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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가치’는 누가 결정하는가?

  • 등록 2022.12.07 10:38:05

[축산신문]


박규현  강원대 교수

지난 11월 22일, ‘친환경 전략으로 MZ 세대 ’가치소비‘ 노리는 패션업계(머니투데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주된 내용은 패션 업계에서 ESG (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확산 중이고,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를 합쳐 부르는 개념, 넓게 보면 1981~2012년 출생자)에게서 특히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문화로 정착되고 있으므로 패션 업계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이 기사에 나오지 않은 주제를 생각해봤다. 어느 단락에서도 옷의 ‘기능’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었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가 1943년에 발표한 내용인 ‘욕구의 계층‧단계(Maslow’s hierachy of needs)‘에서는 인간의 욕구가 그 중요도에 따라 단계를 형성한다고 하였다. 그는 5개의 단계를 주장하였는데 맨 처음의 욕구가 ①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 생명을 유지하려는 욕구(음식, 의복, 집 등)이며, 이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의 순서로 각 단계의 욕구가 나타난다. ② 안전에 대한 욕구(safety) : 위험, 위협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불안을 회피하려는 욕구, ③ 애정·소속에 대한 욕구 : 가족, 친구 등과 친교를 맺고 원하는 집단에 귀속되고 싶은 욕구, ④ 존중의 욕구(esteem) :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인간의 기초가 되는 욕구이며, 자아존중감, 자신감, 성취, 존중, 존경 등에 대한 욕구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⑤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self-actualization)가 있는데 이것은 도덕성, 창조성, 문제해결 등이 있으며 이 욕구는 충족될수록 더욱 커지는 경향이 있어서 ‘성장 욕구’라고 불리기도 한다. 인지 욕구나 심미 욕구 등이 포함된다. 상단의 기사와 매슬로의 욕구의 계층‧단계를 보면, MZ 세대는 현재의 소비 성향에 ⑤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다. 따라서 패션업계에서는 이들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전략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현재 축산업이 소비자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농업에서 차지하는 경제적 위치? 10대 농산물 중 축산물의 숫자? 주식이라고 믿고 있는 쌀보다 많이 소비되는 축산물의 양? 식량안보? 국민건강 증진? 축산업계에서는 이러한 내용들을 가지고 우리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우리 축산업과 환경에 대해 소비자(일반국민)들이 생각하는 바를 조사(축산업 환경영향 분석과 정책과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1)하였다. 그 결과 소비자의 63.4%가 부정적 인식을 보였고, 주된 이유로 축산 냄새, 토양 양분 및 수질오염, 온실가스 배출 등을 지적하였다(축산농가도 환경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부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약 65%였다). 이 내용을 보면 MZ 세대(소비자)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이것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축산업은 환경문제에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산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바라보는 축산의 ‘가치’는 축산업계에서 이야기하는 ‘가치‘와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글쓴이는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 자주 관찰되는 안티축산(Anti-livestock)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며, 현재 다음의 세 가지 관점(① 채식주의, ② 환경운동, ③ 동물권)으로 안티축산을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 세 가지 관점을 우리 축산과 연계해보자. 채식주의는 육식은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건강‧영양적 관점’, 환경운동은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다는 ‘삶의 질에 대한 관점’, 동물권은 인간에 귀속되지 않고 동물이 바라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도덕적 관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내용을 기준으로 생각한다면 축산업이 안티축산에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할 수 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내세우고 있는 축산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만 한다. 관성적으로 우리의 ‘가치’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우리 축산물을 고를 수 있도록 우리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첫 문단의 패션과 마찬가지로 축산물의 영양적 ‘기능’에만 치중한 ‘가치’를 주장한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치들’과 접점을 만들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 리 축산이 주장하는 ‘가치’를 대체할 수 있는 식품들을 소비자가 구입하게 될 것이고 축산물은 점점 소비자의 선택지에서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며, 축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축산업계의 큰 변화가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까지 글쓴이의 부족한 글을 논단에 실어준 축산신문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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