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최저가격 편차 9.4%…폭등은 과대 표현
산란계 10% 살처분한다 해도 가격 상승 10% 이하
부처별 중복 규제로 정부가 원가 상승 초래 지적도
<표1>최근 3년간 계란 유통가격 동향(축산물품질평가원, 단위 : 원)
계란가격 급상승이 맞나
대한산란계협회(회장 안두영)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계란 생산 원가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양계용 사료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에 따른 곡물가격 상승으로 2022년 10월 기준 kg당 661원으로서 2021년 1월 대비 57% 상승했다. 사료 값 상승분만을 감안 하더라도 현재 계란의 시중 소비자가격이 9천400원(특란 30구 기준)에 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실제로 12월 현재 1등급 계란의 가격은 2021년 1월 대비 3.6% 상승했고, 금년 1월 대비 4.3% 상승한 6천717(축산물품질평가원 소비자가격, 특란 30구 기준)원에 불과하다. 금년도 최저가는 2월 6천326원이었고, 최고가는 6월의 6천920원이다. 최고가격과 최저가격의 편차는 9.4%이다. 금년도 내내 계란가격은 6천원 중하반까지 견조한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치솟았다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특란만이 가격 기준 되어서는 안돼
또 상대적으로 전체 생산 물량에서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특란’ 가격이 기준이 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계란은 현재 크기에 따라 왕·특·대·중·소란으로 구분하여 판매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계란은 크기별로 약 20%씩 생산이 된다. 그런데 37주령이 넘은 성계만 생산할 수 있는 ‘특란’을 기준으로 계란 가격을 조사하는 방식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는 것. 실질적인 계란의 가격은 왕·특·대·중·소란의 평균 가격으로 발표가 돼야 실제 유통되는 정확한 계란 가격이 발표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표2>최근 3년간 산란계 사육수수 동향(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단위 : 수)
AI 발생으로 계란 가격이 폭등할까
통계청에 따르면 지지난 겨울(2020.12.1.∼2021.3.11.) 국내에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산란계 사육수수는 2020년 4/4분기 7천258만수에서 2021년 1/4분기 6천211만수로 약 14.4%가 감소했었다. 이 당시의 계란 가격은 약 35.2%(1천983원) 상승한 7천612원이었다.
또 지난 겨울(2021.12.3.∼2022.4.7.)의 경우 AI의 영향으로 317만수가 살처분 됐지만, 산란 노계의 도태시기 지연 등을 통해 사육수수는 218만수(3.0%) 감소에 그쳤으며, 그 기간 중 계란 가격은 3.3%(202원) 상승한 6천464원이었다.
대한산란계협회 김경두 전무는 “현재의 산란계 사육수수가 전년 대비 291만수 가량 증가한 상황을 감안해 기존의 AI 발생상황에 따른 살처분수, 사육수수 감소 등의 통계를 토대로 보간법(알고 있는 데이터 값들을 이용하여 모르는 값을 추정하는 수학적 방법의 한 종류)으로 계산할 경우 AI 발생으로 5.7%(430만 마리) 이하를 살처분하면 계란 가격은 하락하거나 현재 가격을 유지하고, 10%(755만 마리)를 살처분하면 계란 가격은 약 12% 상승하여 7천530원이 된다”며 “그런데 이번 겨울의 경우 현재 6개월령 이상의 산란에 가담하고 있는 산란계사육수수가 전년 대비 4.8% 많고, 산란 노계의 도태시기를 연장시켜 계란 생산량을 늘릴 방법도 있는 것을 가정한다면 산란계의 10%를 살처분해도 계란 가격 상승은 10% 이하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20일 기준 AI로 인한 산란계 살처분수수 : 약 170만수).
<표3>최근 3년간 양계용 사료가격 동향(농림축산식품부, 단위 : 원/kg)
계란 가격 상승, 생산‧유통의 책임 아냐
계란 유통업계에 따르면 통계청이 발표하는 2021년도 계란 1개당 생산원가(통계청 기준 108원, 일선 농가들은 생산 원가를 108원이 아닌 162원으로 분석)에 물가상승률(5%)과 사료비 인상률(22.2%)을 더하고, 생산 이후 선별·세척·포장·상차 등 비용(10∼20%)을 합산하면 2022년도 계란 1개당 생산원가는 136원∼148원이 된다. 통계청의 생산원가를 적용한다 하더라도 생산자는 올 한해 계란 1개당 0∼12원의 이윤을 남겼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란 가격이 높다고 하는 현재 시점에서도 0∼8%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한 대형 계란 유통업체 관계자는 “선진국 어느 곳에도 없는 계란공판장을 도입, 유통단계를 늘리고(개당 약 8원 상승), 부처별로 유사한 표시제(농림축산식품부-이력제, 식품의약품안전처-난각표시제)를 중복 추진, 생산원가를 늘린(개당 1∼2원) 것이 정부”라고 꼬집었다.
한 산란계농가는 “모든 물가가 폭등해 생산비가 상승한 가운데, 각종 규제마저 추가로 생겨나며 생산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규제에 대응치 못하면 계란을 판매할 수 없는데 규제를 지키면 원가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면서 “대표적으로 계란 가격을 폭등시킬 정부의 규제는 마리당 사육수수 면적기준을 상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각종규제로 원가를 상승 시키고, 농가에 가격상승의 책임을 묻는 것도 모자라 안전성에 대한 확인도 되지 않는 외국산 계란을 수입해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한 정부가 오히려 계란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고 개탄했다.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한 제언
산란계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이맘때쯤이면 정부는 소비자물가 조사 품목 중에서 비중이 크고, 서민의 단백질 주요 공급원으로서 민감도가 큰 계란이 명절특수나 AI 발생으로 가격이 오를까, 또 이 때문에 정부의 지지율이 빠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면서 “이런 걱정에 앞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생산자와 유통상인들에게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낭비되는 예산으로 생산 및 유통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해준다거나, 여타 농산물들 처럼 계란 가격이 쌀 때 이를 수매‧비축해 가격이 높을 때 출하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준다면 계란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