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정부 과도한 수급개입 자제 돼야” 분석
병원성 높아 조기 발견…사전피해 예방도 원인
[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아직 긴장을 늦출 순 없지만 올 겨울 국내 가금농가에 AI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었던데는 분명한 요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일각에서는 고병원성 AI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 확진이 이어지고 있어 농장으로의 전파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번 겨울의 상황은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 농가·업계의 의견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전국 가금농장에서 총 63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올해들어 7건이 발생했고 지난달 13일 평택의 육계농장 확진 이후 추가 발생은 없는 상황이다. 고병원성 AI 발생이 적지만은 않지만 가금 산물 가격을 토대로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확연히 피해가 적은 상황.
관련 업계는 이같은 상황의 주요 요인으로 가금산물의 가격지지를 꼽으며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물가안정을 위해 가금 산물의 수급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AI 피해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육계협회(회장 김상근) 관계자는 “올 겨울 가금농가에 AI 피해가 적었던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 그중 무엇보다도 가금 산물의 가격지지가 가장 중요했다”며 “현재 국내·외 정세 영향으로 생산비가 급증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산물의 시세가 버텨주며 농가 및 계열화업체들이 수익까지는 아니라도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하면 AI가 발생해 살처분을 할 때 보다 이를 막아내고 정상적으로 사육을 할 때 농가는 물론 계열화업체들에 도움이 됐던 것이다. 이런 상황들이 더욱 철저한 방역으로 이어져 현재의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산란계협회 안두영 회장은 “솔직히 말해 계란 가격이 낮으면 농가의 방역 의지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계란 가격이 낮을 경우 농가들이 방역에 노력을 기울이다가도 지칠 수 밖에 없다. 갖은 노력 끝에 AI를 막아내도 손해가 나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순간 소위 ‘될대로 되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가 입장에서 AI 발생 당시 계란 가격이 좋으니 한알 한알이 소중하지 않았겠는가”라며 “정부의 과도한 물가안정 정책으로 계란의 가격을 생산비 이하로 낮출 경우 농가의 방역 의지를 꺾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유례없이 높은 생산비에 농가들이 더욱 방역에 힘을 기울였다는 것. 또한 산물의 가격이 어느수준 지지가 되면서 농가의 방역 의지가 높아졌던 것이 올 겨울 현재까지 AI 피해가 적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번 겨울 유행한 AI 바이러스가 병원성이 높았던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 육계 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AI의 병원성이 강했다. 이것이 오히려 조기에 AI 발생을 알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며 “평년의 경우 무증상 개체들이 많아 농가에서 AI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을 경우 이미 인근지역에 전파가 된 경우가 많았지만, 올 겨울의 경우 병원성이 커 조기에 발견을 해 사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와 함께 조기 의심신고 등 농가의식이 변화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은 겨울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 최근 한파로 철새들이 남쪽으로 자리를 옮긴 데다, 야생조류에서 AI 확진 사례가 꾸준히 확인되고 있어 언제든 농장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금단체 관계자들은 “지역 농가 발생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야생조류 검출지 주변 출입 통제를 포함, 농장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당부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