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화 박사. 부드러운 눈매와 가녀린 몸매에 누가 보더라도 그저 평범한 주부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박사는 (주)대호의 품질관리실장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요,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가정의 주부이면서도 2개 대학에서 주당 6-9시간의 강의까지 1인 5역을 거뜬히 해내고 있는 당찬 "철의여인"이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5시부터 시작된다. 올해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남편인 건국대 민승기 교수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출근준비를 한 후 6시 30분이면 집을 나선다. 이때부터 김박사의 억척스러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박사가 이처럼 억척스럽게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여성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도 한몫을 했다. 여성의 경우 4년제 대학을 졸업해도 2년제 대학을 나온 남자사원과 초봉이 같거나 남자보다 열심히 일해야 겨우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편견이 그녀로 하여금 남들보다 두배로 일하는 여성으로 만들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오래전부터 억척스러움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건국대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지난 83년 독일로 유학해 호헨하임 대학에서 다시 석사과정을 밟아 학위를 취득했으며 박사학위까지 따낸 그녀는 학비 마련을 위해 만 5년동안 독일에서 공부하며 파출부 일을 했으며 실험기구 닦는 일, 각종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심지어 현재 고등학생이 된 딸을 실험실 책상에서 재울 정도로 억척스러움이 있었다. 이렇게 바쁜 생활을 하는 그녀이기에 수면시간은 겨우 4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김승화 박사는 (주)대호의 보배다. 그녀의 손을 거쳐 모든 제품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그동안 같은 길을 가던 케민사와 결별을 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을 그녀가 그녀가 담당하고 있다. 이런 그녀이기에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케민사와 비슷한 제품이 아닌 순수 우리 기술에 의한 완전한 독자적인 제품을 개발했고 또 개발 중에 있다. 여성이기에 오히려 더 섬세함을 발휘해 많은, 또 우수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품질관리실의 남자직원이 검토한 사항을 여직원에게 다시 한번 검토하도록 시킨다. 이는 교차확인을 통해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함이지만 내심은 여자의 섬세함을 믿기 때문이다. 실제 이같은 교차확인에서 몇가지 제품의 문제점을 여직원이 찾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이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따까워 한다. 김박사는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직원이 2년제 대학을 졸업한 남자 직원과 초임을 같이 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무척 화를 내고 있다. 그만큼 여성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항변이다. 김박사가 대기업을 마다하고 중소기업인 (주)대호에 입사해 품질관리실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결정의 신속성 때문이다. 학문은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경우 결재라인이 길어 신제품을 개발하더라도 이미 뒤처지는 경우가 있지만 중소기업은 결재기간이 짧아 신속하게 결정하고 바로 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바로 이런점이 김박사가 (주)대호를 선택하게 된 배경이란다. 결정의 신속성을 강조하는 김박사는 또 개방적이다. 김박사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자료를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한다. 같이 연구하면 그만큼 연구결과를 앞당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혼자 연구하느라 시간을 끌다보면 어느새 학문은 저만치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같이 연구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김박사는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김박사는 늘 가족에게 미안해하고 있고 또 고마워 한다. 말없이 외조를 아끼지 않고 격려해준 학문의 동료이자 남편에게, 그리고 엄마처럼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고등학생 딸에게 아내로서, 엄마로서 제대로 못해준 것 같다는 가슴 아픔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녀는 최소한 하루에 한가지만이라도 가사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다고 미소를 흘린다. 이런 김승화 박사이기에 오늘 그녀가 더욱 커 보인다.<신상돈> |