 채워줄 수는 없다. 애지중지 키운 소들에게 아무거나 먹일 수는 없는데, 수입 조사료는 구하기도 어렵고 국산 조사료도 가격이 많이 오른데다 품질문제로 사용하기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재섭씨는 “사료가격이 오르면서 자가TMR 비용이 300만원 더 투입되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쿼터를 더 늘렸는데 오히려 유대수익은 이전과 비슷하거나 덜나오고 있어 걱정이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청년 낙농인들은 열정을 가지고 살아남으려는 노력을 한다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김명식씨는 “육성우두수를 최소화해서 유사비를 줄이고 있다. 또한 원활한 조사료 수급을 위해 건초를 바꾸면서 유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합비 컨설팅을 받는 등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자 이전보다 타이트하게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우연(유니나목장)씨는 “젖소를 굶길 수는 없다. 대신 마이너스수익이 나지 않도록 소가 아프지않게 예방조치를 하는 등 더욱 촘촘하게 사양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맞지 않는 제도 바뀌어야

현상유지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는게 청년 낙농인들의 바람이었다. 하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이마저도 실현하기 어려운 현실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중씨는 “젖소가 건강하게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선 양질의 조사료를 먹어야 하는데 정부는 국산 조사료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한다. 문제는 조사료를 자급하고 싶어도 땅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기후상 젖소들에게 필요한 조사료 품종은 자라기 어렵고 품질을 보장할 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호(완호목장)씨는 “농가들은 정부가 하라는대로 다 하고 있다. 그래서 미허가축사적법화로 기준에 충족한 곳만 살아남았다. 우리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정책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지자체 축산담당 공무원이 최소 3년은 자리가 지켜졌으면 한다. 수시로 직원이 바뀌다보니 소통도 안되고 낙농가들이 가르쳐줘야 할 지경인데 현장에 정책이 제대로 반영될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섭씨는 “낙농선진국과 환경 자체가 다른데 단순히 결과만 두고 비교해서는 안된다. 특히, 국내 낙농정책이 유럽을 따라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럽에 비해 농지에 대한 기준이 약하다. 그리고 유럽은 퇴비를 내는 기간이 따로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펼치지 않으면서 국내여건과 맞지 않은 규제만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청년 낙농인들은 “우리는 단순히 가업을 물려 받은게 아니다. 국민먹거리를 생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티면서 축산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축사환경관리,지역주민들과의 유대관계 형성 등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에서 이 같은 노고를 인정하고 정책을 수립해 즐겁고 오래도록 생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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