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3대째 이어온 낙농현장 잊혀졌던 일상 회복
“로봇 들여놓으면 망한다”던 부친까지 만족
이제상 대표, “‘일꾼’ 아닌 당당한 ‘사업가’”
▲모친 어깨질환 걱정도 ‘끝’
“부모님과 저녁 식사를 자주 합니다. 이전에 사실상 포기했던 시간이었죠”.
경기도 안성에서 착유우 38두를 포함해 총 120두 사육규모의 선호목장을 경영하는 이제상 대표(37). 그는 지난해 7월 로봇착유기를 도입한 이후 자연스럽게 변화해 가는 자신과 가족들의 소소한 일상을 발견하곤 한다.
이제상 대표는 “로봇착유기 도입 이전엔 착유가 끝나고 농장일을 정리하는 게 반복되다 보니 부모님과 저녁상을 함께하는 시간이 사라졌었다”며 “어렸을 때 1박2일 일정으로 한번 다녀온 게 전부였기에 가족여행에 대한 로망은 특별히 없다. 아직은 저녁식사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밝혔다.
물론 부모님은 지난달에도 동반 해외여행을 다녀온데다 모친은 그 직후 또다른 개인모임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이제상 대표는 “약주를 좋아하시는 부친께서 시간이 많아진게 오히려 걱정”이라고 귀띔할 정도.
3대째 낙농을 이어오며 온 가족이 목장에 매달려야 했던 이전에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일들이다. 손 착유를 함께 하며 늘 어깨질환에 시달려야 했던 모친의 건강 걱정을 덜게 됐다는 점도 이제상 대표에겐 큰 위안이다.
▲발품 팔며 미래 설계
이처럼 만족도가 높은 부모님이지만 처음부터 로봇착유를 환영했던 것은 아니다. 부친은 “로봇을 들여놓는 목장은 망한다”며 만류했다.
그러나 수년간 전국의 로봇 설치 목장을 견학하며 미래를 설계해 왔던 이 대표였다. 더구나 2년전 무허가축사 적법화와 함께 지금의 부지로 목장을 이전하면서 목장주로서의 지위와 서울우유 조합원 자격까지 승계받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던 상황이었던 만큼 부모님은 마음을 돌려 아들의 결정을 지지하기에 이른다.
“정부 지원을 감안하면 로봇착유기에 대한 직접 투자비용이 크게 높지 않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인건비를 로봇에 투입한다고 생각하니 재정적 부담은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직접 로봇 최적화 목장설계
이 과정에서 발품을 팔며 로봇 목장을 견학했던 이 대표의 경험은 자신이 직접 로봇착유기에 최적화 된 목장설계를 할 수 있었던 자신감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스마트 축산전문회사 선진(총괄이사 이범권)의 계열사 ㈜애그리로보텍이 공급하는 ‘렐리 A5 로봇착유기’를 선택한 것도 간접경험이 그 토대가 됐다.
“저마다 시각은 다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자본과 시스템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버려지는 원유 최소화
이제상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비단 가족 일상의 변화 뿐 만 아니라 목장의 ‘경영’을 갈망해 온 이제상 대표의 목표가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일꾼이 아닌 사업가가 되고자 한다. 그러나 손 착유시절엔 생각만 있을 뿐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보니 목장 경영에 발전이 없었다”는 이 대표는 “이제는 다르다. 착유시간 만큼 농장 관리와 그 외적인 업무에 시간을 할애, 좋은 원유를 조금 더 싸게 생산하자는 경영방침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로봇착유기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27kg 수준에 머물렀던 선호목장의 두당 원유생산량은 현재 34~35kg 수준으로 안정됐다. 버려지는 원유량도 하루 20kg 정도로 급감했다.
▲프로그램 활용이 관건
이제상 대표는 “프로그램 활용에 따라 로봇착유기의 도입 성과가 달라진다. 로봇이 다 알아서 한다는 생각은 오산”이라며 “따라서 프로그램이 요구하는 내용을 정확히 입력하지 않으면서 목장이 잘 돌아가길 바라는 건 무리” 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이제상 대표지만 또 다른 도전이 시작됐다.
“지금의 두배를 짜는 게 목표다. 착유우를 50~55두까지 늘리고, 평균유량도 40kg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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