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박 진 주 주무관(김해시 축산과 가축방역팀)
봄이 왔다.
겨울이 끝나면 자꾸만 밖으로 놀러가고 싶어진다. 봄엔 꽃놀이, 여름엔 물놀이. 이 때 빠질수 없는게 삼겹살 아닌가!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지난 겨울과 지금까지도 전국적인 돼지유행성설사병(이하 PED) 유행으로 새끼돼지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원래도 수요가 늘어나는 봄부터 여름까지는 삼겹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는데 올 여름은 PED 피해로 가격폭등이 올 수 있을거 같다. 물론 농식품부도 충분히 짐작하고 비축, 수입 등으로 대비하고 있겠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PED는 3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고 같은 시기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조치로 그 어느때보다 소독 등 방역조치가 철저함에도 그 발생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래서 기본부터 다시 생각해 본다. 방역(防疫)이 뭐지? 정의를 찾아보니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유행하는 것을 미리 막는 모든 활동을 뜻한다. 질병은 숙주, 병원체,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발생할 수 있는데 이 3요소를 차단하는 활동에는 크게 예방접종, 소독, 전파매개체 관리 등이 있다. 이 중 한가지라도 완벽히 차단될 수 있다면 질병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세균도 눈에 보이지 않는데 바이러스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보이지 않는 적, 방역의 적은 이런 놈들인 것이다. 그래서 전염병예방을 위해서 한가지 확실한 방법에만 매달리는게 아니라 3요소 모두에 대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한곳이 뚫리더라도 다른곳에서 막을 수 있도록.
질병 발생의 대응절차를 보면 발생의심이 되면 농가에서 신고를 하고 이에 따라 정밀검사하여 확진한다. 이로써 바이러스가 확인된 것이다. 다음단계는 발생농가의 바이러스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자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진다. 농장내 매개체가 될수 있는 돼지, 사료, 분뇨 등등에 대해 농장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구제역 등의 1종전염병인 경우 감염우려 가축까지도 전체 살처분하여 빠르게 바이러스 증식차단 및 소멸을 유도한다.
이제 PED 방역대책을 보자. PED는 3종 가축전염병으로 살처분을 하지 않는다. 이것은 치료를 시도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치료기간 동안 바이러스 배출은 계속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타 농장으로 전염될 수 있기에 이동제한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는 도축출하의 경우 세척·소독 등 방역조치를 한 경우 이동제한을 준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즉, PED발생 농장임에도 이동제한에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어 진정한 바이러스 방역을 하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고 언제부터 이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예외를 허용한 조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예외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을 만들어 현장의 혼란만 유발하는 것은 문제다. 모든 전염병에 대해 이동제한을 하고 법을 제정하여 적극적인 방역조치를 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찾고 적용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동제한에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비유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교도소 죄수가 착하게 산다고 약속만 하면 내보내주는 거랑 뭐가 다른가?
사육농장 단위에서 관리 가능한 질병은 농장에 맡겨야 한다. 법정 전염병으로 지정하여 법에서 방역관리를 하는 것처럼만 하면 사육농장의 오해만 살 뿐이다. 이것은 또 다시 정부의 방역정책 신뢰를 무너뜨리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말 피해가 막대하여 법으로 강제해서라도 방역을 해야 한다면 예외를 두면 안된다. 그물망으로 댐을 만들려 한다면 그물망만 망가지고 현장종사자만 고달파질 뿐이다. 이로 인해 더 중요한 곳의 댐을 만드는 것 또한 어려워질 것이다. 한정된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철저히 투입하는 것이 방역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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