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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 등록 2023.12.20 11:04:45

[축산신문]

 

김성진 소장(아태반추동물연구소)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일까? 특히 여성의 아름다움은 인류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어떤 시대에 사느냐, 어떤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한다. 이와 같은 생각으로 철학자 움페르토 에코는 “미의 역사”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시각과 사고의 변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에코는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도 미적 가치는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우리가 느끼는 아름다움의 대상이나 기준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여성의 아름다움은 작은 얼굴에 브이라인, 날씬한 체형, 긴 다리 등으로 대변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성적 표현이 강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풍만한 여성이 미인으로 여겨지던 역사도 있었다. 여러 학자들은 고된 노동력이 필요한 고대 사회에서는 자식을 많이 낳는 여성이 더 아름다워 보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소의 아름다움도 많은 송아지를 생산할 수 있는 모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한우를 비롯한 젖소는 1년 1산을 목표로 번식관리를 한다. 아직 한우는 통계적으로 출산 이후 임신하지 않은 기간(공태일)에 대한 자료는 없다. 송아지를 직접 포유하는 한우의 경우에는재임신까지 90~120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추측한다. 한국가축사양표준 젖소편(2022년)에서는 젖소의 공태기간은 평균 180일로 명시되어 있다. 한우와 젖소의 번식을 위한 암소의 생산성은 송아지를 1년에 한 마리 출산하는 것이 최상의 성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들의 번식성적은 목표에 도달하기 어려운 점이 있어 보인다. 필자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키워드로 앞서 이야기한 다산의 상징인 “풍만한 아름다운 여성”에서 도움을 얻고자 한다. 인류가 여러 자식을 낳고 풍요로움을 누린다는 관념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집단을 이루어 농업 생산활동을 하면서부터일 것이다. 그 이전 수렵과 채집을 하던 시절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 없었다. 노동력은 곧 서로의 식량을 먹기 위한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이 시절에는 자식 하나 키우기 어려웠다. 그 자식을 키우는 어미조차 제한된 영양섭취로 임신할 가능성이 낮았을 것이다. 그러나 농경생활은 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필요로 했고 자연스럽게 자식을 많이 낳는 “다산(多産)”을 권장해왔다. 다산을 위해서는 어미의 신체에 충분한 영양공급이 필요했다. 영양공급을 원활하게 받은 증거는 “풍만함”으로 표현되었다. 그리고 풍만함은 농경사회 인류의 아름다움을 상징했던 것이다. 
다시 소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소의 풍만함은 단계적, 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하여 분석되어왔다. 이것을 신체충실지수(BCS; Body condition score)라고 한다. 국가와 사육목적(고깃소, 젖소)에 따라 지수의 범위가 다르긴 하지만 기본개념은 같다. BCS는 장기간의 영양상태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다. 가축이 생존과 번식을 위한 영양을 충분히 유지하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신체충실지수는 비육우의 경우 1~9단계, 젖소는 1~5단계로 분류한다. 비육우의 신체충실도를 9단계로 나누었을 때 5~6단계는 번식을 위한 최적 조건이다. 2017년 미국의 데메테르코 등의 연구결과를 요약한 미네소타대학 비육우 BCS 교육 자료에서는 번식우의 BCS가 5~6일 때 분만 후 75일 내 재임신율이 88~8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반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번식하기 좋다고 생각하는 BCS 4는 임신율이 65%에 그쳤다. BCS 4인 마른 소는 BCS 7인 과비 상태인 암소의 임신율과 유사했다. BCS가 3 이하인 마른소들의 임신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필자의 경험도 위와 같은 결과를 뒷받침하였다. 
젖소는 번식성적이 산유성적의 지표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능력우는 모든 신체구조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최적화 되어있다. 영양 공급이 부족하더라도 출산과 동시에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각각의 조직들은 자신의 몸을 깎아가며 일한다. 따라서 젖소에게 부족함 없는 영양공급을 하기 위해서는 BCS를 수시로 관찰해야 한다. 또한 각 비유 시기에 적합한 BCS를 유지해야 한다. 젖소의 비유기는 비유초기, 비유중기, 비유후기, 건유기로 나뉜다. 비유초기는 분만 후 약 2.5 개월 정도이다. 이 때 산유량에 비해 건물섭취량이 턱없이 부족해지므로 급격한 체중 손실이 발생한다. 비유초기 체중 손실을 감안하여 젖소가 출산할 때 BCS 3.4~3.75를 권장하고 분만 후 1개월이 되었을 때 최소 2.25~2.5를 유지해야 한다. 비유중기에는 초반 건물 섭취량을 최대한 끌어 올려 BCS를 3으로 만들어야 한다. 젖소도 1년 1산을 위해 분만 후 75일 만에 수정이 이루어져야 생산 효율이 높아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영양관리로 목표 BCS를 이루어야 한다.
한우와 젖소번식을 최적화하기 위해 풍만함이라는 개념을 우리의 마음속에 담아야 한다. 또한 풍만함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과학적 접근 법인 신체충실지수(BCS)를 기준으로 소를 바라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다시 말하면 번식을 위한 축주의 행위는 외부인의 생각이 아닌 축주 자신의 주체적인 기준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소를 기르는데 있어 최근 저탄소에 대한 이슈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필자는 한우 번식우와 젖소의 저탄소 전략은 번식효율을 높이는데 그 핵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비육우는 출하기간을 단축하는데 저탄소 정책이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번식을 목적으로 하는 축우는 번식기간 단축이 곧 탄소저감의 길인 것이다. 적당히 풍만한 아름다움을 지닌 한우와 젖소는 지구를 구하는 아름다운 소들이 되어 인류를 미(美)소 짓게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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