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이것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문제인 줄 몰랐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장은 최근 도축장 및 공판장별 이상육(근출혈, 근염 등) 발생현황을 공개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처음 들었고, 바로 해결해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민 회장의 생각대로 일은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자료공개를 요청했더니 검토 후에 답을 주겠다고 했고, 결국 자료 공개는 안 된다는 답이 왔다. 다음으로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에 말을 했더니 평가원이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애매모호한 답을 했다고 민 회장은 말했다.
민 회장은 “처음에는 단순한 문제라 생각하고, 담당기관을 방문해 간단히 얘기하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축평원과 농식품부의 대응을 보면서 이렇게 해서 될 일 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담당직원에게 정식 공문으로 자료 요청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도착한 문서에서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도축장별 이상육 발생현황은 농가에게는 출하처를 정하는 것에 있어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음에도 관련협회와 기관에서 정보공개를 제한하고 있다. 이것은 축산농가의 알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이상육 발생은 한우산업 초기부터 항상 문제로 지적돼 왔다. 발생에 대한 책임이 누 구에게 있느냐로 항상 갈등이 생겼고, 연간 2~5%가 이상육으로 판정되면서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되고 있다.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기 위해 여러 대학에서 몇 차례 연구를 시행했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에 그쳤고, 농협에서는 관련 보험 상품을 출시하면서 문제를 봉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는 대신 발생 이후 처리 방법을 보완하는 것으로 그쳤다는 것이 아쉽다. 때문에 이 문제는 여전히 수면아래에서 끓고 있으며 언제든 다시 수면 위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와 관련해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 하면서 첫 번째로 해결해 야 할 것이 바로 각 도축장별 이상육 발생 현황을 공개하는 것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특히, 축평원은 이 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매우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어디를 찾아가 누구를 설득하면 되겠느냐는 물음에도 답을 주지 않았다” 고 말했다.
민 회장은 “우리가 판단하기에 관련기관에는 전부 공문을 발송 했고, 송미령 농식품부장관,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 이개호 의원 등 다수 의원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했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협회는 도축장별 이상육 발생현황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라며 “무슨 이유로 자료 공개를 제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한우협회는 그 이유부터 따져 묻고, 농가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이유와 주체에 대해서도 파고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도축장별 이상육 발생 현황이 공개됨으로써 각 작업장이 이상육 발생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것이 국내 전체 이상육 발생 비율을 지금보다는 낮추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우협회장의 호언장담이 무색한 상황이 됐지만 좀 더 파고들어 해결을 보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을 기회로 국내 이상육 발생의 문제가 한 차원 개선되고, 한우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인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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