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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약품·수의

<동물약품 관납 열전 프롤로그> 농가도, 업체도 힘이 되는 ‘관납’…가축 방역·생산성 향상 기여

질병·시장 상황 고려 탄력적 운영 필요

[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관행 금물…우수 제품, 가치 걸맞은 대접

수요자 ‘공짜’ 인식…도덕적 해이 없어야


공공재 성격을 띨 경우, 관납을 통해 물품조달이 이뤄진다. 동물약품도 마찬가지다. 관청에 동물약품을 납품하고, 이 동물약품은 고객 즉 축산농가에 전달되는 것이 일반적인 유통 루트다. 비용은 일부 또는 전부를 정부 예산으로 충당한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저렴하게 또는 공짜로 제품을 받을 수 있다. 공급 업체들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수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매력적이다. 국가전체적으로는 방역, 생산성 향상 등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하지만 관납이 이렇게 모두 ‘윈윈’하려면, 좋은 제품이 적재적소에 공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관납 무용론’을 주장하는 일각 목소리를 허투루 흘려보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소독제 유통비용은 50%라고 한다. 조달단가가 100원이라면 이중 50원은 세금, 영업비, 유통마진 등 유통비용으로 쓰여진다는 의미다. 너무 많다. 일반 동물약품 유통이라면 20~30% 유통비용도 감지덕지다.

왜 소독제 유통비용은 높을까. 그 과정에서 드러난다. 유통업체들은 당연히 마진이 큰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제조업체는 이에 맞추려고 조달단가를 끌어올리려고 한다. 그 수단으로 2천배, 3천배 희석배수 소독제를 경쟁적으로 내놓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희석배수 만으로 소독제 효능을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희석배수 경쟁으로 소독제 시장이 흘러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수 제품이 설자리를 잃는 빌미가 된다.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되풀이되는 제품선택도 되짚어봐야 한다.

PED백신이 대표적 예다. 2013년 이후 G2b 타입 PED 바이러스가 국내 유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G2b 백신주를 쓴 PED백신이 잇따라 출시됐다.

하지만 PED 생백신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존 G1 타입 백신이 주류다.

물론 백신만으로 PED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PED 피해가 큰 현실을 감안할 때 백신 선택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좀 비싸더라도 G2b PED 백신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돼지열병 생마커백신도 같은 맥락이다.

생마커백신은 지난 2016년~2017년 첫 출시 당시 돼지열병 청정화를 이끌 ‘첨병’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야외주와 백신주를 감별할 수 있는 ‘마커’ 기능을 통해 지역별로 하나씩하나씩 돼지열병을 몰아낼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생마커백신은 (일부 지자체에서는 쓰고 있지만) 가격 등을 이유로 관납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그 자리는 수십년째 롬(LOM)주 돼지열병 백신이 꿰차고 있는 중이다.

또 하나, 국내 제조업체들은 써코바이러스(PCV-2)백신 관납에 대해 “외산만 배불리는 꼴”이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써코백신 관납은 중앙정부 30%, 지방정부 30%, 농가 자부담 40% 형태다. 

외산백신이 두당 2천500원, 국산 1천500원이라면, 관납이 없을 경우에는 1천원이라는 가격차다. 하지만 현 관납(농가 자부담 40%)에서는 고작 400원에 불과하다.

농가들은 가격차를 별로 따지지 않아도 된다. 국산 써코백신은 이렇게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연·분기별 신청하는 관납구조는 기존 제품을 계속 쓰게 했다. 결국 국내 써코백신 시장은 외산에 완전히 주도권이 넘어갔다.

국산 써코백신은 매년 새롭게 출시되고 있지만, 아직도 변두리에 머물고 있다.

‘도덕적 해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농가들은 공짜로 받은 관납제품이 그리 귀해 보이지 않는다. “내돈으로 샀어도 그랬을까” 창고에 쌓아두고, 폐기처분하기 일쑤다.

이밖에 관납항목은 매년 변화가 없다. 매년 한두 항목만이 삭제되거나 추가되는 것이 전부다.

특히 농가입장에서는 제품선택권을 박탈당할 때가 많다. 

관납제품 선정과정에서는 보통 지자체, 생산자단체, 공수의사 등이 참여하게 된다. 이들 특정소수에 선택만 받으면 된다. 자연스럽게 업체와 선정자 사이에 결탁빌미가 생겨난다. 비리가 들통나 해당관계자 등이 처벌을 받은 사례가 수두룩하다. 

대안으로 ‘농가 선구입, 정부 후지원’, 필요제품을 사다쓰는 ‘쿠폰제’, 제품 선택권을 넓혀줄 ‘농가 자부담 증가’, ‘중앙정부 예산확대’, 사용률을 높일 ‘지도·홍보 강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관납에는 피 같은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결코 공짜가 아니다. 아끼고, 잘 써야 한다.

그리고 우수 제품이 대접받는 반듯한 관납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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