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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창간 37주년 자주 축산 현장 전북 익산 ‘황토우영농조합법인’

“무모한 도전” 우려 딛고 한우 고급육 생산 새 지평 열어
조사료 함량 5% 미만 파격적 배합비로 사육기간 단축
효소 기술이 핵심…25개월 출하에도 1++ 고급육 생산
시행착오 거치며 꾸준한 사양시험…집념으로 만든 결실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어느 분야에서든 한순간에 우뚝선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사람도 일어서 걷고, 뛰고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까지는 끊임없는 도움이 필요하다. 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든든한 뒷배

경이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자립하기까지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이들이 더 단단해질 수 있는 것이다.


고급육 사양관리 틀에서 탈피


지금의 익산황토우를 보면 과연 이곳이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을까 싶다.
현재 익산황토우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농가들의 호응도 크다.
익산황토우가 이렇게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다. 조사료의 함량을 5% 미만으로 줄인 파격적인배합비로 축산업계를 놀라게 하면서 크게 부각됐고, 이후 출하월령을 25개월까지 앞당기면서 농가들의 호기심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뜨거운 관심으로 바뀌었다.
익산황토우가 생산하고 있는 엔자임사료는 이제 업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고, 엔자임사료는 치기 어린 실험이 아닌 가능성을 보여준 사양방식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익산황토우가 이렇게 자리를 잡기까지는 많은시간과 고집이 필요했다.
이하일 대표는 당시로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던 배합비의 사료를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시험사양하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검증했다.
이하일 대표는 “양질의 조사료를 많이 급여하는 것이 한우 고급육 사양관리의 정석이라고 여겨지던 시기였다. 당시 황토우는 사료공장이 존폐의위기에 있었고, 당장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반쯤은 미쳐서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지만…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그렇듯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시행착오 또한 없을 수 없었다.
이 대표는 “농장에서 시험 사양을 하면서 아내에게 핀잔도 많이 들었다. 소들이 자꾸 망가지니까 아내도 속이 상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부터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각오했던 일이었고, 공장을 어떻게든 일으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에 참고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이 대표도 풀을 먹이지 않는다는 한우 사양관리 방식에 불안함을 느껴 조금씩 조사료를 주기도 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몇 년의 시험 사양 끝에 이 대표의 농장에서 기대했던 결과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결정을 했고, 몇 년을 밀어붙일 수 있었는지 지금도 놀랄 때가 있다. 직원들과 사육현장에서 나타나는 것을 가감 없이 공유하면서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고, 보완하면서 조금씩 완성도를 높여나간 것이 결국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익산황토우는 노그래스 사료로 출발했다. 말 그대로 조사료의 함량을 최저로 낮춘 배합비다. 하지만 노그래스 사료가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필요한 효소를 적절하게 첨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술이고, 결국 이것이 핵심이라고 보고 제품명을 엔자임사료로 바꾸기 했다.
익산황토우 김성년 본부장은 예전에 한 농가에서 자가 배합사료를 급여하면서 조사료를 거의 넣지 않는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이것을 TMR공장에서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이하일 대표를 만나면서 결국 엔자임사료가 세상의 빛을보게 됐다고 말했다.
우선은 조사료 함량을 15% 이하로 제한한 사료를 공장에서 생산해 보기로 했다. 이때에도 이 대표의 농장에서는 조사료 10% 미만, 7% 미만, 5% 미만 사료에 대한 시험 사양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사료 배합비가 완성단계에 올라오고 나서는 또 다른 벽에 부딪혔다.
익산황토우는 영농조합법인이다. 모든 의사 결정에 주주들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주주들은 공장의 주인이면서 고객이다. 
공장에서 새로운 개념의 사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했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난제였다.
어느 누구 하나 쉽게 동의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대표는 농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직접 설득했고,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직접 지겠다는 약속도 수차례 했다.

옥동자 탄생…실제 현장서 증명

그렇게 어렵게 엔자임사료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론적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농가를 설득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실증사례가 있었다. 다른 어디도 아닌 내 농장에서 직접 급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시식회도 열고, 설명회도 열었다. 그렇게 알리는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의구심을 가졌던 농가들도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조금씩 유명세를 탔다”며 “익산에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더라 하는 정도의 소문이 익산을 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사양 시험축의 결과들이 연이어 나오면서 익산 황토우는 바람을 제대로 탔다.
이하일 대표가 출하한 소들이 발군의 성적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음성공판장 최고가격을 받기도 했고, 2년 전에는 1년간 출하 성적을 종합해 평가하는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이하일 대표가 3위로 입상했다. 2021년에는 엔자임사료 이용 농가인 후광농장 김대중 대표가 축산물품질평가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상당시 후광농장의 연간 평균 출하월령은 27.4개월이었고, 1++등급 출현율은 80%였다.도축성적도 성적이지만 그보다 관심을 끈 것은출하 월령이었다. 25~27개월령에 출하하는데 도체중이 450kg을 넘고, 육질도 1++등급이 80% 이상을 받으니 온 한우업계의 관심이 익산황토우에 집중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사육 기간 단축이 한우산업의 최대 화두가 됐을 때 이하일 대표는 소신있게 한마디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평균 25개월 출하의 기술을 상용화시켰다. 전국에는 우리 같은 농장이나 공장들이 분명 많이 있다. 그런 곳들을 지원해 더 많은 농가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출하월령 단축은 저절로 될 수 있다. 굳이 연구에 수백억원을 쏟아부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익산황토우는 솔직히 지금 잘나간다.
하지만 아직 이 대표는 고민이 크다.
그는 “노그래스로 시작하여 지금까지 수십 번 시행착오를 거치고 지금도 솔직히 말하자면 완벽하지 못해 크고 작은 사고들이 계속 생기도 있다. 나는 이것이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과정의 연속이라 생각한다. 원료 가격의 급등으로 축산농가들이 위기 상황에 놓여 있는 지금 익산황토우는 최근 자체 개발한 당분해 효소제로 장내 사료 소화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길을 찾았다”며 “세상에 정해진 길은 없고, 모두가 그 정해진 길로만 다녀야 한다는 법도 없다. 그 길 또한 누군가는 처음 걸었을 것이고, 세상이 변하면서 어제까지 맞았던 방법이 오늘부터는 다를 수도 있다. 익산황토우가 걸어온 길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었고, 심지어 모두에게 손가락질
을 받으며 조롱받는 길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나름의 길을 만들어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의 세상에 대비하는 것이 우리 같은 작은 공장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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