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국내 낙농산업은 지난 수십년간 홀스타인종 단일 품종으로 양적인 성장에 치중해오면서 2000년 이후 원유수급불균형, 생산비 폭등, 환경기후 이슈 등의 현안 대응 및 외산 유제품과의 품질 경쟁력을 다투기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근래들어 정부 및 일부 지자체에서는 국내 낙농업의 체질 개선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영국 왕실 전용 우유로 알려진 젖소 품종인 저지종 사육기반 확대에 힘쓰고 있다. 환경친화적이고 고품질의 유제품 가공에 유리한 저지종 산업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낙농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지금, 국내 저지종 산업화 동향을 진단해보았다.
품종 다변화·이슈 대응 일부 기관·지자체·농가서 육성 본격화
유전자원 보급·인센티브 부여·관광 연계 등 기반 확대 노력
별도 유대산정체계 마련·정부차원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돼야
▲2010년 민간서 첫 도입, 사육기반 확대 정책 추진
우리나라에선 품종 다변화의 일환으로 2010년 수정란 형태로 들여와 서울우유협동조합, 당진낙농축협,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경기도축산진흥센터 등 기관 및 일부 농가서 사육 중에 있다.
2024년 9월 혈통 등록 기준으로 86농가서 814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2024년 상반기 기준 주요 기관별 저지종 사육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우유협동조합이 225두로 가장 많은 두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평균 1천520kg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단일목장으론 제주 다원목장이 120두로 가장 많은 두수를 사육하고 있으며, 서울우유와 다원목장(제주우유)은 저지유를 각각 ‘골든 저지밀크’와 ‘제주 저지우유’로 상품화해 판매하고 있다.
당진낙농축협은 95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일평균 500kg을 생산하고 있으며, 저지본 저지요거트를 판매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85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일평균 240kg을 생산하고 있으나 이는 연구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경기도축산진흥센터는 60두를 수정란 생산·공급 목적으로 사육하고 있다.
▲경기도내 젖소의 5%, 저지종 대체 목표
경기도는 지자체에서 직접 도내 낙농산업의 신시장을 개척함으로써 낙농가들이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자 지난해 1월 경기도 축산진흥센터 낙농자원팀을 발족하고 ‘퀸스저지’(가칭) 저지종 육성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기도 축산진흥센터는 도내 젖소의 5%를 저지종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올해 10억9천250만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국산 우수 유전자 보급체계를 마련하고, 경기도 저지 농가협의체 회원을 대상으로 수정란을 무상공급하고 있다.
낙농자원팀과 연구소는 수정란 및 정액생산을 위한 실험실을 구축하고 저지 수정란 생산을 위한 종축 54두(암)를 보유하고 있으며, 저지 성감별 동결정액 400개와 OPU 기법을 활용해 수정란 1천개를 생산하고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홀스타인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저지종의 단점을 보완해 참여 농가의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별도의 유대체계 조성 전까지 한시적으로 유대 차액 보전비를 지원해 농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사업비는 총 1억5천250만원으로 축산경제연구원의 ‘경기도 낙농 신품종(저지) 도입 정책지원을 위한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리터당 유대보전비 359원을 지원한다.
첫 유대보전비 대상목장은 여주 요한목장(대표 최돈형)으로 서울우유협동조합의 협조를 통해 하반기 저지유 납유를 시작하고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제주도 특화 품종으로 저지종 활용 계획
제주우유(대표 김정옥, 다인영농조합법인)는 저지종 산업화를 선도하고 있는 민간기업이다.
김정옥 대표는 2019년부터 저지종 도입을 시작했으며, 현재 구축사(다인목장)에서 저지소를 사육하고 있는데, 8월 기준 전체 사육두수 120두 중 35두가 착유 중으로 국내 단일목장 중 최대 규모다.
저지축군에서 생산하는 원유량은 일평균 830kg으로 이를 가공해서 만든 ‘제주 저지우유’는 마켓컬리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제주우유는 앞으로 저지소 사육두수를 더 늘려 품종 전환을 추진하면서 2027년까지 일평균 15톤 생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제주우유는 생산량이 늘어나면 저지우유 뿐만 아니라 아이스크림 믹스, 버터, 그릭요거트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 저지우유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유제품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섬과 동시에, 도내 다른 농가들도 저지종 전환에 참여시켜 ‘제주 저지소 사육농가 협의체’를 구성해 저지종으로 제주도의 낙농산업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또 향후 6차산업 접목의 일환으로 구축사를 저지 테마파크로 만들어 제주 저지산업의 홍보 역할을 하게 함으로써 영국의 저지섬과 같이 국내엔 제주도가 저지 특화 낙농 브랜드라는 인식을 안착시키고 관광산업으로 확장시켜 지역 발전에도 기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형 저지종 보유·유전자원 보급
2010년 국내 최초로 캐나다산 저지종 수정란을 도입한 당진낙협은 2021년부터는 저지유를 사용한 요거트 제조를 위해 유가공공장을 설립해 ‘저지본 수제 저지요거트’ 4종을 판매하고 있으며, 현재 식품 기업들과 함께 저지 아이스크림, 저지 그릭요거트 등의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당진낙협은 일본 오카야마 히루센 낙농협동조합을 벤치마킹해 지역 관광산업과 연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당진낙협은 조합 차원에서 지난 10여년간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으로 한국 기후와 환경에 최적화시켜 개량해온 조합 소유의 저지종을 활용해 2022년부터 ‘한국형 저지 수정란’ 생산 및 공급 사업을 실시, 농가들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저지종 수정란을 공급해 사육기반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2028년엔 총 사육두수 990두로 일평균 8천200kg까지 확대를 목표하고 있다.
농가들이 보유한 저지종 활용방안도 마련해뒀다.
저지종 수정란 공급 사업을 통해 2024년도 현재 조합 농가에서 저지종 송아지가 배출되고 있는데, 저지 착유우를 보유 중인 농가가 원할 경우 당진낙협 스마트 ICT 낙농단지에서 조합의 저지 분리 착유 시스템을 통해 착유를 실시함으로써 대규모 분리 납유를 하는 방안을 다방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수익모델 제시 필요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비 70%, 자부담 30%로 성감별 수정란 수입 및 이식 관련 부대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9농가에게 167개, 임실군에 97개의 수정란을 공급했으며, 향후 지방비 매칭 등으로 농가 부담을 완화시켜 생산기반 확대를 유도하고 저지유 수요처 발굴에도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또, 산유량, 유성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생산자-유업계의 자율적 원유가격 결정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규모화·분리집유를 위해 착유 및 집유 설비 지원과 저지유 사용시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시장 개척으로 고정 소비층 확보에 힘쓰는 동시에 저지종의 작은 체구를 고려해 단위면적당 적정사육기준을 완화(축산법 시행령)하고 체계적인 개체관리와 개량을 위해 이력제서 소의 종류를 홀스타인, 저지, 기타품종으로 세분화를 해서 교잡종 까지 혈통관리가 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저지종 산업화의 연착륙을 위해선 지속적인 R&D를 위한 지원, 다양한 유전자원 확보, 저지유 유통·판매 활성화를 위한 납유처(유가공업체) 및 판로 확보, 소비자 홍보용 콘텐츠 제작 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산업기반이 구축되려면 별도의 유대산정체계가 조속히 마련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무엇보다 지자체, 기업, 조합에서 실시하고 있는 저지종 사업과 발맞춰 중앙정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농가들의 높은 참여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