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경기 포천 순해목장(대표 김기태)은 국내서 일반 목장으론 두 번째로 청정육종농가에 선정된 곳이다. 안정적인 원유생산은 물론이고 청결한 목장환경 조성으로 소위 모범적인 목장으로 꼽히는 순해목장의 김기태 대표는 청정육종농가로 선정되면서 그의 목장 인생에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말한다.
청정육종 농가 유지, 세심한 노력과 정성 수반돼야
로봇착유기 도입으로 사양관리 정밀화·생산량 증가
▲목장의 전환점이 된 청정육종농가
순해목장은 1978년 김기태 대표가 고등학생이었던 당시 아버지가 홀스타인 2두를 구매하면서 시작됐지만, 청년시절 그는 목장일에 크게 열정적이지 않았다. 방황도 했었다. 그런 목장을 지켜준게 어머니였다고 한다. 이후 결혼을 하고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적어도 욕은 먹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쉼없이 달려온 낙농 인생이 여기까지 왔다고 그는 말한다.
순해목장은 2009년 국내 2호 청정육종농가로 선정된 이래 국산 우수정액을 낙농가들에게 공급하는 보증씨수소 ‘봄베로’, ‘럭키’, ‘에이투비(수출용)’ 등 3두를 비롯 후보우 47두를 배출한 농가다.
순해목장이 청정육종농가로 선정된 것은 목장을 살려내겠다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김 대표는 “그 당시 목장의 부채가 많아 파산신청을 할까 고민까지 할 때였는데, 가깝게 지내던 지인의 권유가 있었고, 육종농가로 선정되면 이런저런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신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정육종농가로 선정되면 북미산 상위 0.1% 이내 수정란 및 정액을 무상으로 공급받고, 태어난 송아지가 수컷이면 농협 젖소개량사업소에 보내지만, 암컷일 경우 농가가 보유할 수 있으며, 수송아지 사육비 지원, 우군 계획교배, 정기질병 검진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일반농가보다 2~3년 빠르게 고능력 유전자원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을 큰 메리트로 꼽기도 했다.
실제 순해목장도 청정육종농가로 선정된 후 시간이 누적될수록 목장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솔직히 처음엔 기대에 못미쳤다. 주변에서 수정란으로 태어난 암송아지를 보면서도 좋다는 소리를 못들었고 자신이 보기에도 기존의 소들보다 월등해보이지 않았다. 지금에야 1년에 두 번씩 받는 전두수 질병검사가 당연한 일이고 큰 도움이 된다 생각하지만 그 당시엔 성과도 보이질 않는데, 번거롭기까지 하다보니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며 “하지만 개량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15년이 지난 지금 몇몇 개체는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소리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우군 퀄리티가 높아졌고, 지역에서 개량으로 알아주는 농가서도 수정란으로 태어난 송아지를 하는 등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목장일이 즐겁고 내일이 설레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형 씨수소 보급에 사명감
하지만 그만큼 선정도, 유지하기도 어려운 것이 청정육종농가이기도 하다.
청정육종농가 자격조건을 살펴보면, 경산우 40두 이상 사육농가, 목장 내 암소 중 부모를 아는 개체가 75% 이상, 젖소 전염병 질병(우결핵, 구제역, 부르셀라, 요네, 류코시스)이 음성인 우군 보유다. 이중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것이 질병 청정화로, 전두수서 음성이 나오려면 농가에 따라서 많은 수의 젖소를 도태시켜야 하기에 신청 자체가 큰 부담이될 수 밖에 없다.
김 대표는 “우리 목장 운이 좋은 편이다. 청정육종농가 신청 전에 한 검사서 류코시스 양성 젖소가 1두 있었는데 도태됐고, 심사과정에서 8두만 빼내면서 청정육종농가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규모가 작은 농가일수록 소를 빼내면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 청정육종농가가 돼서도 전두수 전염성 질병 음성을 유지해야 되기 때문에 청정육종농가라 할지라도 청정화가 덜된 신규목장은 소를 빼내야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할 수 있기에 청정육종농가를 유지하는데에는 상당한 정성이 필요하다”며 “순해목장의 경우 도태두수가 2~3년에 1두 나올까말까로 안정화가 됐다. 다만, 전염성 질병에 항상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소를 들여오는 것은 생각도 안하고 있고 또, 품평회에 나가고 싶어도 소를 출품하는데 제약이 생긴다는게 아쉬운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기부하는 방식으로라도 능력이 우수한 소를 농가들과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한국형 씨수소의 보급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북미나 일본 북해도 같은 지역은 기후가 비교적 일정한 편이라 유량이 높아도 젖소들이 잘 버틸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 기온 차가 심하다보니 고능력우일수록 면역력이 약해져 유방염이 걸리기 쉽고, 이는 수익성을 악화시킨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의 환경과 사육 조건에서도 능력을 발휘하고 농가들이 키우기 편한 소를 만들 필요가 있는데 이 때 한국형 씨수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가 쾌적한 환경 조성, 목장 성적도 ‘UP’
순해목장은 현재 전체사육두수 170두 중 착유우가 95두로 서울우유 쿼터 3천32kg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검정성적을 살펴보면 두당 산유량은 일평균 33.6kg, 유지방 4.06%, 유단백 3.52%이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쿼터 1천900kg였던 목장이 1천100kg 이상 생산규모를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애그리로보텍의 렐리 로봇착유기를 만나면서부터다.
김 대표는 “팔로 착유를 30년동안 하다보니 자신도, 아내도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러던 중 로봇착유기를 사용 중인 지인의 추천이 있었고, 마침 정부서 ICT 지원사업을 하고 있어 반신반의하면서도 로봇착유기 2대를 설치하게 됐다”며 “결과는 기대 이상의 대만족이다. 나를 포함해 온가족이 육체적 노동에서 해방될 수 있었고, 소들도 원하는 때에 착유를 하게 되면서 스트레스가 줄었다. 게다가 젖소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관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정밀한 사양관리가 가능해졌고 도태율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청정육종농가로서 우수한 국산 유전자원을 생산하기 위해 소가 질병에 걸리지 않고 편하게 쉴 수 있는 환경 조성과 사양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순해목장은 포천에서 처음으로 HACCP 인증을 취득한 곳이며, 가축행복농장, 깨끗한 축산농장 인증을 받는 등 쾌적하고 청결한 환경을 자랑한다.
여기에 더해 운동장은 매일 로터리를 치고 있으며, 피트모스를 깔아 뽀송뽀송한 바닥을 유지하면서도 파리 발생도 저감시키는 등 위생적인 환경 조성으로 체세포수를 낮췄다.
아울러, 유량에 욕심내기 보단 소의 건강에 초점을 맞춰 배합비를 짜고 있으며, 분만 후 일주일간 집중케어를 통해 면역력을 키워 체세포수 12~13만 대의 신선한 우유를 생산한다.
김 대표는 “고능력우 위주의 사양은 개체 관리도 힘들고, 불의의 사고 발생 시 목장 경영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개체별 유량을 고르게 가져가려고 한다. 우군의 평균유량을 36kg으로 마지노선을 정해서 사양관리를 해왔는데, 소들이 개량으로 능력도 좋아진 것도 있고 건강한데다, 로봇착유기로 생산성이 좋아지면서 마지노선을 39kg로 높혔다. 올해 안엔 두당 일평균 생산량을 38~40kg까지 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나름대로 목장을 목표치까지 키워낸 것 같다. 앞으로 규모는 현상유지를 하면서 청정육종농가로서 개량을 계속해서 할 생각이다. 또, 아내를 위해 유가공장을 지을 예정이며, 우리 목장에서 나온 퇴비를 판매하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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